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2.)
오늘 아침은 김치 담그는 날. 일 년에 한 번 있는 날. 우리 학교에는 같이 하는 행사가 많다. 그 중 하나가 이렇게 텃밭에서 키운 무랑 배추를 뽑아 다듬고 절여 오늘 마침내 김치를 담는 날. 지원단 두 분이 함께 해주셔 수월하게 했다. 파와 양파 등 채소를 아이들도 직접 씻어 썰고 배와 사과를 쪼개 믹서에 갈고 고춧가루와 마늘 다진 것, 새우젓과 멸치액젓, 매실즙을 섞어서 양념을 만들고. 그렇게 섞고 섞어서 마침내 깍두기를 담게 되는 모든 과정을 아이들과 함께 했다.
평소에 김치를 담지 않아 양념 만들기에 조심스러웠던 우리 어머님들도 함께 만든 양념 맛에 스스로 감격해 하고 아이들이 가져온 상자에 나눠 담아 모두 함께 기뻐하는 지점까지 모두 함께 즐길 수 있었다. 교실에 모든 것을 가져다 정리한 뒤에 나는 수고해주신 두 분 앞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 인사를 시켰다. 감사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2학기 종업식날. 나는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곳곳을 돌며 지난 일 년 동안 학교를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인사를 드리게 할 것이다.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자기 혼자 살 수도 없고 스스로 뛰어나 자라는 것도 아닌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공정과 상식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공평의 개념이 똑 같이 가르는 게 아니라 부족한 이에게 더 주고 나눠주는 일에서 세상은 공평해지고 평등해진다는 것을 맨 꼭대기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이부터 깨달아야 세상이 조금이라도 달라지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은 김장을 담으면서도 이런 지점을 깨닫고 살아가야 한다. 단순히 김치 하나 담는 게 전부는 아닌 것이다.
김치를 담근 뒤에는 조금 늦은 중간놀이 시간을 주었다. 그러니 절반의 아이들은 오후에 있을 알뜰시장 놀이 준비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시간 내에 교실로 들어오는 것, 시간 내에 다음 수업을 시작하기를 약속하고 그렇게 또 다음 수업 준비를 했다. 오늘의 자투리 수업은 수학이었다. 지난 번 하지 못한 나머지 뺄셈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 그리고는 수학익힘문제로 복습을 하도록 했다. 역시나 두 아이는 잠시 헤매다가 천천히 자리를 잡아간다.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한 아이들. 어느 정도 해결을 했다 싶으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 됐다. 아이들을 데리고 급식실을 다녀와서는 곧바로 알뜰시장 채비를 했다.
지난해 이어 두 번째다. 저마다 가지고 온 물건들을 다목적실에 펼쳐 놓고 팔 준비를 하도록 했다. 일찍부터 자기들끼리 서로 사고 팔겠다고 예약을 해 놓는가 하면 팔 준비는 안 하고 살 준비부터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장은 시작이 되었는데, 생각보다 우리 반 아이들 물건이 괜찮았는지 완판하는 아이도 일찍부터 나왔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물건을 사는 재미에 더 푹 빠져든 아이들 때문에 웃기도 하고 어이없어 하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중에 교실에 들어왔을 때는 가져 가야 할 깍두기 한 상자에 잔뜩 사 가지고 온 물건 때문에 한동안 챙기느라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65일째 되는 날이었고 헤어질 날을 41일 앞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