하루 종일 기타를 붙들고 있다가 손끝의 통증이 느껴지고 나서야 우울이 왔다는 것을 알았다. 겨우 내 몸과 기타를 분리시켜 이불 위에 툭, 올려놓았다. 나는 이불 안으로 기타는 이불 밖으로 우울은 공포처럼 맞서 싸워야 하는 게 아니라 관심받아야 할 중요한 마음의 호소이다. 못 본 체하거나 하찮게 여기지 않으며 미화하지도 않는다. 진지하게 받아들일 뿐이다. 우울이 내게 보내는 메시지에 귀 기울이고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우울은 정체되어 있던 몸과 마음이 변화를 겪는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고, 자신을 잃지 않으려면 삶에서 무언가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신호를 듣는다.
우울이 다시 왔구나. 나는 우울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고, 내게는 우울의 늪에 빠지더라도 빠져나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우울의 베일이 벗겨지면 내 삶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내일이 오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미루는 게 아니라 '내'가 진짜 괜찮아지도록 나를 돌아보고 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