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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Dec 02. 2024

12월의 시작과 끝에서

(2024.12.02.)

12월의 첫날이다. 사실 어제가 첫날이지만, 직장인에겐 오늘이 첫날이다. 오늘은 한동안 멀리 떠나 여행을 하고 돌아온 승*가 오는 날. 오자마자 선물꾸러미를 펼쳐 든다. 친구들에게 건넬 컵받침대랑, 친구들이랑 나눠 마실 차를 꺼내 내게 내민다. 복숭하 티는 같이 마셨는데, 그러고 보니 컵받침대는 빠뜨렸다. 내일 챙겨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아이들이랑 책을 읽고 아침을 열었다. 오늘은 그림씨의 첫 주제어 '검다'로 시작했다. 그림씨(형용사)는 무슨 뜻이며 어떤 말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오늘은 '검다'로 시작을 했다. 


원활하게 써내려 가는 아이들. 일단 쓰기 전이 문제지 쓰고 나면 거침없이 내려간다. 그동안 나는 아이들 일기를 살폈다. 그런데 예*의 글이 눈에 띈다. 자기도 그 글이 맘에 든 건지, 재밌어서 그런 건지, 읽어 달라고 하고 별을 몇개나 받았는지 궁금해 한다. 잘 써서 무조건 다섯 개. 이렇게 재미난 글에 그때 그 모습을 떠오르게 만든 글이라면 더 할 나위가 없다. 글을 쓰며 졸려 죽겠던 마음과 그때 그 모습을 졸리면서 써내려간 예*의 귀여운 모습이 마구 마구 떠오른다. 날씨 표현도 기가 막힌다. 


날짜: 2024년 11월 29일 금요일

날씨: 바람 땜에 나뭇잎이 다 떨어져 나무도 옷이 있어야 되는 날씨

제목: 눈이 감긴다


일기를 써야 하는데 눈이 감긴다. 지금도 감긴다. 너무 졸리다. 졸려서 그만 쓰고 싶다. 눈이 감긴다. '이아아아~ 선생님, 일기는 이제 졸려서 그만 쓸 게요. 내일은 일찍 일기 쓸 거다. 그럼 이제 그만 해야겠다. 모두 안녕~' 눈이 감긴다.


중간놀이 시간 이후에는 수학 시간. 오늘은 1학년 수학의 마지막 단원. 규칙찾기. 교과서에 실린 내용을 참고하여 왜 수학에도 규칙이 필요한지를 살펴보게 한 뒤에 편하게 세상에서 만날 수 있는 규칙을 살펴보게 했다. 당장 우리 교실의 사물함에도 규칙이 있었다. 학교 벽에도 벽돌이 규칙적으로 배열이 돼 있고 바닥도 다르지 않다. 일상에서 자주 만나는 규칙을 떠올리며 오늘 배울 것을 하나 둘씩 해결해 나갔다. 나중에는 바둑알을 나눠주고 자신이 만든 규칙을 설명해 보게 했다. 그랬더니 기발하게 하는 녀석이 있다. 재*이다. 수학을 그렇게 하기 싫어하며 성취감과 좌절감을 수시로 맛보는 녀석은 규칙단원에서는 자신의 삶을 투영해서 그대로 보여준다. 뱀처럼 바둑알을 배열하면서도 규칙이 있게 만든 것이다. 


칭찬을 많이 많이 해주었다. 그제야 다른 아이들도 하고 싶어 해서 만들게 했다. 수학에 수와 연산이 가장 비중이 높아서 자칫 아이들이 머리 아파하고 하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규칙 찾기에서는 자기 생각과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아이들이 있다. 수학에 재밌는 요소가 있다는 경험을 자주 시켜주어야 하는데 현실은 쉽지 않다. 그나마 놀이로 수와 연산도 이끌어가지만, 생각하는 걸 싫어하는 건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그것을 즐기는 이가 사실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배우는 것이 힘들지만 한 번 해 볼 가치가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게 선생의 역할, 어른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12월의 첫날이었다. 아이들과 만나지도 벌써 275일째가 되고 아이들과 헤어질 날도 31일을 앞두고 있었던 날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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