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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리나이 Mar 06. 2023

2주 차. 입학 그 전쟁의 서막..

너무나 감사한 학교적응프로그램


몽이가 배정받은 학교의 특수반 선생님께서 육아휴직을 가셨다. 배치가 되자마자 만나 뵀을 때 만삭이셨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육아휴직을 가시기 전에 2월 말 월, 화요일에 아이가 학교를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학교적응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시고 새로 오신 특수반 선생님께 인수인계를 해주고 가셨다. 지난주부터 아침 일찍 등교하는 시간에 맞춰 가방을 메고 학교를 다녀왔지만 교실 안에 들어가볼 수는 없었다. 그러다 새로 오신 특수반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고, 어차피 학교를 오고 있다면 특수반교실을 들려달라고 하셨다. 운이 좋게 예정된 날보다 하루 더 적응 프로그램을 해볼 수 있었다. 적응프로그램은 어떤 커리큘럼이 있는 게 아니라 단순히 특수반 교실, 1학년반 교실을 이동하며 자기 자리를 찾아 앉아보고 가방도 걸어보고, 현관 앞에서 신발도 갈아 신어보고 화장실도 다녀와 보는 것인데,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이에게는 황금 같은 시간이다.


왜 황금 같은 시간이냐면...?

처음 배치받은 작년 겨울, 몽이는 건물 자체에 들어가는 걸 거부했고 건물을 둘러보는 내내 울었다..'집에 가고 싶어요. 나가고 싶어요..' (귀에 딱지가...) 그리고 이번주 꿈나래 반 교실까지 아무렇지 않게 들어갔고, 1학년 교실도 들어가 보더니 나중에는 자기 자리를 스스로 찾아가서 앉았다.


몽이와 같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은 예측이 되지 않는 새로운 곳에 데려가는 게 정말 어렵다. 어디서 감각문제가 보일지 모르고, 아이의 거부도 심하기 때문이다. 그런 몽이를 위해 '학교 적응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신 특수반 선생님은 진정한 전문가이자 천사셨다. (인복도 복이라는데.. 저는 복이 많은 학부모네요)


 그렇게 학교를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담임선생님과도 연락이 닿아 입학하기 전 면담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몽이를 위해서 나오지 않으셔도 되는 날 출근을 해주셨다. 입학 직전 몽이와 담임선생님, 특수반 선생님, 특수지도사님과 함께 면담을 하고 우려되는 부분들, 돌발 행동이 나올 때 대처 방법들,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대신할 AAC 상징을 전달해 드릴 수 있었다.


드. 디. 어 입학식!!

난 밤 잠 설치고 아침부터 긴장되어 밥도 대충 먹었다. 장소가 익숙해졌지만 아무도 없는 곳과 아이들이 시끌벅적한 곳의 차이는 아이에게 어떤 변수를 만들지 예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몽이는 늘 그렇듯 아무런 걱정 없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내가 입학하냐고요....ㅜㅜ)

교실에 들어간 몽이는 자연스레 자기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역시 몇 번 와본 효과...) 입학식이 진행되는 강당으로 이동하기 위해 복도에 한 줄로 서서 이동하는데 몽이는 제일 뒤에 섰다. 친구들을 따라가다 딴 곳을 보다 놓치고 또 따라가다 딴 곳을 보다 놓치고... 뒤에서 지도를 도와주어 겨우 따라갔다.


강당은 넓고 사람이 많고 소리가 울리는... 다시 말해 자폐인에게 너무나 어려운 공간이라 걱정이 되었다. 선생님의 배려로 몽이 대각선 뒤에 자리 잡고 앉은 나는 몽이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런데 몽이는 너무나 잘 앉아 있었다. 심심한지 다른 아이들처럼 다리를 몇 번 흔들어보았지만 자기 자리를 잘 지키고 선생님을 보고 있었다. 다만 조례를 위해 일어났다가 다시 앉는 타이밍에 늘 한 템포씩 늦어 내가 손으로 신호를 한 번 더 주었다.


식이 끝나고 반 별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교실로 올라온 아이들..

 자리에 잘 앉아있던 몽이는 오리엔테이션이 길어 지자 옆으로 앉았다가 책상에 엎드렸다가 지루함을 떨쳐 내더니 다시 의자를 끌어 바르게 다시 앉았다. 그러다 또 잠깐 자세가 흐트러지더니 다시 의자에 앉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엄마가 옆에 가서 몇몇 학용품에 이름을 써주는 시간이 있어 옆에 갔더니.. 그제야 눈물이 터졌다.. "나가고 싶어요 ㅜㅜ" 담임선생님께서는 힘들어하면 잠깐 나갔다 오겠냐고 물어보셨지만, 버릇이 되니 그러지 않겠다 말씀드리고 다시 몽이를 자리에 앉혔다. 몽이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오리엔테이션은 마저 진행되었다. 중간중간 엄마를 처다 볼 때마다 앉아 있으라는 손짓을 보냈고 몽이는 너무나 잘 기다려주었다.


담임선생님도 나도 몽이가 너무나 기특해서 칭찬을 해주었고 입학식은 무사히 끝났다.

우리 아들 너무나 기특하고 자랑스러워.

온 몸으로 지루함을 표현하는 중....

몽이는 그동안 성장하였다. 일어나고 싶지만 스스로 다시 자리에 앉는 법을 배웠고, 정해진 시간에는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특수학교를 떨어지고 일반학교에 보내면서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 '착석'이었는데... 많은 노력을 통해 배워낸 것이다. 앞으로 학교생활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아직 모르겠다. 아마 좌충우돌 우당탕탕 할 것이며 선생님께 수시로 전화가 올지도 모르고, 통합 수업 지원인력을 구해 달라고 하실지도 모르겠다. 그럼 또 그때 가서 방법을 생각해야겠지.. 미션을 하나하나 클리어 하듯 문제가 생기면 방법이 생기고 해결책이 나온다.


앞으로도 힘내 보자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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