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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리나이 Jul 18. 2022

드라마 '우영우'를 보고 자폐 아이 조롱한 아주머니

아주머니 꼭 읽어보세요


우리 아들은 8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이다. 반복적인 동작을 반복하는 상동 행동을 자주 보인다. 지난 주말 타 지역 지인 집 근처 물놀이터에서 아이가 어떤 아주머니에게 조롱을 당했다.

 지인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서 남편이 아까 속상한 일이 있었다며 이야기를 해주었다.


상황은 이랬다. 아이가 보통 물을 보면 반복적으로 물을 퍼서 뿌리는 행동을 보이는데 우리 부부는 아이의 행동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물이 튀지 않게 사람이 없는 곳에서  할 수 있게끔 지도하며 뒤에서 지켜본다. 당시에 난 둘째를 돌보는 중이었고, 남편이 아이가 시야에서 보이는 곳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어떤 아주머니가 물을 뿌리는 아이 앞에서 드라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영우와 동그라미가 만날 때마다 하는 인사를 따라 했다고 한다. 아이의 반응을 살피면서..

'우 투 더 영 투 더 우~'이런 식으로 하는 랩인데.. 

드라마가 정말 유명하니까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는 남편도 그게 뭔지 알고 있었고, 기분 나쁘다는 눈으로 뒤에서 쳐다보고 있으니, 그 아주머니가 뒤돌아보다 눈이 마주치고는 놀라서 딴청 부렸다고 한다.


못 걷는 사람 앞에서 절뚝거리는 흉내 내는 거랑 뭐가 다른지...


이 행동이 영우를 괴롭히는 '아 미안' 놀이가 아니었으니 괜찮은 것일까? 호기심에 드라마를 따라한 것이니 괜찮은 것일까? 당사자인 아이가 어떤 행동인지 모르니 괜찮은 것일까?

아니다. 호기심에서든 의도적으로든 어떤 장면에서 이용된 표현이든 간에 누군가를 조롱하는 행동은 잘 못되었다. 이 세상에 조롱받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 그게 자폐 아이든 어른이든 장애인이든


차마 "그 자리에서 왜 나에게 말 안 했어. 머리채라도 잡았어야 하는데!"라고 말할 수 없었다. 직접 본 남편은 어떤 심정이었을지 알기 때문에.... 


또한, 데일 카네기도 말했든 수십 명을 죽인 살인자도 심문을 받을 때는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는 게 사람의 본성인데.. 그 자리에서 따졌다고 한들 그 아주머니는 자신의 잘 못을 뉘우칠까.





우리 부부는 아이가 부끄럽지 않다. 다만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건 허용해주지 않는다. 아이의 자립이 목표인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 아들이 자폐라는 이유로 조롱을 받아야 한다는 건 한편으로 억울하다. 아이가 원해서 자폐로 태어난 것도 부모가 잘 못 키워 자폐가 생긴 것도 아닌데..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고는 더 이상 '자폐가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상동 행동도 어눌한 말투도 그냥 이 아이를 일부 일뿐이다. 수백만 가지 다양한 아이들 모습 중 하나이고, 그런 아이의 모습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 다만 이 아이는 남들과 다른 여러 감각적인 문제와 의사소통 문제에 고통받고 하나씩 버텨가며 살아갈 방법을 배워갈 뿐이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고 느린 아이를 키우는 카페에 하소연을 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같이 공감과 격려를 해주었다.



요즘 중학생들 사이에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조롱하는 표현으로 이용한다고 한다.

온라인 뉴스 캡처

이런 현상은 '우영우'라는 드라마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단편적으로 볼 수 없다. 만약 이 드라마가 아니었다고 해도 장애인식 수준이 낮은 이런 사람들은 다른 방법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을 조롱했을 것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나 '우리들의 블루스'처럼 발달장애의 다각적인 모습을 미디어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처는 조용히 썩어가고 있을 때 인지하지 못해 치료를 할 수가 없다. 피고름이 터지고 밖으로 드러나야 고름을 닦아내고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일 수 있다. 장애인식개선이라고 이들의 안타까운 모습이나 좋은 모습만 보여주기보다는 다수의 사람과 다른 점, 다양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누군가의 놀림거리가 되더라도.. 그래야 많은 이들이 다름을 인정하고, 놀리는 행동이 잘 못되었음을 안다.


 발달장애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발달장애나 자폐스펙트럼이라는 주제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아 증상이 의심이 되는 아이가 있으면 자연스럽고 빠른 개입을 할 수 있고 이상한 사람이나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보는 아이로 여겨지길 바란다.



'우리 아이가 자폐가 있어요'라는 말을 하는 일이 어렵지 않은 세상이 올까


여러 사람들의 공감을 받고 잊어버리려 했음에도 이렇게 글을 남기는 이유는,


첫째. 장애인을 자폐인을 8살짜리 아이를 조롱하는 것은 잘 못된 것이라고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 장면을 직접 보진 않았지만 주변에 아이들도 많았고, 아이를 조롱한 아주머니도 애엄마였기에 어른의 잘 못된 행동을 보고 아이들이 놀이인 양 따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염려된다.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장애인 인식 수준이 낮은 어른들도 다시 생각해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가 아프다는 마음속 상처가 미처 굳어지지 않아 아직 스치기만 해도 아픈 엄마들이 상처를 더 받지 않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소수라는 이유로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다수의 세상을 배우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들에게 너만 세상을 배우는 건 아니라고 세상도 너를 알아가고 있다고 엄마가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주기 위해 아이에게 당당하기 위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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