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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Jun 17. 2024

다져 질 시기는?

(2024.06.17.)

6월 중순으로 접어 들면서 이제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어다 싶은데, 욕심은 금물이다 싶다. 이 시기에 생활면이나 학습면이나 채워야 할 지점들이 아직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세상 그 무엇보다 중간놀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아이들. 오늘은 느티나무동 텃밭 가는 길에 뱀이 등장해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공사로 시멘트 바닥이 부서지고 패인 틈 속 구멍으로 뱀이 드나들었던 것. 급히 나는 학교 소통방에 공지를 올려 수습을 부탁했다. 한동안 아이들은 파인 구멍 위로 돌탑을 쌓아 놓고는 무언가 대단한 일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뛰어다니며 중간놀이 시간을 다 허비(?)했다. 그렇게 돌아다니며 뛰어 들어온 아이들의 얼굴은 상기 돼 있었고 빨갛게 달아 올랐다.  


그런 뒤의 수업이 원활히 될 리가 없었다. 숨은 차 오르고 얼굴은 달아 올라 있고 올려 놓은 수학책과 공책 사이로 아이들은 지난 한 달 간 배우고 익힌 덧셈과 뺄셈 문제를 풀어야 했다. 하지만 그 한 달 동안 배우고 익힌 것을 잘 잇지 못하고 모든 걸 백지상태로 만들어 놓은 아이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천천히 가고 다져 가면 확실해 질 거라는 나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는 순간이었고 내가 무얼 잘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두 시간 내내 머리를 맴 돌았다. 조금씩 감을 잡는 아이들도 나타났지만 몇몇 아이들은 보강이 꼭 필요한 상태로 보였다. 큰 문제는 아니다 싶은데, 누적이 문제다.


공교육은 기다려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기다려주면서 어떻게 피드백을 할 것인지를 뚜렷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걸 잃고 다음 학년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오늘 4학년인 독서 동아리 한 학생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교실 문 앞에서 손짓을 한다. 오늘부터 지난주 했던 과제를 검사 받겠다 했던 것. 그런데 오자마자 들고 와 기특하다 싶은데, 역시나 내용이 부실하다. 물론 오늘 같이 보고 고쳐주겠다 했지만, 써 온 것 봐도 놓친 게 많은 상태로 보였다. 이렇게 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하는 게 1학년 교사인 내 몫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누군가 아이들은 세상에 놀고자 태어났다고 했다. 무슨 말인지 그 취지는 알고 나 또한 그 기본 철학은 존중하며 따르려 한다. 


그러나 공교육 시스템에 들어온 학생이 배워야 할 시기에 꼭 해결하고 넘어갈 지점을 놓치면 생기는 문제는 곳곳에서 생긴다. 누적이 되면 고학년이 돼 수업 자체를 즐길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놀기는 놀되, 어른들이 지나친 학습이 아니라 꼭 챙길 지점은 챙겨줘야만 하고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주지 시킬 필요가 있다. 기다려주는 교육이라는 훌륭한 철학에 놓치고 있는 지점이 있는 지를 반드시 챙겨야 하는 것은 교사와 부모의 몫이다. 읽고 쓰고 수학적 사고를 하며 성장한 학생은 모든 활동에서 깊이 있는 결과를 보여준다. 수준 차를 넘어서는 즐기는 학습이 가능한 것이다. 그제야 노는 기쁨과 환희도 덩달아 얻을 수 있다. 


오늘은 우리 아이들이 좀 더 다져 질 수 있도록 내가 더 노력해야 하고 신경 써야 하는 지점이 어딘 지를 계속 생각했던 날이었다. 내일 보호자 분들과 다모임을 갖는다. 거기서도 이런 문제를 함께 나눠야 할 것 같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106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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