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소비 그 이상의 가치
반려견을 키우면 산책은 필수다. 몇 년 전만 해도 산책에 대한 공감대가 지금 보다는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이하 세나개), KBS <개는 훌륭하다> (이하 개훌륭)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미디어에 훈련사들의 목소리가 많이 노출되면서 산책의 중요성은 커졌다.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준비하면서 찾아본 다나와 리서치를 통해서도 반려동물 산책용품 판매량이 2018년부터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볼 때, 반려인들 사이에서 산책은 이젠 필수가 된 느낌이다.
몇몇 반려견에게 '이상행동' '문제행동'이라는 말을 쓰지만, 본인은 그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에게 수식어로서 '이상한 사람, 문제아'는 사회가 통용하지 않는 범위의 반사회적 행동을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충동적으로 실행하는 사람을 묘사하는 데 사용한다. 하지만 이 수식어가 반려견에게는 상당히 너그럽게 사용되고 있다. 가구 물어뜯기, 짖기, 대소변을 아무 곳에나 보는 등의 행동들은 그저 반려견에게 필수적인 요소가 충족되지 않아 발생하는 메시지 전달의 한 일환일 뿐이다. 이를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이상한 문제로 보이는 것이다. 반려견에게 최소한의 행복한 환경을 제공하지 않아 발생하는 일을 '문제'라고 볼 수 있을까.
반려동물 훈련사 강형욱은 세나개에서 아래와 같이 말을 했다.
위와 같이 산책이 반려견에게 주는 의미를 이야기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단순히 에너지 소비나 스트레스 해소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게 산책이다. 물론 기초 대사량에 따라 일별 최소한의 섭취량과 운동량의 차이가 있는 사람과 같이 견종과 무게에 따라 산책의 필요량은 다르다. 하지만 하루에 1번도 산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오감을 막은 것과 같은 고문에 가깝다는 것이다.
우리 집에는 공장에서 구조한 따리라는 멈머가 있다. 동거인을 만나기 이전에 이미 동거인이 데려와 함께 살고 있던 친구다. 사회화 시기가 막 지났을 무렵 나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선천적으로 성품이 선비 같아 사람에게는 마냥 착한 아이지만 아직 내가 어색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친구가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동거인과 함께 살기 이전, 혼자 사는 그녀는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실외 배변만 하는 따리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매일 산책시키던 그녀도 이런 따리를 데리고 나가지 못해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이때의 해결책은 딱 하나였다. 내가 일주일간 매일 따리의 산책 담당이 되는 것. 그렇게 7일간의 배변과 산책을 단독으로 도맡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항상 셋이 함께 나가곤 했지만 코로나 덕분에 단 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 계기로 인해 따리는 이제 동거인보다 내 곁에 눕고, 기대어 자곤 한다. 더 많은 스킨십을 하게 된 것이다.
따리는 산책 매너가 상당히 좋은 강아지다. 줄을 당기지도 않고 반려인과 보폭을 맞춰 차분하게 걷는다. 즉 서로 교감을 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주변 다른 강아지를 만나면 아직도 흥분하곤 한다.) 동거인이 데려오고 지금까지 하루에 1시간씩은 거의 매일 산책을 해서 생긴 습관이기에 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집 안에서는 남들이 흔히 말하는 이상행동이 거의 없었다. 그만큼 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산책에 필사적이었고 이는 함께 사는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반려인들은 산책 전후 아이가 많이 달라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나가기 전 시무룩과 강형욱 금기어 ”산책 가자 “ 시전 직후, 산책 중, 그리고 마지막으로 돌아왔을 때 기분 좋음과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잠드는 모습. 산책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운동차원도 있지만 아이에겐 그 이상으로 ‘행복’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과 같다.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반려인과의 교감으로 이어지게 된다. 두터워지는 교감은 뗄 수 없는 사랑이 되고 이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강아지 산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