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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둘냥셋 Oct 25. 2023

애완이 아닌 반려인 이유

입양은 제발 신중히

 엊그제 있었던 일로 인해 우리 집엔 새로운 아이가 생겼다. 묘연은 이렇게도 생기나 보다. 신기하다. 시작은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하지만 사실 이 글은 다소 무거운 내용을 담을 듯하다.


 우리 집에 온 구 막내 따랑이는 전라도 광주에 있는 ‘꿈꾸는 고냥이’ 라는 보호소에서 데려왔다. 엊그제 보호소 원장님께서 갑자기 전화를 하셨다. 한 아이가 입양이 됐는데, 입양 몇 시간 만에 파양 결정이 나서 혹시 데리러 가줄 수 있냐는 통화였다. 오후 8시 10분쯤 7분간의 통화를 통해 전해 들은 정보는


결론 : 아이의 꼬리가 온전치 못해 키울 수가 없다.

- 직접 볼 때는 낯을 가려서 말려 들어간 것으로 오해했는데, 집에 와보니 기형인 것 같다.

- 제대로 고지를 안 해서 속았다. 못 키우겠다.


 내가 아는 원장님은 생사의 기로에 놓인 아이들을 구조해 최대한 케어하여 좋은 가족을 만들어주시는 분으로 잘 알고 있었다. 애완동물로서가 아닌 반려가족으로.


반려자와 나는 약 1시간 정도 되는 거리를 바로 쏘았고, 입양받은 분들을 만났다. 크레이트 채로 아이를 건네길래 크레이트는 직접 구매한 걸로 생각하여, 우리 것으로 아이를 옮기려는 찰나, "그냥 다 가져가세요"라는 한 마디를 들었다. 아무 말 없이 아이를 안고 차에 올랐다. 크레이트를 오히려 무서워하는 것 같아, 품에 안았더니 돌아오는 1시간 내내 품 속에서 꿈쩍 않고 자더라. 하루 종일 많은 시간을 차에서 보내고, 이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데 또 다른 어딘가로 이동하는 동안 얼마나 피곤했을까. 따뜻하게 꼭 안아서 집으로 왔다.

항상 품속에 잘 안겨있는 아이


꼬리가 파양보다 더 큰 문제가 있을까?

 이동하면서 임보분의 인스타를 통해 본 그대로 꼬리는 예상대로 반쯤 꺾여있었다. 혹시나 이게 아이의 대소변이나 혹은 다른 문제가 있는지 집에서 잘 지켜보았다. 갸우뚱. 글쎄요. 어떤 문제가 있을까.

이틀이 지났지만 아직도 모르겠다. 여러 논문이나 조사 결과들을 찾아봤다. 크게 유전/외상/영양부족 정도로 볼 수 있었다. (네이버 검색 10초면 금방 파악 가능)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꼬리 기형으로 인해 아이를 반려함에 어떤 문제가 있을까를 고민해 봤다. 파양 해야 할 만큼 큰 문제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웹상 여러 커뮤니티 혹은 유튜브를 보면 의견이 다양하다.

- 선천적으로 건강이 안 좋을 수 있다. (척추)

- 이로 인한 예민함

 하지만 조금만 검색해 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잘 지내고 있다는 사례들을 볼 수 있었다. 어제 반려자의 트위터를 통해 해당 사례를 올렸더니 120만 조회를 돌파하며 많은 사람들이 리트윗을 해줬다. 모두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글들. 그리고 냥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생기면 쉽게 알 수 있는 그분인 수의사이자 유튜버이신 윤쌤도 실내 고양이에는 아무 문제없다고 답을 하신 영상도 볼 수 있었다.

꼬리가 뭣이 중헌디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애완’이 익숙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애완'이란 말은 사랑 애 愛 + 희롱할 완 玩으로 구성되었다. 즉, 사람이 즐겁기 위한 놀잇감 정도로 해석이 된다. 반면에 '반려'는 짝 반 자에 짝 려 자를 써, 짝이 되는 동무를 의미한다. 영어로는 companion animal. 즉,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이다. 우리가 금쪽이를 부모가 놀기 위해 낳고 기르지는 않는다. 선천적인 기형으로 태어나도 부모로서 평생 책임을 지는 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이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인 거다. 입양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래서 정말 아이를 애완묘가 아닌 반려묘로 생각하여 건강이 걱정되었다면, 사실 파양보다 병원 진료를 먼저 선택하지 않았을까. 요즘은 많이 바뀌었다 생각하였지만 여전히 우리 아기들을 ‘애완동물'로 바라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이 아이는 현재 우리 집 따리랑과 매우 잘 지내고 있다. 몇 시간 만에 적응하여 개냥이 흉내를 내고 있다.

부르셨습니까. 소환 완료
동물도 아기라는걸 너무나 잘 안다

 따봉이란 이름으로 이젠 우리의 가족이 되었다. 아차 이러면 내 프로필은 멍둘냥셋으로 바꿔야 하는구나. 혹시나 이 글을 보고 입양에 대한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이런 이야기가 하고 싶다.

아이들을 더 이상 내가 심심해서 데려올 장난감으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최상위 포식자가 인간이라고 해서, 인간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는 오만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화가 안 통한다고 물건이 아닙니다.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는 생명입니다.

이런 문화가 꼭 당연한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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