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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정답은 없다

인생의 중요한 선택은 대부분 불완전하게 이루어진다. 그게 오히려 좋다

by 백승엽


어떤 친구의 결혼 상담. 완벽한 결혼 상대가 있을까?

(& 완벽한 직장은 있을까?)

2년쯤 전이었을까요. 저를 멘토처럼 생각하는 인생 후배 하나가 찾아왔습니다. 저와 고민 상담을 하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내어 저희 회사 앞으로까지 와주셨습니다. 평소에도 꼼꼼하게 정리와 기록을 잘하는, 매사에 준비성이 철저한 그분의 성향 덕분인지, 저랑 이야기할 고민에 대해 혼자 빼곡하게 작성한 노션 문서 링크를 먼저 주더군요.

주제는 "결혼"이었고 오랫동안 교재를 해온 남자친구와 결혼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결혼이라는 것은 이러하고, 좋은 배우자의 모습은 이러한데, 이런 점은 너무 마음에 들고, 이런 점은 좀 아쉽고, 저런 점은 괜찮은 것 같고... 이런 식의 고민들이 가득 차있었습니다. 혼자 고민을 거듭하다가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어른'이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졌고 그래서 찾아왔다고 하더군요.

glenn-carstens-peters-RLw-UC03Gwc-unsplash.jpg 사진 출처 : Unsplash의 Glenn Carstens-Peters

어느새 결혼을 한 지 10년이 넘어간 제 입장에서는 뭔가 그 고민거리가 안쓰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뭐라고 조언을 해줘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야기를 꺼냈는데요.

결국 제 이야기의 핵심은 이것이었습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것은 현재 남자친구도 그렇고, 혹시 네가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어도 그렇다


그래서 이런 모든 조건을 다 나열하고 여기에 맞는 사람을 찾지 말고, 네가 생각하는 정말 절대적인 조건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 봐라"였습니다.

(아! 물론 제 아내는 완벽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있었군요! �)


제가 결혼을 결정할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이랑 결혼을 해야겠다, 하고 싶다는 생각은 확실히 있었는데, '내 인생 하나 결정하기도 힘든데, 나와 여자친구 인생을 어떻게 결정해' 싶은 부담감이 크더라고요. 너무 큰 의사결정이었기에, 그래서 실패하고 싶지 않고 정답을 찾고 싶었기에 마냥 그 의사결정을 피하고만 싶었습니다. 감사하게도 "결혼 안 할 거면 난 유학을 갈 것이니 알아서 결정해라"라고 저에게 도망칠 수 없는 선택지를 준 용기 있는 아내 덕분에 큰 결심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첫 번째 이직할 회사를 고르기 위해 2달 정도는 열심히 고민하던 와중에 고민 상담을 하기 위해 만난 선배랑 술을 마시다가, 그 술자리에서 갑작스럽게 그 선배네 회사로 조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선배를 만나기 전에는 솔직히 어떤 회사인지, 어떤 포지션인지 조차도 잘 몰랐음에도요. 다행히 그 선택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고, 5년이 넘는 시간을 근무하면서 상장이라는 큰 경험도 하고 멋진 성장과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5년이 흘러 두 번째 이직을 하게 되었을 때도 그랬습니다. 객관적인 모든 조건들이 훨씬 더 훌륭한 A 옵션이 있었는데, 이상하게 제 머릿속에는 B 옵션이 계속 당기더군요. 너무 고민이 많아서 두통약까지 먹으면서 고민을 하다가 '나다운 선택을 하자. 뭔진 모르겠지만 끌리는 데로 가자'라는 사춘기 소년 같은 감성으로 B 옵션을 선택하였습니다. (정말 솔직하게 말해서 가끔 A옵션 생각이 안나는 것은 아니지만ㅎㅎㅎㅎ) 그래도 2년 반 동안 즐겁게 재밌게 일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제 이직은 탄탄한 근거를 갖추고 멋진 곳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싶었습니다. 답을 찾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그 결정 과정은 불완전했고, 감정적이었으며, 어리석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불완전한 과정들이 제 의사결정 과정을 편안하게 해 주었고, 결과 또한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불완전한 정답을 찾아서 오히려 행복해지는 법

결혼이나 이직 같은 인생의 큰 결정 앞에서는 누구나 신중해집니다. 실패하고 싶지 않고, 어떻게든 정답을 찾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오히려 선택이 더 어려워지곤 합니다.

그럴 때 저는 ‘최대화’보다 ‘최적화’라는 관점을 떠올립니다. 완벽한 최선, 극대의 결과를 좇는 대신, 주어진 환경과 제약 속에서 그나마 나은 해답을 찾는 겁니다. 또 ‘전체 최적화’보다 ‘부분 최적화’가 오히려 현명할 때가 많습니다.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선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가 반드시 지켜야 할 단 몇 가지 조건을 정하고, 그 조건에 최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죠


요즘 이직, 퇴사에 대한 상담을 해줄 때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이번 이직에서 얻고자 하는 가치를 최대 3가지만 적고, 그 조건에 해당하는 회사를 찾아. 나머지는 과감히 포기해"
"네가 절대로 참을 수 없는 '분노 버튼'이 무엇인지 3가지만 적어놔. 지금 회사에서 그 버튼이 눌리면 주저 없이 퇴사해.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웬만한 건 참고 다녀"

저는 3년 전쯤 이직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어떤 회사로 갈지를 고민하면서 메모장에 몇 가지 기준을 적었습니다. "성장보다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 "회사의 규모는 시리즈 A~B 정도의 50~100명인 곳으로 가자", "내 업무, 조직 외 회사 전반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경영진에 대해서 신뢰할 수 있고 사전에 라포가 있는 곳이면 좋겠다"

저 메모를 적은 것은 22년 11월이었고 제가 구직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은 23년 초였으니, 어떤 회사로 갈지 전혀 윤곽이 없었던 상태였고 심지어 이력서조차 업데이트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5개월 뒤 제가 선택한 회사 (현재 재직 중인 '인티그레이션')은 저 기준에 부합하는 곳입니다. 성장을 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간 쌓아온 제 역량을 150% 발휘하고 있고요(그래서 힘들고요). 입사 당시 시리즈 B 투자를 받은 80명 정도 규모였고, 지인 소개로 알게 된 훌륭하신 대표님과 함께 경영진 중 1명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기준을 잘 세웠더니 좋은 회사를 만났다”가 아닙니다. "내가 세운 이 기준이 좋은 기준이니 당신들도 따라 하세요"도 아니고요. 오히려 제가 포기한 가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연봉, 빠른 성장, 좋은 조직문화, 유명세, 복지 같은 것들은 제 메모장에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도 연봉 많이 받고 싶고, 성장하고 싶고, 이왕이면 조직문화도, 유명세도, 복지도 갖추고 있는 회사면 좋습니다. 소위 말하는 '네카라쿠배당토'도, 구글·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훌륭한 점은 많지만, 모든 사람에게 모든 조건에서 완벽한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완벽한 정답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걸 맹목적으로 좇는 순간 오히려 불행해집니다. 없는 것을 찾기 위해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회사는 다 힘들고, 리더는 다 별로야. 지금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맞지만, 옮겨도 아주 큰 변화는 없을 거야"라는 조언을 누군가에게 했더니,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더군요. 너무 모질게 말을 한 것인가 싶어서 대화를 나누어 보니, 오히려 그 말을 듣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하더라고요. 어딘가에는 좋은 회사, 좋은 리더가 있는데 본인만 그곳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생각을 하니 속상하고 자존감도 떨어졌었다고 합니다. 그런 곳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반대로 마음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독자분들에게 이런 제안을 한번 드려봅니다.

완벽한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 마세요.

내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 3가지를 정하고 거기에 맞는 선택을 하세요.

나머지는 과감히 내려놓으세요.

그러면 선택이 훨씬 쉬워집니다. 후회도 덜합니다. 내가 세운 기준으로 내린 선택이니까요. 그리고 언젠가 찾아올 시련의 순간을 견딜 힘도 생깁니다.

이 글에서만 '완벽한 정답은 없다'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드린 제안 또한 하나의 선택지이고, 하나의 아이디어일 뿐이겠지만, 혹시나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힌트이길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커버 사진: UnsplashTingey Injury Law Fi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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