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환 Jun 12. 2024

뜨거웠던 현장체험학습날

(2024.06.12.)

열흘 전부터 걱정을 했다. 오늘 현장학습날이 뜨거울 것 같아서. 역시나 오늘은 뜨거웠다. 어제만 해도 구름이 간혹 낄 거라는 예보는 출발할 때부터 쨍쨍으로 바뀌었다. 코스를 바꿔야 했다. 국립세종수목원 실내정원에서 야외 어린이 정원까지의 코스를 거꾸로 거슬러 가도록.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인 아침을 야외에서 보내고 더 뜨거워질 오후에 실내로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일정을 바꾸었다. 예상대로 그래야 했다. 그렇게 해서 전반적으로는 무난한 흐름으로 진행이 됐다. 물론 점점 뜨거워지는 햇빛은 감당해야 했다.


한 시간 차량 운행 뒤 내린 어린이 정원 쪽으로 움직이는 길에 비치된 양산을 들고 움직였다. 1학년 아이들이 들기에는 좀 무거운 감이 있었지만, 뜨거운 햇볕은 막아야 했다. 그렇게 어린이 정원에 도착해 각종 시설물에서 40분을 보내도록 했다. 그래도 엄청 뜨겁지는 않아 40분은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중간 중간 그늘진 정자에서 쉬어 가며 물도 마시고 쉬엄쉬엄 놀게 했다. 그런데 같이 간 2학년에서 철과상을 입은 아이가 발생했다. 다듬은 나무뭉터기로 가득찬 미로에서 길을 찾아 전망대로 올라가는 곳이었는데, 길이 아닌 길, 즉 나무뭉터기 중 몇 그루가 상해서 거두어 놓은 곳이 있었는데, 그리로 자리를 옮겨 넘어가던 아이들 중 한 아이가 넘어졌던 것.


밑둥을 제대로 깔금하게 자르지 않은 탓에 앞 종아리 한 부분이 10센티미터 넘게 깊게 긁혀 피가 나기 시작했고 우리들 사이로 온 아이는 구급함에 있던 소독약과 연고, 밴드로 치료를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깊이 패인 것 같아 학교로 돌아가서는 정형외과로 가서 진단을 받아야 했다. 나중에 들려온 소식은 결국 꼬매야 했다는 것. 다행히도 오늘 현장체험 도우미로 해당학생의 어머니가 함께 하셔서 상황을 잘 이해해 주셨다. 지난해 담임이었던 나도 방과후 저녁에 연락을 드렸는데, 그나마 잘 치료가 돼서 다행이라고 흉터가 좀 남을 것 같은데, 깔끔하게 처리하도록 조치를 취해서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다며 넘기셨다. 2학년담임선생님은 어린이정원이라고 하기에는 관리가 미비한 탓에 벌어진 상황이라 내일 해당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려 한다고 했다. 국립이라고 하기엔 소홀한 관리였던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


2학년만 그랬던 것도 아니었다. 1학년 아이들 몇몇도 정도의 차이만 있었지, 비슷한 상처를 입은 아이도 있었고 가벼운 상처를 입은 아이도 있었다. 다들 비슷한 곳에서 비슷한 상처를 입었던 터라 조치가 필요해 보였다. 무난히 보내었지만, 무난히라고 볼 수 없는 일이 있어 아쉬운 현장체험학습이기도 했다. 40여분간 논 뒤에는 뒤편에 휘귀 식물 실내 정원이 있어 관람을 잠시 했다. 실내로 옮긴 아이들이 온실이라 하여 걱정했지만, 물과 습기가 있어 나름 시원했다. 온갖 식물을 만나기 위해 이곳을 왔지만, 작년과 달리 무더워진 날씨에 제대로 식물들을 온전히 만나지 못한 거이 아쉽기만 했다. 이어 중간에 작은 궁궐을 둘러 보고 실내정원으로 옮기려 했으나 무더운 날씨라 빨리 실내로 옮기는 것이 좋겠다 싶어 점심을 먹고는 서둘러 실내정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점심식사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진 탓도 있었다.


국립세종수목원의 랜드마크인 실내정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는 열대식물과 지중해식물을 관찰하고 특별전시인 피노키오를 캐릭터로 해서 향이 나는 식물들을 만날 수 있는 곳까지 이어서 옮겨 다니며 학습을 했다. 사실 더위를 잘 타서 조금만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는 나로서는 오늘 날씨가 덥기는 했지만, 뜨겁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이제 막 여름이 시작되었구나. 기후변화로 너무도 일찍 왔구나. 지난해도 정말 다르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엄청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1학년 아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이겨내길 바랄 뿐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했다. 그런데 넉넉하게 보내주십사 가정에 요청했던 물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여기 저기서 목 말라 하던 아이들. 학교 카드는 입장료 때문에 가져왔지만 물비용으로 지출할 내역은 품의를 하지 않아 지출할 수는 없었다. 할 수 없이 나는 내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아이들 한 명 한 명에서 500ml 생수를 사서 건넸다. 그랬더니 그제야 살 것 같다며 난리들이었다. 그야말로 15,000원의 행복이었다.


이후로 학교로 돌아오는 때까지 다시 생기를 찾은 아이들은 에어컨이 틀어진 버스에서 신나게 노래도 부르고 떠들면서 돌아올 수 있었다. 내년부터는 1,2학년이 해마다 생태전환 현장체험학습으로 이뤄지는 수목원 방문지에서 세종은 빼야 할 것 같다. 격년으로 운영이 되니 작년에 갔던 화성 쪽이 내년에는 시행이 될 것 같은데, 내후년에는 세종이 아닌 다른 곳을 찾도록 안내를 해야할 것 같았다. 아울러 시기도 조정이 필요할 듯했다. 작년 이맘 때 기온보다 5도는 더 올라간 듯 했던 오늘 날씨는 체험할 날로 적당하지 않았다. 기후변화도 생각해야 하는 시절이 참으로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하루였다. 최근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주장하는 학자들이나 운동가들 일부는 자녀를 더 이상 낳지 않겠다는 선언(?)도 했다고 한다. 어차피 태어나도 기후변화로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할 세상에 2세를 낳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무섭다. 뜨거웠던 현장체험학습날에 참 많은 생각이 들었던 하루였다. 아이들과 만난지 101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김없이 찾아온 백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