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6.)
300일을 코 앞에 두고 오늘 1학년 마무리 잔치를 했다. 아침부터 리허설을 하고 개별전시 준비를 하고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움직였다. 담임이라는 직업이 원래 그런 것이라 별 것 아닌 것처럼, 늘 해오던 것처럼 했지만, 이제 이렇게 하는 것도 얼마 남지, 아니 몇 해 남지 않았다 생각하니 괜히 순간 살짝 울컥 했다. 어제 은경샘이 강승숙선생님의 정년 퇴임 소식을 전했다. <행복한 교실>로 잘 알려지고 내게 교사로서 담임으로서 많은 영감을 주셨던 분. 그렇게 따르고 존경했던 분이라 2019년에는 선생님을 비롯한 7명의 사랑하는 교사를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교사, 수업을 살다>라는 책도 펴냈더랬다. 그 일곱 분 가운데 한 분인 강승숙샘의 퇴임 소식을 듣자 순간 우울해졌다. 2019년 춘천으로 찾아가 뵐 때, 이제 6년 남았다는 해가 바로 올해였다. 내달 1월6일부터 11일까지 지난 30여년 간의 교사생활을 정리하는 소박한 전시회를 연다고 해서 찾아 뵙겠다 연락드리니 흔쾌히 오라 하신다. 먼 길에서 온다고 하니 더 고맙다고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이 오늘 내내 가득했다.
마침내 저녁 6시부터 전시회 시작. 아이들마다 좌판 펼치듯 자신들이 1년 간 학습한 결과물을 앞에 늘어 놓고 식구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시차를 두고 교실로 들어오시는 가족들은 아이들이 준비한 학습결과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딱히 내 아이만 보는 게 아니라 여러 아이들을 두루 보는 분도 계셨고 아이들도 돌아다니며 웃음꽃을 피웠다. 그저 소박한 학습물 전시회. 아이들이 이 과정에서 배운다는 것이 이렇게 나눌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길 바랐다. 저녁 7시에는 지난 4주 동안 틈틈이 준비한 공연을 선 보였다. 노래와 낭독극, 그리고 식구들이 앞으로 나와 아이들의 글을 낭독하는 것, 끝으로 지난 일 년을 돌아보는 영상관람까지. 함께 해주시는 1학년 가족들의 따듯한 시선과 박수, 응원이 느껴졌다. 이제 이 아이들과도 일주일 뒤며 헤어져야 한다. 이게 마지막이다. 아마도. 이 아이들이 6학년이 되고 졸업하게 되면 난 정년 퇴임을 1년 앞두게 된다. 내후년 이곳을 떠나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아이들의 졸업을 지켜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오늘은 아이들을 만난지 297일 째 되는 날이었다. 아이들과 헤어질 날을 7일 앞두고 있다. 얘들아, 정말 만나서 반가웠어. 그리고 지난 일 년 내내 응원해 주셨던 봇호자분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