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1.)
피곤했다. 어제는 군에 간 아들이 휴가 차 잠시 왔던 터라 일찍 나가서 저녁 식사 뒤로 다시 돌아가게 하고 집에 돌아왔더랬다. 그 밖에도 여러 일들로 피곤이 쌓여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일단 일어나서 씻으면 그래도 뭔가 할만 하다. 아직은 직장인으로서 루틴과 몸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교실로 들어서서 차를 끓일 준비를 했다. 오늘은 귤피차. 오랜만에 아이들에게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에 책을 읽고 수업준비를 하는 아이들에게 따라주는데, 이제는 다른 말도 없다. 학년초 무슨 차냐고 냄새를 맡고는 못 마시겠다고 잔소리를 그렇게 하던 아이들이었는데. 이제는 다 큰 것 같았다.
오늘 첫 시간은 온작품 <쿵푸 아니고 똥푸>로 시작했다. 똥푸맨의 등장과 주인공 탄이가 다문화 가정의 아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탄이네가 딸기 농사를 짓는데, 병원에 입원에 계신 아빠 때문에 엄마가 농사를 돌보지 못하고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는 탄이의 엄마를 걱정하는 이야기. 오늘은 주로 탄이의 가정상황을 알게 되는 장면이 많았다. 이 와중에 탄이가 딸기 밭에 거름을 주지 못하는 것에 공감하며 자신이 해 보겠다는 장면에서 마무리를 했다. 아이들은 탄이가 왜 그런 자신감 있는 말을 했는지도 안다. 바로 똥푸맨 때문이다. 말풍선 스티커도 붙이고 똥푸맨도 그리고 흉내내는 말과 등장인물을 살펴 늘어 놓는 것까지 다양하고 깊이 있게 읽는 수업으로 오늘 첫 시간을 보냈다.
둘째 시간은 수학. 오늘은 1학년 수학을 공식적으로는 마무리를 하는 시간이었다. 규칙찾기의 마지막 시간이자 평가로 보내는 시간. 잠시 틈을 내어 아이들에게 100칸의 타일공간을 준 학습지를 주고 교과서 꾸러미 칸에 있는 스티커를 활용해 100칸을 규칙이 있는 모습으로 만들어 보라는 과제도 내 주었다. 처음에는 신나게 재밌다고 달려들었던 아이들이 100칸이라는 양을 채우는데 시간이 걸리자 살짝 피곤해 하기도 했다. 하지만 완성을 다 하고서는 후련해 하기도 하고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규칙찾기 단원은 모두 마무리를 지었다. 이제 남은 2주 동안을 주로 덧셈과 뺄셈을 위주로 해서 확인하고 점검하는 시간으로 보내려 한다.
마지막 시간은 학년마무리 잔치 준비로 전시회를 여는 과정 중 '문패 만들기' 작업으로 아이들을 안내했다. 본디 이 활동은 5월에 하는 것인데,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할 수 있는 여력이 봄에는 없었다. 그래서 부득이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하게 된다. 이전에 했던 활동을 아이들에게 안내하고 보여주며 무슨 활동을 하게 되는지, 문패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려주었다. 종이에 테두리 글씨로 부모의 이름을, 그리고 형제의 이름을 쓰게 해서 우드록에 눌러 베끼고 커터기로 글씨만 빼내어 아이들에게 제공해 나무판 위에 우드록을 목공풀로 붙여 매직으로 칠을 해 꾸미면 나만의, 우리집의 문패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오늘 1차 작업을 했으니 내일은 우드록 위에 눌러 자기만의 틀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할 것이다.
아침에는 무척 피곤했는데, 출근해서 아이들과 지내면 또 이렇게 하루가 간다. 이제 이 아이들과 지내는 일도 3주도 채 남지 않았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84일째 되는 날이었고 아이들과 헤어질 날을 22일 앞두고 있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