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5.)
오늘은 주로 1학년 아이들이랑 독서 감상문을 쓰는 시간으로 보냈다. 통합교과도 있었고 보건수업도 있었지만, 다른 거 다 제쳐두고 읽은 책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를 오늘은 아이들과 집중적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고학년 아이들도 생활글과 감상글의 차이를 현격하게 보이는데, 벽이 없다고 생각한 우리 1학년 아이들이 일기를 그나마 편하게 쓰지만, 읽을 책을 나름 정리해서 쓰는 건 어려운 모양이었다. 오히려 생각나는 대로 마구(?) 쓴 글이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그런 아이들은 그 자체로 인정해 주었다. 문제는 어떻게 써야 할 지 모르는 아이들. 몇 번이고 책 이야기를 하고 그 이후의 활동이야기를 했지만, 1학년 아이들이 그것을 한 번에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순간 판단을 해야 했다. 그냥 넘겨야 할 것인가, 제대로 가르쳐야 할 것인가?
일기를 나름 오늘도 잘 써 준 아이들을 믿고 가보기로 결정했다. 제대로 가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불러서 이렇게 저렇게 써 보자는 제안을 했다. 이를 테면, 책을 읽고 재미있었던 점, 슬펐던 점, 아쉬웠던 점, 새롭게 알게 된 점과 전제적인 느낌과 생각 등 이런 지점을 하나 하나 확인하면서 한 꼭지 써오면 살펴봐 주고 다른 꼭지를 써오게 하는 식으로 게속 반복했다. 일단 쓰고 무슨 내용인지 알 수만 있으면 통과시켜 주었다. 내 지도를 받은 서너명의 아이들이 고마운 건 무던히도 이런 과정을 따라와 준 것이었다. 시간은 매우 더디었지만, 아이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책을 읽고 난 뒤 생각을 정리하는 법을 익히길 바랐다. 더 바라는 건 이런 틀이 없어도 자기 생각을 영화 보듯이 방금 겪은 일을 쓰듯이 자유롭게 써 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한 가지 제대로 한다는 것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어린 초등 1학년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독일의 초등교사였고 이제는 대학교수가 됐다는 페에치쉬의 <교실혁명>을 예전에 참으로 인상 깊게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한 번 더 읽은 적도 있는데, 400쪽이 넘는 두꺼운 교육실천 책인데, 사진 한 장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책 부제에는 '아이들은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라고 쓰여 있다. 난 학교와 교사, 부모가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우리 아이들은 지금보다 훨씬 잘 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 다만 그것이 공부를 위한 공부, 선행학습이 아닌 순전히 배움으로 안내하는 과정임을 전제로 한다. 예전에 내가 실천한 내용 중 많은 선생님들이 1학년들이 어떻게 큰 따옴표를 써서 글을 쓰냐고 했고 글씨가 왜 이렇게 바르냐고도 했다.
내용은 물론이다. 그런데 그건 많은 어른과 교사들이 1학년 아이들은 이 정도면 됐다는 선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문장부호가 어떤 특징이 있는 지 알게 되면, 직접 자기가 쓴 글에서 구현을 해야 한다. 그것을 자주 해야 한다. 그러나 교과서에 묶여 있으면 그냥 외우고 부호가 무언지만 알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큰 따옴표 작은 따옴표도 잃상에서 자주 쓰지 않으니 아이들이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지, 집중해서 연습하고 반복해서 쓰면 어린 아이들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읽는 것도 다르지 않다. 분절된 텍스트와 기능화된 학습목표 중심의 기계적인 교과서 학습으로는 이런 지점에 결코 도달할 수가 없다. 지금보다 우리 아이들이 더 잘 할 수 있다는 지점에는 문제의 교육과정과 교과서에서 비롯한 수업문화와 풍토가 있다.
오늘 우리 반 아이들은 일기를 또 써 주었다. 일기를 자주 쓰고 싶다는 아이들도 꽤 됐다. 그 마음이 오래가길 바라고 또 오래갈 수 있게 내가 두 달 동안 열심히 도와 주려 한다. 오늘부터는 그날 인상 깊은 글을 쓴 아이들의 글 몇 편을 올려 놓으려 한다. 아래 글을 쓴 아이 중에는 입학할 때, 한글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입학한 아이들도 있다. 그 아이들이 1학년 2학기 11월초에 이런 글을 쓸 수 있게 됐다. 대견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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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일 금요일
날씨: 바람이 내 몸을 탐험한 날
강아지똥 낭독극 : 전**
오늘 다모임실이랑 교실에서 엄마 아빠가 오기 전까지 연습을 했다. 다모임실에서 다*이가 갑자기 말을 했다. 어떤 말인지는 벌써 까먹었다. 그리고 저녁식간이 되자 선생님이 도시락을 주셨다. 도시락은 뭐냐면 김밥과 유부 초밥이 들어가 있었다. 거기에는 고무줄이 있었다. 진서가 고무줄을 보자 좋아했다.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근데 진서 책성이 흔들려서 말했다.
"너, 도시락 엎어질라."
라고 말했다. 그리고 공연시간이 되자 우리는 시청각실에 갔다. 첫번째로 풍물할 때, 커튼이 열리자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엄마 말대로 동작을 크게 하니까 엄마가 좋아하셨다. 두 번째로 연극을 할 때 들어가려고 할 때 아빠가 왔다. 오랜만에 아빠가 와서 좋았다. 그리고 연극할 때 내 차례가 왔을 때 사람들이 웃었다. 내 차례가 왔을 때 사람들이 웃었다. 아마도 잘했따는 표시일 거다.
2024년 11월 4일
날짜: 바람이 나를 덜덜덜 떨게 만든 날
거산초 개축식 | 전**
오늘은 개축식이다. 그래서 엄마가 나를 학교로 데려다 줬다. 왜 엄마가 나를 학교로 데려다 줬냐면 엄마가 2학년 생태지원단이어서 2학년 생태수업을 도와주러 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개축식에 갔다. 거산초 밴드를 봤다. 밴드를 보면서 나는 '우와, 잘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드럼을 배우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냥 재미있을 거 같았다. 학교 공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들었다. 근데 무슨 말이니 하나도 못 알아 들었다. 왜 모르겠냐면 너무 어렵게 말해서 모르겠다. 개축식 축하 떡에 맛은 나한텐 쫄깃쫄깃하면서 너무 달았다. 근데 맛있었다.
2024년 11월 4일
날씨: 덥기도 하고 춥기도 한 날
불쌍한 내 이빨 | 박**
드디어 내 이가 빠졌다. 이를 뺄려고 할 때 너무 너무 무서웠다. 그래도 막상 빼보니까 그렇게 아프진 않았다. 내가 이를 뺀 방법은 이에 실을 묶고 고개를 끄덕끄덕 두 번을 해서 이가 빠진 거다. 하지만 한번 만에 성공한 건 아니다. 처음엔 동생, 오빠, 엄마가 내 이를 뺄려고 했다. 하지만 동생, 오빠, 엄마가 무서워서 못 뺐다. 그래서 내가 한다고 했다. 나도 무서워서 처음에 살살했다. 그 다음에는 조금 쎄게 했따. 그 다음에 고개를 끄덕끄덕 한 것이다. 이를 빼서 좋았다. 하지만 내 이를 동생 소*가 가져갔다. 그런데 소하가 그만 세면대에 빠뜨렸다 불쌍한 내 이빨.
2024년 11월 4일 월요일
날씨: 풍선도 안 흔들릴 것처럼 바람이 안 부는 날
제목: 학교생일 | 곽**
나는 오늘 호우 시간에 거산초등학교 생일에 갔다. 그런데 학교 생일 시작하기 전에 애들이 소나무잎 씨름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했다. 학교 생일이 시작했는데 나랑 아이들은 소나무 씨름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랑 친구들은 혼이 났다. 그래서 속으로 생각했다. '안 할 걸.'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거기에는 누나 6학년 형 또 내가 엄청 좋아하는 훈이 형아도 있었다. 어떤 누나는 노래하고 6학년 형은 기타를 치고 훈이형은 드럼을 쳤다. 그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건 규현이형 아빠가 드럼을 치는 거가 웃겼다. 끝나고 꿀떡도 받아서 좋았다. 그리고 돌봄 가서 떡을 먹었다. 먹기 전에 군침이 돌았다. 좋고 맛있었다. 한 가지 더 있는데 학교 생일이어서 누나 형아 엄마 아빠들이 왔다. 그냥 학교 행사 분위기가 아니었다. 1학년 때의 마지막 소중한 분위기였다.
2024년 11월 4일 월요일
날씨: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운 변덕쟁이 날씨
학교 생일에 못 간 날 | 이**
오늘은 하교 놀빛 마당에서 학교 생일 파티를 하는 날이다. 하지만 나는 병원 두 군데를 가야 해서 못 갔다. 왜냐하면 아직 노란 콧물이 나서 소아과로 가야 되고 이가 썩었나 안 썩았너 확인하러 치과도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못 갔다. 내가 엄마한테 이렇게 말했다.
"학교 생일은 일 년에 한 번인데, 병원은 일 년에 3-4번쯤 가잖아. 병원은 언제든지 갈 수 있잖아."
나는 소리쳤다. 엄마는 가야 한다 했다. 나는 가기 싫었다. 하지만 가야 해서 갔다. 나는 학교 생일 파티를 안 해봐서 꼭 해보고 싶었다. 못 갔다. 내년에는 꼭 갈 거다. 너무 아쉬웠다.
2024년 11월 4일 월요일
날씨: 찬바람이 내 몸 속에 들어온 날
두 발 자전거 | 문**
나는 자전거를 열심히 탔다. 그런데 잠깐 쉬다 했다. 왜 쉬고 했냐면 힘들어서 쉬다 한 거였다. 그래서 더 타려고 했는데 날이 좀 어두워서 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다시 나갔다. 왜 집에 들어갔다 나왔냐면 추워서 점퍼를 가지고 가려고 다시 들어갔다 나온 거였다. 글서 점퍼를 가주고 자전거를 나갔는데 너무 추워서 자전거를 조금만 탔다. 타다가 넘어져서 자전거를 세웠다. 그러고 나서 집으로 돌아갔다.
2024년 11월 4일 월요일
날씨: 작은 구름이 됐다가 큰 구름이 된 날
달걀 실험 | 한**
오늘 엄마가
"이 물건을 뭘까?"
라고 퀴즈를 내셨다. 나도 그 물건이 궁금했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저 물건을 뭘까? 로켓인가?'
맞히는 기회는 다섯 번 뿐이다. 벌써 네 번의 기회를 날려 버리고 한 개가 남았다.
'으 아아아! 빨리 맞춰야 해!'라고 생각했다. 겨우 겨우 맞췄다. 이 물건은 계란을 안에다 넣고 줄을 잡아당기는 것이었다. 이유는 그렇게 하면 흰자와 노른자가 섞여서 더 맛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실험을 한다. 먼저 날계란을 넣고 줄을 돌렸다. 그 다음에 삶았다. 다 삶고 한 번 까 봤다. 근데 한 개만 섞였다. 그래서 실망했다. 이렇게 생각했다. '다음부턴 더 잘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