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씨앗>을 품고 있었다.
내가 심지 않고 묻어버린 나의 씨앗이 무엇인지,
아이들의 가능성을 심지 않고 묻어버린 것은
없는지.
수단에서 가톨릭 신부의 신분으로 의사로
수단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마을 톤즈에서
함께 살았던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를 이제야 들었다.
사진들 모두 kbs 울지마톤즈 다큐 영상을 스크린샷로 찍었다.
10남매 중에서 아홉째로 태어났다.
음악에 재능이 있었던 감수성 많았던 소년.
그 소년은 자라 어른이 되어 의사가 되어
먼 아프리카 수단으로 갔다.
먼 수단에서 의사로 진료하며
병원과 학교를 지었다.
학교를 세워 배움의 길을 트고,
음악으로 아이들 마음의 길을 닦았다.
불쌍한 사람들을 돕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한 영혼이 한 영혼을 만나는 일이라 믿었다.
그 만남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희망의 <씨앗>이 심어졌다.
해맑은 눈
깊은 믿음
행하는 자의 담대함
믿는 자의 의연함
사랑의 확신
한 알의 겨자씨가 썩어져 큰 나무가 되었다.
신부님은 한 아이 한 아이
가슴 깊은 곳에
<씨앗>이 되셨다.
병으로 전쟁으로 발가락이 잘려나간
한 사람 한 사람
발 하나하나에
꼭 맞는 신발을 만드셨다.
발 모양을 그리고
발의 치수를 재고
발등의 높이를 세었다.
이웃나라 케냐에서 구한
가죽으로 만든 샌들,
각 사람에게 딱 맞는 신발이었다.
사람의 가장 낮은 곳을
돌아보았다.
이태석 신부님은 소천하셨다.
... 정말 아름다운 것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의 하나는
너무나도 많아 금방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이고
다른 하나는 손만 대면 금방 톡 하고 터질 것 같은
투명하고 순수한 이곳 아이들의 눈망울이다.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고 있으면
너무 커서 왠지 슬퍼지기도 하지만
너무 아름다운 것을 볼 때
흘러나오는 감탄사 같은 것이
마음속에서 연발됨을 느낄 수가 있다...
<이태석 신부님 글 중에서>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빛으로 바라보시며
진료하고 함께 배우고 함께 노래했던 아이들,
그 까만 밤 샛별처럼 빛나는 눈빛들을 마음에
담고 보고 싶어 하시다 아프시다
이생의 길을 떠나
하나님의 나라로 가셨다.
남겨진 사람들의 몫은 언제나 먹먹하다.
함께했던 그 순간들을 각 사람은 삶에 어떻게
새겨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같이 있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저들과의 만남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그 만남을 들은 나 역시,
이태석 신부님을 만난 것 아닌가.
암 4기 진단을 받은 날, 수단 톤즈 마을 기금 행사 모임에서 기타치며 <꿈의 대화>를 부르시던 모습.
<꿈의 대화>
이범용, 한용훈 노래
땅거미 내려앉아 어두운 거리에
가만히 너에게 나의 꿈 들려주네
너의 마음 나를 주고
나의 그것 너 받으니
우리의 세상을 둘이서 만들자
아침에 꽃이 피고 밤엔 눈이 온다
들판에 산 위에 따뜻한 꽃눈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석양이 질 때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언덕에 올라
나지막이 소리 맞춰 노래를 부르자
작은 손 마주 잡고 지는 해 바라보자
조용한 호숫가에 아무도 없는 곳에
우리의 나무집을 둘이서 짓는다
흰 눈이 온 세상을 깨끗이 덮으면
작은 불 피워놓고 사랑을 하리라
네가 제일 좋아하는 별들이 불 밝히면
네가 제일 좋아하는 창가에 마주 앉아
따뜻이 서로의 빈 곳을 채우리
내 눈에 반짝이는 별빛을 헤리라
외로움이 없단다 우리들의 꿈속에
서러움도 없어라 너와 나의 눈빛엔
마음 깊은 곳에서 우리 함께 나누자
너와 나만의 꿈의 대화를
아름답다.
슬프다.
살고 죽는다는 것,
그 사이에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내 마음에
이야기로 전해진 씨앗을
묻지 않고
심어야겠다.
겨자씨 작은 씨앗이 내게로 왔다.
내 안에 그 씨앗을 썩힐 수 있기를
썩어져 나무가 되기를
그 나무가 내 안에서 자라기를
이태석 신부님의 삶이
내 안에서 꽃 피우기를
이 밤 소원한다.
그의 웃는 얼굴이
달처럼 환한
별처럼 초롱초롱한
깜깜한 이 새벽
나는
그리
소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