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8.)
어느덧 10월의 마지막 주가 됐다. 잔뜩 흐린 날에 교실로 들어섰다. 오늘은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게 돼 우리반 준*보다 앞서 들어왔다. 좀 이따 지난 금요일 고열로 아파서 등교를 못했던 준*가 들어오는데, 오자마자 책상자에서 책을 꺼내 든다. 이제는 거의 자동이다. 앉자마자 책을 소리내어 읽는다. 안타깝게도 오늘 4교시를 마칠 즈음, 머리에 열이 다시 오르고 아프다고 해서 점심도 먹지 못하고 집으로 가야 했다. 다행히도 얼굴은 나빠보이지 않았다. 내일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와야 할 텐데...
오늘 첫 수업은 수요일에 우리 교실을 찾을 최향랑작가의 그림책 두 권을 아이들과 같이 보는 시간으로 보냈다. 첫 권은 <숲속 재봉사의 꽃잎드레스>. 이것은 큰 책으로 보았다. 오래 전 사두었던, 해마다 우리 학교를 찾는 최향랑작가의 사인도 받아 놓았던...아이들은 사인 흔적에 신기해 한다. 그리고 아기자기하고 올망졸망, 다양한 색으로, 여러가지 꽃잎과 줄기, 꽃들로 붙여 놓고 만들어 놓은 꽃잎 드레스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어 아이들에게 한 권씩 선물로 준 최향랑 작가의 신간 <숲속 재봉사의 옷장>을 나눠주었다.
그리고는 함께 보려 하는데, '재봉사'가 뭐냐고 질문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재봉사'라... 이제는 잘 쓰이지 않는 말. 직업은 남아있지만, 기계가 대치하고 맞춤이 아닌 대충 맞는 옷을 입는 시대에 낯선 말. 어쨌든 옷을 만드는 전문인을 일컫는다는 뜻을 전하며 숲속 재봉사의 옷장에는 철마다 어떤 옷이 있고 누가 입는지를 살펴가며 그림책을 보았다. 철마다 가기 다른 동물들이 입는 옷들. 살짝 접어서 펼치는 팝업책이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더욱 불러 일으켰던 책을 함께 읽어나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도 저마다 좋아하는 색의 옷이 있었고 스타일이 있었다. 복 받은 아이들. 나 때는 상상할 수 없었던 시절이 문득...
중간놀이 시간 뒤로는 수학으로 이어졌다. 오늘의 최대 관건은 10을 이용한 뺄셈 정복. 그런데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지난주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생각했던 덧셈에서 버벅거리는 아이 둘. 이제는 그냥 넘겨서는 안 될 것 같아서 도우미선생님과 함께 집중지도를 해야만 했다. 다시 덧셈을 확인하고 들어간 뺄셈. 10을 이용한 뺄셈은 두 가지 방법이 교육과정에 제시돼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빼는 수를 앞 수를 고려해 10을 고려한 수와 그 나머지 수를 만들어 두 번 빼는 방법이고 두번째 방법은 뺏김을 당하는 수를 10과 다른 수로 구분하여 남은 수를 10에서 빼어 또 남은 앞수를 더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두 번째 방식을 이해하기 어려워 한다. 그래서 교과서에서도 그림으로 설명을 하고 구체물을 사용하게 하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아이들은 쉽게 이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기계적으로 풀어내는 아이들은 생기지만. 그것을완벽하게 이 시기에 알고 가는 아이들은 드물다. 그래서 이 지점에서 대부분의 교사들은 두 가지 방법 중 아이들이 가장 쉽게 생각하는 것(대부분 첫번째 방식)을 선택해서 가는데, 엊그제 서울 수학공부하는 모임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쟁점 논의가 있었다. 오늘 실제로 그것을 확인하려는 순간이었고 나 또한 늘 부닥치는 문제였는데, 의외로 잘 해결(?)된 상태로 수업을 마쳤다.
그것은 수셈판 덕분이었다. 아이들은 수셈판보다는 바둑알이나 에그블록을 더 좋아해서 그것으로 해결하려 했는데, 일단 수셈판으로 개념을 익히고자 해서 이걸로 시작을 했는데, 두 줄로 나뉘 상태에서 빼어서 남는 두 줄에 걸린 구슬을 더하는 것으로 설명을 했더니 아이들은 이게 더 쉽단다. 이 과정을 말하게 하고 머릿속에 반복해서 떠올리며 문제를 풀자고 했더니 꽤 그렇게 한다. 아직은 숙달이 된 상태는 아닌데,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에 두 번 빼는 방식보다 수셈판을 이용한 이 방식이 더 쉽단다. 17에서 두 줄로 나누면 10과 7인데, 여기서 10에서 빼는 수 9를 하면 윗줄이 1이 남고 밑에는 그대로 7이 남아 두 개를 그냥 더하니 8. 이게 눈에 아이들은 더 잘 보이는 듯했다.
어쨌거나 연습은 더 필요해 보이고 쉽게 다가서지 못한 아이들도 있으니 더 챙겨봐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오늘 희망이 보여 안심이 되었다. 다음주까지는 줄기차게 연습을 시켜 나가야 할 듯하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오늘 수업도 여기서 끝. 11월을 앞두고 방방 뜨기 시작하던 아이들을 다잡아 함께 나가야 할 시기가 됐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40일째이고 헤어질 날을 66일 앞두고 있던 날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