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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뻬드로 Jul 21. 2020

서울요금소, 광화문 그리고 서울역 앞 대우빌딩

사물 에세이 #9

서울에 차를 운전해서 온게 내 인생 처음이었습니다. 1998년 1월쯤이었습니다. 히터 계통 고장으로 일정 온도 이상은 못올라가도록 막히는 고장 상태로 서울날 저녁 겨울에 도착했습니다. 대구에서 정직하게 1번 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서울에 왔죠. 운전면허 따고 첫 장거리운전이었고 저녁 9시쯤이었습니다. 촌놈이 서울에 운전해서 오다니!


광화문으로 처음 가던 길

'서울'이라고 적힌 큰 간판을 만났습니다. 톨게이트였고 요금을 냈습니다. 국민차 티코였기 때문에 요금은 비싸지 않았습니다. '이야, 내가 차를 몰고 서울에 오다니. 대단하다' 속으로 경탄하고 또 기특해했죠.

A2용지 크기의 두꺼운 지도책을 펼쳐가면서 목적지인 광화문을 가려했습니다.

그런데 가도 가도 서울의 중심지는 나오지 않는건 도대체 왜 때문이죠?

아주 나중에 서울로 오고서야 알게 되었는데, 한참동안 거의 한 시간을 와야 서울의 중앙 쯤 되는 한남대교가 나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남대교를 건너 남산 1호터널을 지나야 남대문이 나오고 그걸 구불구불 지나야 광화문 앞 쭉 뻗은 세종대로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죠.



길을 잘못 들었나? 서울역이 나오네

70, 80년대 배경 드라마에서 보따리를 들고 상경하는 장면에 나온 그 서울역사가 나타났습니다. 그 히스토릭한 건물을 본 것도 대단했지만, 정작 입이 딱 벌어진 것은 바로 건너편 대우빌딩(현. 서울스퀘어)이었습니다.

무지 크고 높았습니다. 뒤로 나자빠질듯 고개를 뒤로 젖혔죠.

제 옆에 앉아 있던 여자친구(현재 아내라서 다행입니다)가 조심 운전 좀 하라고, 전방주시하라고 나무랐었죠. 정말 그 대단한 붉은 벽돌로 쌓은 것 같은 빌딩은 정말 경이로웠습니다. 나중에 서울 토박이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면서 종로의 고층 건물들, 특히 국세청 등등 높은 건물들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위키백과에 찾아보니 69년에 기공했고 교통센터라는 이름으로 만든 건물이라 하네요. 대우그룹에서 사서 그룹사들이 모두 입주해있기도 했으니, 대우 국민차 티코를 타고 그 앞을 지나며 감탄을 금치 못한 건 개연성이 있네요. 지금은 서울스퀘어라는 이름을 갖고 있고 공유오피스 사업자인 패스트파이브에서 와디즈 설명회가 열렸을 때 가보았는데, 아주 모던한 요즘 건물이더군요.  




이젠 사통팔달 많은 고속도로가 생겨나서 서울로 진입하는 길이 다양해졌습니다만, 가끔 '서울'톨게이트를 만날 때, 설연휴 라디오 통신원이  '만남의 광장' 휴게소 교통상황을 알려줄 때 추억이 돋습니다. 20, 30대였을 때는 높은 건물과 탑골공원 건너편 붐비는 버거킹이 좋았고 힙하게 느껴졌지만, 이젠 나이가 들어서인가요 시야가 뻥 뚫리고 사람이 별로 없고 조용한 곳이 좋습니다. 홍대 근처의 처가에 갈 때마다 무섭게 변하는 거리표정에 현기증을 느낍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EC%84%9C%EC%9A%B8%EC%8A%A4%ED%80%98%EC%96%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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