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니 Jun 18. 2020

살아갈 순간들을 모은다는 것,

찰나 수집


세상이 미워지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아침에 읽은 뉴스에서, 페이스북에 공유된 절절한 사연에서, 때론 길에서 마주하는 무신경한 누군가에게서 상처를 받고 실망을 하고 그러다 보면 세상도, 사람도 밉다.

그럴 때면 길을 걷거나 버스를 탈 때마다 보이는 간판들을 하나하나 뜯어본다.
여기는 푸아그라 만들어 파는 가게구나,
여기는 집에서 마사지를 해주나 보네,
여긴 초콜릿 가게네,
아트 갤러리가 이렇게 작은 골목에도 있네,

그렇게 간판들을 보다 보면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보이고, 세상에 대한 애정이 다시금 샘솟는다.
다들 이렇게나 복작복작하게 할 수 있는 걸 하며 열심히들 버티고 있구나, 귀여워, 결국 인간은 작은 개미들 같아, 개미는 작지만 강하잖아, 청소기로 빨아들이려고 해도 바닥에 딱 붙어있지, 어디선가 들었는데 개미는 63 빌딩에서 떨어져도 끄덕 없대, 사람도 개미만큼은 아니지만 개미처럼 강해, 그러니 나도 강하겠지 뭐,
하며 달갑지 않은 우울을 물리친다.

그런 면에서 '찰나 수집'은 중요하다. 한 템포 멈추고 초록 초록한 잎사귀를 보고, 바다의 윤슬을 보고, 개미같이 귀여운 사람들을 보고, 그렇게 살아야 할 순간을 수집하는 것.

삶은 결국 매일 hustle의 반복이다.
개미가 고개를 파묻고 개미굴을 파듯, 가끔은 목적보다 수행에 집중해버리기도 한다. 가끔은 잘못된 방향을 한참 파헤치기도 한다.
슬프기도 하지만 또 한편 귀엽기도 하다구.

그런 의미로 고양이에게 열심히 칫솔로 마사지를 해주는 할아버지를 목격한 찰나와 아침햇살에 투명한 초록빛을 뽐내는 잎사귀의 찰나를 공유한다.


작가의 이전글 전직 인사 왕이 코로나가 은근 반가운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