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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쥐아저씨 Nov 03. 2017

잘 익은 감이 떨어지면

순간의 다이어리 #6. 먹는다. 남 의식하지 말고.

올해는 정말 감이 풍년이다!! 맛있는 감!


11월 2일 새벽. 언제나처럼 어머니와 밤 길 산책 중.


지나가던 길 한 곳, 굉장히 높은 곳에 맛있는 감이 덩실덩실 열려 있다.

집집마다 감따기가 한창인데,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나 되게 맛있다' 며 놀리듯 매달려 있던 감들.


안타깝게도 그 중 하나가 길 바닥에 속살을 드러내며 터져있다. 이를 본 어머니의 말.


"아이고 아까워라. 저거 진짜 맛있었을 감인데! 밤에 나무 밑에서 떨어지는거 손으로 받게 기다려볼까?"

"저 높은데서 손에 떨어지면 온 손이 질척거릴텐데? 어휴."

"먹으면 되지?"

"양손에 다 막 붙어있는걸 거지도 아니고 다 핥아먹기라도 하게? 남들이 진짜 거지인 줄 알겠다."

"뭐 어때, 감 하나도 남의 눈치 봐 가며 먹어야 쓰겠냐?"



맞다. 사실 내가 기다려서 내 손에 떨어진 감 알아서 먹겠다는 데 남의 시선이 무슨 관계일까.

세상 모든 인연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그냥 타인일 뿐인 것을.

손에 톡 떨어진 감 조금 먹겠다고 누가 뭐라고 할 것이며,

남이 거지라고 하던가 말던가, 그 감이 정말 생전 처음 먹는 꿀맛같은 감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거 먹으면 또 하나의 행복 아닌가.


아쉬움의 입맛을 다시며 길을 지나가는 어머니 뒤에 한 발자욱 떨어져서 걸어가며,

'행복은 남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것' 이고,

'행복은 굉장히 주관적이며 자유로운 것' 임에도,

어쩌다보니 '남의 생각' 만 하다가 '내 생각' 은 안하고 살았던 나를 돌아보게 된다.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착한 사람이기에 배려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나를 위해 좀 더 나만의 것으로, 내 맘대로 행복해져 보자!


Thanks, 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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