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리나이 Feb 26. 2023

1주 차. 예상치 못한 분리불안??

외국계회사 팀 리더 -> 라이딩 전문 무수리 변신


 2월 20일 휴직이 시작되었다. 근로자법상 가족 돌봄 휴직으로 사용가능한 90일도 3개월도 아닌 70일인 이유는 나의 사정과 팀의 사정과 몽이의 사정이 모두 버무려져 나온 결과이다. 팀원들의 장기 출장도 지원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내가 늦게 돌아온다는 건 팀원들의 해외 교육이 늦어진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20일 싹둑 잘라낸 70일로 정해졌다. 입학에 맞춘 3월 2일이 아닌 것도 몽이 입학을 준비할 시간을 고려하여 입학 1.5주 반 전으로 정해진 것이다.


첫날부터 순탄치 않다.

오랜만에 엄마랑 외출한다는 사실에 들뜬 몽이는 아파트 입구에서 부터 잡기 놀이를 하자며 뛰어가더니 엄마가 같이 뛰자 흥분해 더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사거리 횡단보도가 나왔고 여전히 빨간불이었지만 흥분한 몽이는 도로 밖으로 튀어나가 버렸다. 깜짝 놀라 전속력으로 달려 아이를 끌고 인도로 올라왔다. 이제 꽤 많이 커버려서 들고 옮기는 건 엄두도 못 내는 터라.. 거의 멱살을 잡은 채로 끌고 왔다. 몽이는 그래도 좋은지 신나서 막 웃었다. 휴.... 지나가는 화물차에 등골이 오싹했다.


입학 준비를 위해 한 주정도 이른 휴직을 한 거라 나의 일상은 회사를 다닐 때보다 바쁘다. 등원준비물을 미리 챙기고, AAC 상징으로 인쇄하고, 학교로 보낼 AAC board 만들고, 치료스케줄 다시 짜고, 활동 보조사님 구인내고 틈틈이 엄마 껌딱지 둘째랑 놀아주고 새 학기 준비해 주고... 월요일부터 매일 아침 가방을 메고 등교하듯 학교를 다녀오고 나면 밥 먹고 발달 센터를 갔다가 방과 후 센터까지.. 몽이 일정이 빡빡한 만큼 내 일정도 같이 빡빡하다.


몽이는 오랜만에 엄마랑 센터를 다니니 너무나 행복한지 어리광도 엄청 부리고, 조금이라도 늦게 나가면 엄마 손을 잡아끌거나 옷 끝을 잡고 매달린다. 선생님들 말씀으론 치료 수업시간에도 늘 들뜬 모습이라고 하신다. 얼마나 엄마랑 다니고 싶었던 걸까.. 복직 이후 늘 바빴던 엄마의 마음 한편이 아린다. 아침 출근길에 늘 울며 아빠만 가고 엄마는 가지 말라는 둘째와 다르게 몽이는 쿨 하게 보내주었는데 (사실 대부분 자고 있다..) 그럼에도 엄마랑 있고 싶긴 했나 보다. 자폐인의 마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깨닫는다.


몽이는 특정요일에 언어 치료와 인지치료가 연달아 있다. 활보사님과 둘이 다닐 때는 상담이 없으니 이동에 여유가 있었는데.. 나는 선생님을 오랜만에 뵙는 거라 상담을 하고 싶어 활보사님께 몽이를 데리고 차에 가있으면 상담하고 얼른 내려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선생님과 상담을 하러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밖에서 울음소리가 나면서 '안 갈 거예요. 안 갈 거예요. 엄마한테 갈 거예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울음소리가 너무 커서 놀란 나와 선생님이 같이 나갔더니 몽이가 엄마한테 와락 안긴다. 활보사님이 내려가자고 하니 엄마를 두고 가는 줄 알았나 보다. 선생님도 웃고 나도 웃고 활보사님도 웃고...


"엄마랑 오랜만에 다니니까 떨어지기 싫나 봐요.ㅎㅎ"


분리 불안이 한참 심하던 20개월쯤이 생각났다. 엄마의 출근이 제일 싫던 몽이였는데.. 9살이 되어 뒤늦게 분리 불안이라니.... 우스개 소리로 분리불안을 말하고 나니 몽이가 몸은 9살이지만 아직 마음은 아기에 가깝다는 걸 다시 상기시키게 됐다.


앞으로 두 달은 더 엄마랑 세트로 붙어 다닐 거니 걱정 마. 아들.



<등원 준비용 AAC board. @현관 중문 앞>








 

작가의 이전글 형아는 손잡는 거 싫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