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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든 Jun 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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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 금요일)


이번 주 화요일은 내 휴일이었어.

이제 오늘이 이 회사에서의 마지막날인데,

나가기 전에 쓸 수 있는 휴가 하나를 쓴 거였거든


근데 하루의 휴일이 주어져도

내가 할 수 있는 / 해야 하는 건

도서관 컴퓨터로 내 앞길을 찾고,

지금까지의 내 걸음을 보여주기 위해 자료를 만들고,

그걸 어딘가에 보내고,

그렇게 도서관을 나와서 빨래를 하고,

잠깐 마트에 가서 초콜릿과 요거트를 사고,

얼른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뭐 그런 거더라고.


도서관, 빨래, 초콜릿과 요거트,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심지어 날씨도 아주 좋은 날이었는데

기분이 너무 안 좋은 거야.

차라리 회사에 가고 싶었어.


저것 때문이었겠지,

내 앞길.

자료, 만들기, 보내기.

그다음엔 이제 기다려야 할 테고,

하지만 내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걸 모르는 채로 며칠을 있어야 할 테고,

그렇게 여러 번 똑같이, 조금 다르게 또 할 테고,

이 상태에서 이젠 진짜

내 진짜집으로 돌아가야 하고,

뭐 그런 거겠지.


그래서 내가 그 화요일의 휴일을 쓰고 있다는 게

기분을 안 좋게 만들었던 것 같아.

이제 이곳에서 나가야 하기에 쓰게 된

그런 휴일이었으니까.


.


나 너무 부정적인가?


이곳이 너무 좋았어서 그래.

생각지 못하게 너무 좋은 걸 겪게 되면,

이런 문제가 생기더라고.


이게 뭐야

너무 긍정적인 거야, 부정적인 거야?

헷갈리기 시작하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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