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 눈치 보는 집사는 과학이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합사는 쉽지 않다. 특히나 둘 다 성견과 성묘일 경우엔 난이도가 극상으로 올라간다. 여기에 더 어려움 한 스푼 얹자면 우리 집 냥이는 스트릿 출신이다. 경계가 몸에 밴 아이다. 이런 친구를 데려와야 했던 건 더 이상 길에서 큰 위험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이 친구는 우리 집 강아지도 위협으로 느끼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그래도 길보단 집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
여러 책과 전문가들의 영상들로 공부를 하며 둘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강아지 따리는 주로 냥이 따루를 보면 플레이 바우(play bow) 자세를 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약 12킬로의 거구(따루가 볼 땐)가 큰
동작으로 다가오니 따루는 경계할 수밖에 없다. 우선 하악질을 한다. 마징가 귀를 하고 바닥에 몸을 착 붙인다. 발을 동동 구르던 따리가 급정거를 하다 보니 바닥에 발을 더욱 세게 튕긴다. 놀자는 신호를
보내는 강아지와 저리 가라는 부정의 신호를 보내는 고양이. 서로 다른 메시지는 튕겨나가고 만다.
따루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 모습을 보인다. 1년이 거의 지나가는 지금, 아직 손을 가까이에 할 수 없다. 따루가 인정하는 허용 가능 범위가 많이 넓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자연스러운 터치는 어렵다. 처음에 우리 집에 왔을 때는 아예 내버려 뒀다. 적응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가가지도, 부르지도 않았다. 아주 천천히 가까워지기 시작했지만 보이지 않는 선을 넘길 순 없었다.
고양이 전문 훈련 선생님을 모셨다. 진단은 간단했다. 따루가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어렸을 적 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지만, 공격적이진 않다. 화를 내진 않는다. 다만 몸 가까이 오면 너무 무서워서 “저리 가!”라는 것이다. 화를 내거나 공격적인 아이들은 무언가 다가오기 전에 먼저 액션을 취한다고 한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갑자기 스스로 다가와 냥펀치를 때리거나 문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따루는 그러지 않았다.
순화 교육 초반에는 숨을 곳을 두지 않고 작은 방에서 사람과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 그다음은 천천히 장갑을 끼고 터치를 했다. 경계하다가도 아주 느린 속도로 다가오면 경계가 풀리는 시점이 있었다. 그때부터 최대 15분을 넘기지 않으면서 고양이가 좋아하는 부위를 만졌다.
여러 대 맞으면서도 꿋꿋하게 했다. 마음도 아프고 상처도 아팠지만 꾸준하게 하다 보니 장갑을 뺄 수 있었고, 처음 터치 전 경계를 풀기까지의 시간이 줄었다. 이제는 칫솔을 가지고 바로 빗질을 해줄 수 있다. 손은 여전히 무서워하여 코인사를 받아주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가장 큰 개선점은 간식을 손으로 받아먹는 점이다. 따리와의 합사도 고려해 환경도 다시 집안 전체로 넓히고 수직 공간을 많이 만들어 주었다.
따루 기분을 봐가면서 살짝씩 터치와 손으로 간식 주기. 느림의 미학이 통하는 고양이 특성답게 이제는 사람 바로 옆을 천천히 지나가기도 한다. 원래 집사들은 이렇게 냥이 눈치를 보는 게 당연한가 보다. 가까워지고 있다는 실감, 그리고 좀 더 편안해 보이는 따루의 바디 랭귀지를 보면서 나도 마음이 놓임을 느낀다.
1년 가까이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이 친구들이 느끼는 무서움이 화가 되는 감정 변화를 몸소 배우게 됐다. 5단계 정도 있는 듯하다. 무섭다는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소리가 하악질로 변하고 강력한 냥펀치. 스트레스받지 않는 선에서 따리, 우리와 가까워질 수 있도록 경계를 줄 타고 있다. 따루가 더욱 마음의 안정을 갖고 편안한 삶을 살도록 서로 마음을 이해하면서 아주 천천히 가까워지려고 한다. 아주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