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4.)
메리 크리스마스 날도 난 야근이다. 자발적 야근이기는 하다. 26일 학년 마무리 잔치를 준비하려면 오늘 밖에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애 다 키우고 딱히 성탄절을 챙기는 집이 아니어서 그런대로 자유로운 탓도 있다. 더구나 세상이 하 수상하니 도무지 성탄절의 낭만은 찾아오지 않는다. 나라와 국민을 편안하게 해 달라고 뽑아 놨더니 오히려 국민과 나라를 어지럽히고 불안하게 만드는 꼴이라니.. 제발 위정자들이 어서 국민과 나라를 평안하게 해주길 바랄 뿐이다. 그러지 못하면 결국 또 국민이 나서야 한다. 이 나라는 왜 국민이 위정자들을 걱정해야 하냔 말이다.
아침에는 거산초 아버님들이 성탄절을 맞아 전교생에게 산타복을 입고 선물을 건네주는 행사도 열었다. 아이들은 선물주머니를 들고 밝은 얼굴로 교실로 들어섰다. 흥분을 가라 앉히고는 책을 읽게 하고 첫 시간을 준비 시켰다. 오늘의 첫 시간은 낭독극 연습. 마무리 잔치 때 발표하는 낭독극은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됐다. 오늘은 아침에 두 아이가 빠져 제대로 연습을 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아이들이 대신 역할을 해주면서 또 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 모레면 이 낭독극도 모두 끝이다. 오늘 노*는 일기에 놀랍게도 <맨 처음 글쓰기>의 마지막을 하게 돼서 아쉽다고 이제 끝이라는 슬퍼하는 글을 써주었다. 그렇다. 이제 이 아이들과도 모든 게 마지막이 되고 있다.
중간 놀이 시간을 보내고 3-4교시는 지금껏 아이들이 쟁여 놓고 챙겨 놓은 학습결과물을 교실에 장터 하듯, 자기 앞에 펼쳐 놓고 어떻게 전시할 것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 그리고 그 작품을 내가 마련해준 상자에 담아 선물 상자처럼 챙기는 것을 해보는 시간. 이렇게 시간을 보냈다. 다들 열심이었다. 그동안 집에 가져가고 싶다던 학습물을 다시 챙겨보면서 아이들은 우리가 이만큼 많이 했었냐며 놀라워 한다. 한 상자 가득 담겨 아이들의 성장 과정이 그대로인 1학년 학습결과물이 부디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과 기억으로 아이들 기억 속에 오랫동안, 그리고 실물로도 오랫동안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점심시간 뒤로는 학교 산책로로 도서관을 찾아 조용하고 차분한 시간을 보내었다. 오늘은 도교육청에서 보낸 사서교사와 도서관 관계자 두 분이 우리 학교 신축도서관을 찾아와 점검을 하고 갔다. 초등학교 도서관으로는 이렇게 좋은 도서관을 본 적이 없다며 더 말할 것도 없다며 칭찬만 잔뜩 늘어놓고 갔다. 사실 학교가 기획하고 내가 추진하며 독서지원단 등 수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올해 완성된 거산의 도서관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도서관이라 여기고 있다. 특히 공립 초등학교 도서관으로는 더욱. 부디 이 공간이 아이들의 문해력 향상으로나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고 자랑이 되는 곳이 되길 바라고 있다. 내년까지 내가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내용을 채우고 뒤에 하시는 분들이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고 가려 한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95일째 되는 날이고 아이들과 헤어질 날을 9일 남겨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