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기는 다음에"
주말 저녁 목욕을 마치고 나온 몽이가 계속 밖에 나가자고 조르고 있을 때였다. 하루 종일 밖에서 일과를 보내는 주말이라.. 이제 좀 집에서 쉴 때가 되었건만.. 옆에 있는 동생까지 나가고 싶다고 한다.
"둘이 손잡고 나갔다 오면 되겠네!." 남편이 우스개 소리로 말한다
"형아는 나랑 손잡는 거 싫어하지요? 그래서 둘이 가면 안 돼"
"!!!"
스킨십을 좋아하고 애정표현이 넘치는 몽이는 엄마랑 손을 잡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오래 잡고 있지 못한다. '오래'라는 말이 애매한데.. 길어도 20초 이내에 손을 뗀다. 어릴 때는 단순히 손가락에 힘이 없어서라고만 생각했는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 우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좋아하는 이성과 손을 잡는 게 어려운 영우는 아빠와 연습했지만 최대 57초까지만 가능했다고 한다.
몽이가 잡은 손을 뿌리칠 때 나도 놀랄 때가 있는데 아직 형아를 이해하기 어려운 또몽이는 형아가 자기를 싫어해서 뿌리쳤다고 생각했나 보다.
호명 반응이 좋은 몽이는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멀리서 불러도 대답을 하고 가까이 오지만, 동생이 '형아~'라고 부를 때는 자신을 부르는 게 맞는지 헷갈려할 때가 많다. 그래서 또몽이는 형아가 자기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을 때 상처를 받곤 하는데.. 손잡기까지도 상처가 될지 상상도 못 했다.
"또몽아, 형아는 널 싫어하지 않아. 그냥 손이 뜨거워서 다른 사람이랑 손을 오래 잡는 게 힘들데.. 아빠 엄마랑도 손을 오래 잡을 수 없어서 슬프데.."
손바닥 감각이 예민하다는 말을 33개월에게 설명하기엔 '뜨거워서'만큼 와닿는 말이 없을 것 같았다. 형아가 자기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말은 언제나 동생을 웃게 만든다.
이런 일이 있고 나면 남편과 나는 머리를 부지런히 굴린다. 오늘도 2가지 과제가 생겼다.
첫째, 몽이가 스스로 원할 때 어떻게 손을 오래 잡을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둘째, 어떻게 또몽이에게 형아에 대해서 좀 더 자주 쉬운 말로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
드라마에도 왜 손잡기가 어려운지는 설명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간 읽은 책이나 몽이의 특성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촉각감각이 유독 예민한 몽이는 클레이나 끈적이는 것들을 만지기 싫어했는데 그건 손바닥이 다른 부위보다 조금 더 민감했기 때문이다. 손을 오래 잡으면 체온이 전해지니까 그 감각이 견디기 어려운 것은 아닐까 싶다.
오늘도 새로운 미션이 두 가지나 생겼다. 그럼 또 해결책, 없다면 차선책을 찾으면 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