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2.)
벌써 12월이고 이제 거의 끝이 보이는데, 우리 반 아이들은 늘 이렇게 1학년 교실을 들어설 것처럼 오늘도 반갑게 인사를 하고 교실로 들어온다. 시끌벅적 무슨 이야깃거리가 그렇게 많은지. 오늘도 아침에 책을 읽고 나서는 오늘의 첫 수업. <맨 처음 글쓰기>를 했다. 오늘의 그림씨 주제어는 '크다'. 아이들은 저마다 본 것 중 가장 큰 것을 말한다. 곤충을 좋아하는 우리 재*이는 오늘도 왕사마귀를 꺼낸다. 심지어 50cm만한 크기였다고 뻥을 친다. 다들 코끼리, 호랑이, 사자, 코뿔소를 꺼내는 아이들과 사뭇 다르다. 그럼에도 고집을 좀처럼 꺾지 않는다.
나중에는 영 믿지 않자, 크기를 줄이기 시작해 20cm 크기만큼 줄여 나갔다. 이 1학년을 어찌 할꼬. 다른 이야기지만, 오늘 다른 녀석은 학교 버스에서 지*가 욕을 했다고 하는 제보를 2학년 아이들이 전해주었다. 녀석에게 물어 보았더니 **'라는 심한 욕을 했단다. 그래서 왜 사람에게 그런 심한 욕을 하냐고 하니. 자기는 사람에게 하지 않았단다. 그래서 누구에게 했냐고 했더니... 땅에게 했단다. 하하하. 욕을 하면 나쁜 사람이라는 흔한 충고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 1학년을 어찌할꼬. 이러나 저러나, 이제 이 녀석들도 2학년이 곧 된다.
첫 국어수업을 마치고 중간놀이 시간 아이들은 교실 밖으로 대부분 뛰쳐나갔고 나는 교실에서 오늘 아이들이 쓴 일기를 보았다. 그리고 남은 시간에 두 번째 블록 시간에 해야 할 수업준비를 했다. 오늘 두 번째 블록 시간에는 어제 문패 만들기 후속 작업으로 우드록에 어제 쓴 식구들의 이름을 눌러 써 자국을 남기는 작업을 하고 마무리 잔치 때 부를 노래를 정리하여 불러 보게 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이원수 시인의 백창우 곡 <겨울 대장>을 들려주고 배우게 하고 가사마다 그림을 그려 배경 영상 만들 작업을 하려 했다. 그렇게 오늘 남은 수업은 모두 무난히 잘 마치며 마무리를 지었다.
요즘 나는 아이들과 떠날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보호자분들의 도움으로 문집 타이핑 작업에 들어갔고 학년마무리 잔치 준비...각 교과수업의 마무리, 생활기록부 작성 등으로 또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점점 정이 든 이 아이들과 헤어진다는 생각이 드니 아이들 하나하나가 달라 보였다. 마침 우리 반에 둘 밖에 없는 두 여자 아이가 어제 쓴 포스트 잇 편지가 책상 위에 놓여 있다. 문득 오늘 아침 예주가 그 어제 일을 자세하게 쓰고 마음을 담은 일기를 써 왔던 게 기억이 났다. 그래서 급히 타이핑을 해 보았다. 맨 마지막 말이 내 마음도 간지렸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쓸까. 어디서 배운 것일까.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85일째 되는 날이었고 아이들과 헤어질 날을 21일 남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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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4년 12월 11일 수요일
날씨: 밖에는 추운데 내 마음은 따듯한 날씨
제목: 감동의 연근칩과 편지 | 이**
오늘은 수요일이라서 (학교)매점이 문을 열었다. 일주일에 딱 하루만 문을 열어서 노*와 준*를 따라 엘리베이터로 뛰어 갔다. 문이 열리자마자 솜사탕을 사러 갈려고 잽싸게 뛰어 갔다. 다행히 솜사탕은 있었는데 내 눈에 먼저 보인 건 바로 선생님이 마음에 들었던 연근칩이다. 그래서 나는 솜사탕과 연근칩을 샀다. 내가 직접 사서 기분이 좋았다. 선생님께 드리러 우리 반 교실로 갔는데, 선생님은 없었다. 난 선생님이 없어서 연근칩과 나랑 노*가 쓴 편지만 놓고 나왔다. 난 선생님을 못 만났지만 편지로 마음을 전하니 선생님이 더 감동 받았을 것 같았다. '선생님 저가 선 연근칩 맛있게 드셨죠? 감동의 눈물을 흘리셨나요? 히히히' 마음이 간질간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