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6.)
1학년에게 일기를 쓰게 하는 순간부터 해마다 공통적인 모습은 전에 없이 글에 매달린다(?)는 거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앞서고 선생님에게 글을 보여준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1학년 어린 아이들 마음에도 있는 것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장문에 문자를 보낸 어머님이 계셨다. 아이가 일기장을 잃어버려 어제 내내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단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 아이는 학교에 신나게 오더니 떡하니 다른 종이에 일기를 써서 내민다. 어제 있었던 일은 줄줄줄 써댄 것이다. 또 다른 아이는 일기 속에서 읽어낸 마음이 있었다. 어제 자기 혼자 일기를 쓰지 못해 나에게 시원찮은 말을 듣고 별까지 원하는 개수를 받지 못해 속상한 마음을 일기로 풀어내었다. 어찌하였든 두 아이는 속상한 마음을 글로 마구 풀어내었고 절로 풀어내었다. 끙끙 앓은 듯 글을 썼던 아이들이 글문이 트인 날이된 셈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 아이들은 담임이 알게 모르게 자라고 있었고 그동안 꾸준히 책을 읽고 들려주고 가정에서 책을 읽게 하고 온작품읽기 수업으로 책을 만나게 하며 부지런히 낱말과 문장, 겪은 일을 쓰게 하는 공책을 만들어 연습을 시켰던 지난했던 과정을 우리 아이들이 잘 이겨 내 주었다. 오늘 사내아이 둘이 써 온 일기를 보며 얼마나 웃고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른다. 한 아이는 한글을 모르고 입학한 아이였고 다른 한 아이는 글을 쓰는데 벽이 있어 자기 생각과 마음을 글로 뚫어 내기가 어려워 했더랬다
오늘 아침에 각기 다른 계기로 말문이 아니라 글문(?)이 터진 아이들을 보고 이제 2학년으로 올려 보내도 되겠다 싶었다. 한 아이는 어제 이제 며칠 되지도 않은 11월 1일부터 시작한 일기장을 잃어버려 어제 내내 울고 오늘 학교로 왔는데, 다른 곳에 열심히 써서 가져온 글이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이 아이는 한글을 익히지 않고 1학년에 올라온 아이였는데, 어머님이 아침에 보낸 사연과 문자에 일기를 쓰는 게 마치 뭘 먹는 것처럼 맛있다고 했단다. 이 아이 일기사진과 글을 타이핑해서 올린다. 맞춤법은 틀린 대로 하고 띄어쓰기만 신경 씀.
날짜: 2024년 11월 5일 화요일
날씨: 바람이 나를 얼게 한 날
제목: 일기장이 살아져서 괴로운 날 | 곽**
나는 오늘 학교에서 수호의 소중한 일기장 1을 잃어버렸다. 왜냐하면 일기장만 손에 들고 갔다. 돌봄교실에 가서 수호의 일기장1을 가방 위에 놓았다. 그리고 채스하러 들어갔다. 채스가 끝나고 일기장은 생각 한 개도 안 하고 스팠줄(줄로 이은 놀이기구) 갈 생각만 했다. 그리고 그만 일기장을 잊은 채 밖으로 뛰어 나갔다. 5분 놀고 나서 버스를 탛다. 내가 내리는 버스 정유장에서 내려서 내가 오는 일기 별 5게 바닿다는 걸 보여주려고 가방문을 열었는데 일기장이 업었다. 그재야 알았다. 내 눈에서 눈물이 파도처럼 쏬아젔다. 선생님한태 호날 것 때문이 아니라 내가 열심히 쓴 일기 때문에였다. 억게가 축 내려 같다. 엄마가 오늘만 학교에 가준다고 했다. 나는 날아갈 듯이 기뻤다. 근대 막상 가보니가 얿졌다. 앙몽을 꾸는 것보다 괴로웠다. 이 세상에 안 살고 싶을 정도로였다. 정말 정말 괴로운 하루였다.
다른 아이는 한글은 잘 익혔고 책도 그런대로 읽는 편인데, 글문을 트기가 어려운 아이였다. 어머님도 그게 답답했는지 엊그제 일기를 살짝 도와주신 티가 나서 아이에게 물었더니 처음에는 자기가 다 썼다고 했다가 나중에 그렇지 않다는 걸 실토(?)하는 바람에 처음에 주었던 별표 5개에서 두 개를 지우며 본인이 스스로 쓴 글이 최고이니 어머님의 도움은 조금만 받으라고 했다. 나는 좋은 글에 별표를 매기며 절대평가로 이전과 좋은 글, 삶이 담긴 글을 쓰면 별표를 많이 매겨주곤 한다. 어린 아이들이라 별표에 처음에는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게 초기에는 일기쓰기에 빠져 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는 그 지점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편이다. 때로는 아래 일기 같은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데, 뭐 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별표를 매기는 또 다른 이유는 문집에 실을 때 참고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 지점을 보호자들과 아이들에게 강조하고 또 강조하여 오해가 없게 하고 있다. 어쨌든 이런 계기가 되어서 우리반 하*이는 글문이 트이는 경험을 하게 됐다. 오늘 별 다섯 개로 보상을 해주었다. 이제 혼자 쓰겠다고 한다.
날짜: 2024년 11월 5일 화요일
날씨: 점점 더워서 옷을 하나씩 벗은 날
제목: 별 다섯 개에서 별 세 개 된 날
오늘 일기장 검사를 했다. 선생님 앞에 서니 마음이 두군두군 거렸다. 왜냐면 별 점수 궁금해졌다. 별 다섯 개를 받었는데 선생님이 물어 보셨다.
"이거 너가 씀 거니?"
"엄마가 조금 도와주셨어요."
라고 말하니 선생님이 별 두 개를 지우셔서 눈물이 나오는 걸 참고 집에 와서 눈물하고 콧물로 세수한 것처럼 울었다.
오늘은 이 내용으로 하루 일기를 대신한다. 아이들과 만난지 249일째 되는 날이었고 헤어질 날을 57일 앞둔 날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