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혼여행기 3 - 매직킹덤
놀이기구만큼이나 레스토랑 예약도 빡센 디즈니월드!
'완벽한 여행'을 원한다면 레스토랑 예약 오픈일에 맞춰 한국에서 미리미리 하고 가기를 추천한다.
우리는 레스토랑 예약까지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다행히 취소자리가 하나 나와 당일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바로바로 자동차극장 콘셉트의 햄버거집.
Wow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훨씬 더 '진심'이었다!
음식 사진을 잘 찍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침침한 무드 속에, 전방에서는 반짝이는 별빛을 배경으로 70년대 흑백영화가 상영 중이었다.
유명하다는 햄버거에 버팔로윙 시키고.
당연히 맥주에, 한국에서는 잘 먹지 않는 바닐라 셰이크까지 주문했다. 미국이니까!
맛은 뭐 예상한 그대로였지만, 한순간에 시간이 낮인지 밤인지 헷갈릴 정도로 색다른 곳에 침투.
모처럼의 이색적인 식사라 무척 만족스러웠다.
어두워서인지 다들 진짜 영화관에 들어온 것처럼 조용조용 목소리를 낮추고 식사를 하는 모습도 귀여웠다.
이렇게 한 끼 식사를 한 가격은 팁 포함 56달러.
당시 환율이 1400원선.. 살인적 물가였지만 '이건 신혼여행이다, 신혼여행이다'를 되뇌며 ㅋㅋ
파아란 하늘.
맥주 한 모금에 빨개진 얼굴로 다시 바깥세상으로 나옴.
사람들이 어디론가 우르르 몰려가는 모습을 발견.
얼떨결에 따라가보니 인디애나 존스 스턴트 공연장이 나왔다.
거대한 공연장에서 돌과 트럭이 굴러다니고, 불과 물이 뿜어져 나오면서
배우들이 영화 촬영 도중 활용하는 스턴트 기술을 선보이는 공연.
물론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완벽하게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
마치 지금도 촬영이 진행 중인 것처럼 무대 위에 카메라가 같이 돌아다니는 점이 신기했다.
이런 체험형 프로그램이 으레 그렇듯이 어린이 한 명을 무대 위로 불러서 함께 해보는 순서도 있었다.
어렸을 때 엄마랑 이런 거 보러 가면 엄마가 맨날 무대 나가라고 내 등을 떠밀었었는데..
떨려서 진짜 나가기 싫었지만 엄마 성화에 억지로 손들고, 억지로 무대에 올라갔던 기억.
어른 되니 이제 억지로 안 나가도 되어서 좋다(?)
공연 관람까지 하고 나니 시간이 오후 3시쯤.
시차적응이 아직인 우리는 너무너무 피곤해서 숙소로 가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오기로 했다.
여기저기 매달린 디즈니월드 50주년 깃발과 너무너무 맑은 하늘.
올랜도에는 맑은 날씨가 드물다고 하던데, 우리가 있던 이틀 내내 날씨가 환상적이어서 참 감사했다.
한 3시간이나 잤을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제는 매직킹덤 불꽃놀이를 보러 출발!
"을으느~ 일어나라고~ 디즈니월드가 얼마짜리 티켓인지 알지?
얼른 눈 뜨고 다리 움직여!"
침대에서 몸을 떼기 힘들어 하는 서로를 잡아끌며 ㅋㅋㅋㅋㅋㅋ
살짝 어두워지니 더 낭만적인 푸른빛의 하늘.
우리는 신혼부부랍니다 하고 광고하는 커플티 ♥
매직킹덤은 주로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즐기기 좋은 놀이기구가 많다고 해서
우리 타입은 별로 없을 것 같아 애초에 어트랙션에 대한 기대치가는 낮았다.
오히려 놀이기구보다 이곳에 온 가족단위 여행객들의 패션과 표정, 대화를 구경하는 게 더 재미있었다. 가족 단위로 맞춘 옷과 머리띠. 순전히 '놀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나온 사람들.
그들의 들뜬 표정은 어찌나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지!
우리가 여기서 탄 놀이기구는 피터팬 비행, 캐리비안의 해적, 미키 필하모닉 매직.
당시 적어둔 메모를 보니 캐리비안의 해적 (노잼) 이라고 적혀있네ㅋ
롯데월드 캐리비안의 해적은 적어도 2번 뚝 떨어지는 '하강 이벤트'가 있는데, 여기는 별다른 이벤트 없이 배 타고 내부 구경하는 게 끝이어서 실망이었다.
내가 롯데월드 캐리비안의 해적을 너무 좋아했어서 특히나 기대가 더 컸었는데 말이다.
아마도 300% 확률로 롯데월드가 이곳을 벤치마킹 해서 캐리비안의 해적을 만든 게 아닐까. 그러면 롯데월드 버전이 더 '업그레이드' 된 거라고 봐야 하나?
매직킹덤에는 Be our guest라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미녀와 야수 콘셉트로 너무너무 예쁘고 특별하다고.
우리는 시간도 없고 예약에도 실패해 못 갔지만, 나중에 온다면 꼭 한번 들려보고 싶었다!
그리고
어느새 시간은 9시.
디즈니월드의 하이라이트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성 뒤편 오른쪽에서 왼쪽, 반달형 불꽃이 뻗어나가던 불꽃놀이의 시작.
어렸을 때 수없이 많이 본 백설공주와 인어공주 등 만화영화 속에서 본 디즈니성의 '그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던 그 때. 나는 '이걸로 됐다'고 생각했다.
디즈니성은 다채로운 색깔로 시시각각 변했고, '저렇게 다양한 종류가 있을 수 있구나' 싶은 불꽃이 계속해서 피어올랐다. 매 순간, 매 순간이 하이라이트 같았다.
15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불꽃놀이는 그 나름의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었다.
공주와 개구리로 시작해, 인어공주, 라푼젤, 미녀와 야수, 알라딘, 그리고 겨울왕국까지.
디즈니 '명작' 캐릭터들이 BGM에 맞춰 저마다의 용기와 성장, 희생과 도전을 말했다.
누구나 마음속엔 디즈니가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는 내 마음속의 디즈니가 현실화된 걸 봤다.
(눈물이 찔끔 나오려다가 주변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쏙 들어간 건 안 비밀)
불꽃놀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혹시 사람이 훅 빠질 이때가 기회가 아닐까 싶어 자동차 놀이기구를 몇 개 더 탔다.
시원한 밤바람을 가르며 질주하는 쾌감이 제법이었다.
그리곤 11시 폐장시간이 가까워와서야 다시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디즈니에서 나가는 문 위 2층에서는 미키와 미니가 오늘 하루 이곳에서 노느라 고생한 관람객들 한 명 한 명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연예인을 만난 듯 반가워 나도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디즈니가 없는 세상은 어떨까?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에 환상적인 음악을 더한 '세계'를 만드는 사람들은 분명히 마음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을 거라고.
언젠가 혹시 우리 둘이 아닌 셋이 이곳을 함께 방문하는 그날도 오게 되려나 생각하며.
꿈같던, 혹은 전지훈련 같던
디즈니 Day 1
신혼여행 첫날밤은 이렇게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