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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리나이 Mar 13. 2023

3주 차. 진정한 통합학급이란

통합학급의 목표는 무엇인가

입학식이 목요일이라 금요일에 첫 4교시를 마쳤다. 몽이의 하원을 기다리는 시간이 마치 수능성적을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드디어 하교!. 건물 앞에서 기다리니 담임선생님의 손을 잡고 친구들과 함께 내려왔다. 많은 아이들을 인솔하셔야 해서 선생님과 대화할 시간은 없었고, 언어치료 전 몽이가 좋아하는 케이크를 먹기 위해 신속히 언어치료실 근처 카페로 갔다. 맛있게 케이크를 먹고 기분이 좋아진 몽이가 언어치료실에 들어간 사이 담임선생님께서 작은 사고가 있었다며 전화를 주셨다.

"어머니, 몽이가 뒷자리에 앉은 친구 책이 정말 보고 싶었나 봐요. 보고 싶다고 했는데 친구가 거절하니 친구 손으 물었어요. 다행히 마스크는 쓰고 있었지만, 친구 손에 붉어져서 양호실에 다녀왔어요"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신 책은 사자가 그려진 이솝우화 책인데.. 정말 몽이가 너무 좋아하는 종류의 책이었다. 갈등을 싫어해서 누군가와 충돌이 있으면 먼저 피하는 녀석인데... 왜 그랬을까.. 일단 수습을 위해 그 친구 보모님의 연락처를 받아 연락을 드렸다.

다행히 그 부모님은 아이가 크게 다치지도 않았고, 친구들과 그런 일은 있을 수 있으며 내가 더 놀랐을 거 같으니 괜찮다고 얘기해주고 싶어 연락처를 알려주셨다고 한다..(천사 같은 분이시다..) 몽이가 자폐성 장애라는 사실을 알려드리며 언어적 소통이 어려워 그런 사고가 발생한듯하니 잘 지도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 어머니는 오히려 나를 격려해 주시며 마음에 담지 말라고 해주셨다. 무엇보다 담임선생님께 상황을 잘 설명해 주셔서 오해도 없다고 하셨다.

잘 해결되긴 했지만 첫날부터 힘이 쭉 빠진다. 통합의 길은 멀고 먼 것인가?

입학식이 목요일이고, 첫 수업이 금요일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주말에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다시 월요일. 몽이에게 매일 아침 요일과 학교에 가야 하는 사실을 알려주고, 정해진 시간에 기상, 세수, 아침식사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그래야 내가 복직한 후에도 수월하겠지?) 아침에 밥을 꼭 챙겨 먹고, 어떨 때는 두 그릇씩 먹는 몽이가 학교에서 힘들어하는 건 배고픔이라고 하셨다. 점심시간이 11:20부터인데도.. 3교시만 되면 밥 먹고 싶다고 얘기한다고.. 하하 점심식사는 특수반 선생님께서 도와주시는데, 식판을 두 번 먹는 경우도 있다고 하신다.

어느 날 하원길에 몽이가 신발주머니를 두고 내려와 같이 가지러 교실에 올라갔다. 복도의 신발장에는 몽이의 신발주머니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하교할 때는 꼭 챙겨서 내려와야 한다는 걸 알려주고 창문을 통해 교실을 훑어보았는데 아이들 자리와 떨어진 몽이의 자리가 보였다. 마치 신발장에 덩그러니 놓인 신발주머니처럼 몽이의 책상만 다른 세상에 있는 듯했다. 몽이는 선생님의 책상 바로 앞자리라 창가 쪽에 앉는데, 얼마 전 선생님께서 몽이가 뒷자리 아이를 계속 뒤돌아 봐서 자리를 조금 띄워두셨다고 한 게 생각이 났다. 마침 그날은 1학년 아이들이 쓰는 '즐거운 우리 학교'책이 가방에 들어 있었고, 몽이의 책은 새책처럼 깨끗한 걸 보고 다시 마음이 아팠다. 책과 필통을 꺼내고 연필을 꺼내는 걸 알고, 지시 수행도 가능한 몽이지만 공동주의가 어려워 단체로 내리는 지시를 따르기 어려웠던 거 같다.

"몽이에게 수업시간이란?...." 얼마나 지루하고 따분한 시간일까..

다시 한주가 지나고 하굣길에 잠시 담임선생님과 몽이의 학교 생활에 대해 얘기해 볼 시간이 생겼다. 선생님 말씀으론 몽이는 종종 수업 중에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거나, 소리를 내긴 하지만 억지로 멈추게 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강제로 앉히지 않는다고 하셨다. 다만 친구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하고 친구들이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한다고.. 다만 몽이가 수업에 방해가 될 정도이면 불러서 앉으라고 얘기하면 바로 와서 앉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몽이의 특징을 수용해 주시고, 친구들 사이에서 녹아들 수 있게 해주고 계셨다. 심지어 친구들은 몽이를 좋아한다.

통합학급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몽이가 친구들처럼 책을 꺼내고 펴고 진도를 따라가길 바라고, 선생님이 단체로 지시를 하실 때 몽이에게 따로 한마디만 더 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적어도 책은 꺼내서 펴 보지 않을까. 같은 목적으로 활동보조사를 고용해 통합 학급 지원을 맡기는 게 좋겠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몽이가 하기 싫은 과제들을 수업시간에 해야 한다고 했을 때 문제없이 교실에 있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해도 저학년일 때 연습을 시켜야 할까? 머릿속이 복잡하다. 진정한 통합학급은 무엇일까? 다른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다면 거기서 만족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앞으로의 학교 생활을 위해 통합반 수업에 대한 훈련이 필요한 걸까?

우선은 책을 가방에 넣어주면 집에서라도 진도를 나가겠다고 말씀드리고, 주말에 간단한 과제를 몇 가지 해서 다시 가방에 넣어 보냈다. 자세한 내용은 개별화 회의를 통해 논의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