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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Jun 13. 2024

아마도 내 심정은 모를 거야

(2024.06.13.)

아이들마다 시기가 있다. 점핑하는 시기 말이다. 지금은 잔잔하고 뒤처지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달라지면서 학습면에서나 생활면에서 점핑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1학년을 맡은 5년 동안 내가 깨달은 게 있다면 지금의 모습으로 앞으로의 모습을 단정짓지는 말자는 주의이다. 물론 오늘을 하는 아이들이 고쳐야 할 부분과 지원해야 할 부분, 생각하고 연구하여 교사로서 더 노력해야 할 지점을 찾아가는 점은 당연한 영역으로 남겨 놓고 말이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100일 거치면서 달라진 면이 있다면 담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동화를 들려줄 때나 수업을 할 때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모습이 늘었다는 점, 어디를 갈 때마다 내 손을 잡으려 달려드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나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경향도 짙어져 간다는 것. 이것만 해도 나는 충분히 아이들과 잘 지내고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긴장감도 풀어지고 교실 밖 풍경과 환경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아이들이 조금씩 학습에 대한 집중력을 잃어가는 모습이 보여 앞으로 이점만 보완이 된다면 더 할 나위 없을 듯하다.


오늘은 오랜만에 우리 아이들이 다 모인 탓에 그렇게 기다리던 책을 읽어주었다. 러셀 에릭슨의 <화요일의 두꺼비>. 역시나 오늘 아이들이 궁금할 지점에서 끊었더니 원망 섞인 말들이 쏟아진다. 그런데 너무도 재밌고 웃긴 건 내가 이 지점에서 멈춰야겠다고 생각할 즈음, 아이들의 표정을 봤더니...마치 우리 아이들이 '여기서 선생님이 멈출 것 같아, 어쩌지?'하는 표정이라는 것. 속으로 큭큭 웃으며 마무리를 했지만 아이들이 이야기에 집중해 있던 모습이 정말이지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내일도 책을 읽어주며 그 모습을 다시 보고 싶을 정도였으니. 앞으로 점점 재미삼아 내가 이렇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아쉬운 점은 첫 시간 뺄셈수업에서였다. 그렇게 가르기 모으기를 했는데도 더하기와 빼기가 어느 지점에서 상관 관계가 있는지를 절반의 아이들은 아직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학교만의 학습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시켜야 하나 싶기도 하다. 이런 학습 속도면 살짝 걱정이 되면서도 오히려 이런 과정에서 어느 순간 점핑을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 등을 밀어 앞으로 가라 재촉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좀 더 다지고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가정에서 살짝 관심을 보이시길 바라는 말씀을 다음주 다모임을 하면서 드리는 정도로 일단은 가보려 한다. 우리 아이들은 분명 잘 할 수 있다고 믿고 싶고 믿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어시간, 오늘의 글자 'ㅅ'의 배움 속도는 이전과 달리 빠르게 전개가 됐다. 물론 빨라지면서 대충 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이래저래 집중력이 살짝 떨어져 가는 아이들도 보이는데, 하나를 하더라도 정성을 들이자는 나의 외침이 아직은 이 아이들 가슴 속까지 파고들지는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잘 하고 싶은 마음과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 거기다 아직은 자유롭지 못한 손놀림이 섞인 결과라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부족한 지점은 알려주되, 앞으로 끌고 가려 하지는 말아야지 하는 것이 요즘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이런 내 맘을 모르는지, 마냥 나가서 뛰어 놀고만 싶어하는 우리 아이들.


점심시간이 끝나 방과후를 가야 하는데도 그렇게 불렀는데도 교실로 오지 않는 아이들. 속으로는 웃지만, 겉으로는 정색해야 하는 나의 이런 심정을 요녀석들은 아마도 모를 것이다. 이렇게 또 이렇게 아이들과 얼키고 설키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102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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