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7.)
폭풍 같은 마무리 잔치를 마치고 돌아온 교실. 어젯밤에 청소는 했지만, 그래도 아이들 책상과 의자를 원위치 하려니 또 먼지와 쓰레기가 나왔다. 다시 또 청소하고 나니 준*가 들어온다. 오늘은 좀 일찍 출근한 탓에 준*가 나보다 한 발 늦었다. 준*랑 아이들 책상과 의자를 같이 옮기고 나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어제 행사를 하나 치르니 뭔가 허전했다. 이렇게 또 한 해가 가는구나. 그리고 내가 이렇게 마무리 잔치를 여는 해도 또 한 해가 줄어들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나 저러나 당장 오늘 해야 할 일은 또 이어졌다. 오늘 해야 할 일은 문집에 들어가야 하는 것을 챙기는 것. 어제는 문집도우미 보호자들에게 일거리를 드렸는데, 오늘은 내가 챙겨야 할 것들이었다.
하나는 그림일기. 교육과정에 있지만, 사실 그림도 그리고 글까지 쓰는 일이 아이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기에 이벤트처럼 이런 게 그림일기다 하는 정도로만 하는데, 오늘 그 그림일기를 첫 블록 시간에 쓰게 했다. 지난 문집에 실린 그림일기를 보여주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건 지를 알려주고 어제 밤 늦게 들어가 쓰지 못한 일기를 오늘 쓰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겨우 겨우 그림 일기 한 편씩을 건졌다. 그리고는 다음으로는 문집 맨 마지막에 실을 '남기는 말 쓰기' 시간. 이 아이들이야 내년에도 같이 올라 가는 아이들라 딱히 친구들에게 아쉬움을 전할 말은 없을 터여서 담임인 나에게 글을 써 달라 했다. 그 전에 지난해 아이들 글 가운데 윤*의 글을 읽어주었다.
윤*의 글은 나에 대한 애틋한 편지형식의 글이었는데, 올 초에 라디오 방송 '여성시대'에 윤*의 할머님이 나에 대한 사연을 보내 당첨이 돼 전국 방송을 탈 때, 언급됐던 글이기도 했다. 이렇게 작년 아이들은 글을 썼다고 읽어주는데, 노*가 눈이 붉게 충혈되더니 눈물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한다. 날 너무도 따르고 좋아했던 녀석이라 이별 편지를 듣고는 무척이나 슬퍼졌던 모양이었다. 이렇게 오늘 할 것들을 알려주고 차근 차근 시간이 되는 대로 두 활동작업을 시작했다. 중간에 내년에 입학할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우리 교실을 방문하기도 했다. 오늘이 입학예비소집일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내년에 들어 올 아이들을 맞는 우리 1학년 아이들은 반갑기도 하고 싫기도(?) 해 보였다. 마치 1학년을 빼앗긴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헤어질 즈음 되니 요즘 우리 1학년 아이들이랑 참으로 애틋한 애정 행각(?)을 벌이기도 한다. 특히 남자 녀석들이 내게 달려와 뽀뽀해 달라고 하고 전에 없이 안기며 아쉬워 한다. 평소에 좀 잘하지. 헤어질 즈음 되니 이런다. 하여간 우리 반 남학생들은 못 말린다. 이제 이렇게 일기를 쓸 날도 며칠 안 남았다. 이제 세 번만 더 쓰면 2024학년도 일기도 끝이다. 아쉽기도 하고...시원섭섭하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98일째 되는 날이고 아이들과 헤어질 날을 6일 앞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