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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Jun 10. 2024

정리와 정비가 필요할 때

(2024.6.10.)

나흘 동안 보지 못했는데도 아이들 얼굴은 밝기만 하다. 교실로 들어서며 신나게 인사하는 아이들. 그 중에 재*는 곤충채와 채집상자를 들고 신나게 들어온다. 재*이에게 학교에 온 목적은 오로지 곤충을 잡는데 있는 듯해서 물었다.


"재*이 넌 학교에 곤충 잡으러 오지?"

"네."

"그럴 줄 알았어. 요즘 너에게는 오로지 곤충 밖에는 안 보이는 듯."

"또 있어요."

"뭐?"

"선생님 괴롭히러 와요."

"헐~"


다음으로 예*가 나에게 안기며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선생님, 내일은 좋은 날이에요."

"왜? 100일 잔치하는 날이라서?"

"네."

"하하. 그래, 맞아. 내일은 우리 잔칫날이지."


어수선하게 시끌벅적 모여드는 아이들의 수다를 뒤로 하고 지난 연휴에 있었던 일을 한 명씩 돌아가며 발표하게 했다. 재잘거리며 뭐 했고 뭐 했다는 이야가 쏟아지는 사이로 흑두콩차를 대접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흑두콩 차를 마시고 재잘거리다 오늘의 첫 수업을 시작했다. 오늘은 선 그림 대신 내일 100일 잔치 기념과 통합교과 문양그리기의 일환으로 가랜드 작업을 해 보았다. 문양과 동물 디자인 그림에 칼라펜으로 색을 칠하게 했는데, 예상했던 것 보다 꽤나 시간이 걸렸다. 두 시간 내내 속도의 차이를 드러내며 아이들은 간신히 다 그려냈고 중간놀이 시간에 도우미 선생님의 협조를 받아 교실 앞에 붙일 수 있었다.


"재밌지 않아?"

"재미는 있는데, 힘들어요."

"세상에 안 힘든 건 없어. 조금만 더 참고 해 봐."

"맞아 세상에 쉬운 건 없어."


힘들어서 쉽게 포기하고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아이들도 몇몇이 있었다. 힘들면 쉽게 포기하고 힘들면 하지 않아도 되는 경험을 쌓았던 탓일까. 힘들면 하지 않으려 하는 아이들이 꽤나 보인다. 그게 아무리 재미 있어도 말이다. 목표로 한 것을 또는 주어진 것을 끝까지 해내는 연습이 더 필요해 보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두 번째 시간은 수학 뺄셈 공부 시간. 오늘은 수세기 칩 10개를 놔 두고 왼쪽 오른쪽으로 각각 가르고 어느 쪽이 더 많은지, 어느 쪽이 더 적은지, 그런 말은 뺄셈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계속 확인하고 연습을 시켰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나온 시간 동안 학습한 가르기 모으기와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심지어 왼쪽 오른쪽도 까먹었다고 헷갈려 하는 아이들이 다수였다. 시간이 짧아 충분히 확인하고 연습 시키지 못한 게 아쉬운 수학시간이었다. 또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에는 내 잘못이니.


오늘은 국악시간이 있는 날이라 서둘러 점심을 먹이고 양치를 하게 한 뒤, 오늘의 돌을 넣고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오늘의 돌은 아흔 아홉번째. 내일이 100일임을 알리고 있었고 아이들은 내일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그렇게 해서 달려간 실과실 국악시간. 소고를 들고 지난 시간 배웠던 것을 다시 배우고 익히고 오늘 남은 몇 동작을 익혔다.. 전체적으로 아이들이 들떠 있다. 그렇다 보니 여러 모로 리듬이 깨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에서 실시한 교외체험학습과 연휴, 중간놀이 시간의 체집활동 등 여러 요인이 겹쳐 있다. 7월 여름방학 때까지 흐트러진 리듬을 다시 찾아서 마무리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내일 100일 잔치와 이어지는 12일 현장체험학습을 무사히 마쳐야 할 것 같다. 애고 정신없는 연휴 지난 첫 월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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