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얼솝 길생명 장례 프로젝트 #4. 한양대 고양이 베르
어휴. 콜록콜록.
내려다 보는 것 만으로도 기침이 나는 요즘이에요. 한 편으로 지금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계절학기까지 끝나서 학교에 잘 오지 않는 것, 추워서 가족들이 웅크리고 있는 걸 보는 게 다행이다 싶어요.
아. 물론 내가 세상에서 종종걸음으로 돌아다녔던 그 가을만큼 발랄하지는 않은 계절이라 심심하기는 해요.
'지켜본다'. 아니 '지켜주겠다' 는 약속이 이렇게 심심한 일인줄 알았더라면, 하나님한테 나도 한 주에 하루이틀 정도는 개다래나무랑 놀게 방학을 달라고 할 걸 그랬나봐요.
하나님하고 이 작은 고양이하고 무슨 약속을 했었냐구요? 음. 이거 비밀인데. 이거 말하면 다른 고양이들도 나랑 똑같은 약속들만 해서 하나님이 심심해 하실 텐데. 말해줄게요. 대신 나하고도 약속 하나만 해 줄래요?
비록 '베르' 라는 이름의 나는 예전처럼 내 따듯한 온기로 그 고운 손등에 부비적 댈 수는 없이, 기억으로 한 줌 흙으로 묻혀 있고, 지금은 당신들이 콜록콜록 할 수 있는 방학인거 알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자주 날 보러 오겠다는 약속이요.
그리고, 베르로서의 나는 당신들에게 더 이상 온기를 나누어 줄 수는 없지만.
이 이별은 어쩌면 슬픈 일이 아니니까. 나를 기억할 때 눈물보다는 내 눈빛, 얼굴, 촉감, 목소리, 밥 먹는 모습들이 행복함으로 기억 되었으면 좋겠어요. 내 삶은 찰나였지만, 어쩌면 애초부터 의미가 있던 삶이니까요.
나를 좀 더 많이 보러 와 주세요. 나를 행복함으로 기억해 주세요. 약속해 주세요.
사랑해요. 십시일냥이라는 이름의 나의 멋진 사람 친구들. 기억들.
생긋하고 똘망똘망한 20대의 내 친구들을 만나러 가야 할 시간이라는 이야기를 하나님께 들었던 때는.
어디 보자. 햇빛이 무척 찬란한 때였으니까. 그렇지만 나는 한 번도 겪지 못한 햇살 이었으니까.
여러분들의 단어로 '여름' 이라고 할게요. 어느 날 하나님은 우리 형제들을 모두 폭신한 무릎 위에 올려 두시고
인간 세상으로 여행을 다녀올 차례라고 말해 주었답니다. 각기 그대들에게 까망이, 치즈라는 예쁜 이름들로 기억을 선물 받았던 내 사랑스러운 그 식구들과 함께 말이에요. 사실 까망이는 매우 신난 기분으로 하나님 손등을 부비부비하며 꼬리를 바짝 세웠고, 치즈는 조용히 '저는 하나님하고 그냥 있고 싶어요' 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답니다.
그런 우리에게 하나님께서는,
"사랑하는 아이들아. 너희는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자유롭고 사랑스러운 영혼이고 생명들이니,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고, 더 있고 싶다면 더 있을 수 있는, 인간세상 여행을 다녀오는 거란다."
라는 말씀과 함께 겁먹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우리가 이번 여행을 떠나는 곳은 누구보다 순수하고 밝아야 할 시기에 복잡하고 바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당신의 자녀들에게 사랑이라는 마음을 깨워주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나는 그럼 '우리 천사네요' 라고 되물었고, 하나님께서는 빙긋 웃으시면서 우리 세 고양이들의 이마를 따스하게 쓰다듬어 주셨어요.
흰색 빛이었던 세 고양이에게 예쁨을 뽐내라며,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사랑을 받고 나눠주라며 서로 다른 멋진 옷도 입혀주셨죠.
준비를 마치고 아장아장 문으로 걸어가던 그 찰나에, 하나님이 잠시 저를 부르셨어요.
다른 형제들은 이미 문으로 떠난 뒤였기에 혹시 나는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건가 싶었답니다.
내가 친구들로부터 '베르' 라는 이름으로서 생명으로서 기억 될 것을 미리 아셨던 하나님께서는 날 잠시 꼬옥 안아주시면서 나지막히 말씀해 주셨어요.
"사랑하는 베르야.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되겠니?"
"그럼요!"
"여행을 떠나거든, 그리고 여행을 다녀와서든 두 형제들을 오래오래 지켜줄 수 있겠니?
우리 베르는 제일 의젓하고 총명하고 든든한 아이니까. 하나님은 함께 갈 수가 없어서 그런단다."
"에이. 걱정 마세요. 사랑 많이 받고 나눠줄 수 있도록 멋진 여행이 되도록 씩씩한 아기고양이가 될게요."
사실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문으로 나서며 직감했어요.
내 여행이 어쩐지 가장 짧을 것 같다는 것을요. 내가 여행을 떠나며 입은 옷이 삼색이인것도, 누군가가 나를 생각할 때 '베르' 뿐 아니라, '까망이' 와 '치즈' 라는 이름의 가족들도 함께 생각할 수 있게 해 주기 위함이라는 것두요. 그래서 하나님이 한번 더 안아주신 게 미안한 마음이었다는 것두요.
내 형제들이 사랑을 나눠주는 천사였다면, 나는 그들을 지켜주는 하나님의 대리냥이었어요.
물론, 나도 잠시나마 여행을 통해 아가고양이로서 만났던 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천사의 모습이었기를 바래요.
그러니까. 슬퍼하지 말아요. 나는 단지 이번 여행에서 맡은 일을 다 했을 뿐이에요.
그대들이 생각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아프고, 받아들일 수 없는 모습이었지만,
그게 이번 여행의 내 운명이었고, 앞으로도 나는 그대들과 두 식구들을 기억하고 지킬 것이니까요.
사라락. 사라락.
커다란 건물 뒤로 떨어진 잎사귀 위를 종종걸음으로 다닐 때 들리는 그 소리를 난 참 좋아했어요.
이유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에게 이 곳의 문을 열어준 어머니와는 일찍 떨어지게 된 우리 아가들이 서로가 잘 있음을 확인하는 반가운 소리이기도 했구요. 배가 고플 때 그대들이 머지 않은 곳에 맛있는 밥을 두고 행여나 우리가 보고 걱정할 까 쏜살같이 도망가던 소리가 묻어 있기도 했어요. 그 뒷 모습들을 보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었어요. 우리도 아가였기에 매사 겁먹는 일이 많았지만, 그대들. 내게 이름을 지어 준 친구들은 어쩌면 우리보다 더 겁 많은 아가들 같았거든요. 보호해 주어야 겠다고 느낀게 한 두 번이 아니에요. 쿠쿠.
아, 물론 그런 뒷모습을 보고 더 겁많은 아가들이라며 돌봐줘야겠다고, 친해지고 싶다고 막 설레여 하는 까망이와, 흠칫흠칫 놀라서 자그마한 꼬리를 말고 내 뒤로 숨으며 다른 곳으로 가자던 치즈를 모두 달래주는 건 나의 몫이었어요.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알고 배려라는 마음으로 하는 가을의 숨바꼭질이 나는 너무나 행복했어요.
이제 와서 물어보기에는 조금 쑥스럽지만, 어땠나요? 그대들은 우리로 인해 그 순간들이 행복했었나요?
사실은, 태어나서 눈을 떴을 때 이 곳이 따듯하고 좋은 곳이 아닌 차가워지는 길이라는 것에, 그대들의 언어로,
'길고양이' 라는 것에 하나님께 아주 조금 실망하기는 했는데요. 그래도 다시 이곳에 와서 가만가만 생각해 보니, 사랑하는 그대들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 때의 나와 우리 같은 존재들을 '길천사' 라고 불러주니, 집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고양이 친구들에게는 '천사' 라는 이름보다는 '주인님' 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것을 보니,
이 또한 하나님께서 굳이 길에서 태어나게 한 이유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대들이 몰래 밥을 주고, 고양이도 아니면서 그 크고 선한 눈망울들로 우리를 보고 깜-빡 눈키스 해 주는 것을 마주하는 시간이 흐를 수록 나와 내 형제들은 감사하는 법, 행복해 하는 법을 충분히 배울 수 있었답니다.
그대들이 잘 알고 있다시피, 내 형제 중 까망이는 어느 날 건물 근처에서 나는 맛있는 고기 냄새에 이끌려 겁도 없이 괜찮다며 밖으로 나간 이후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었어요.
까망이가 없어진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내 형제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수 많은 날을 밤잠도 못 이루고 헤메이고 다녔어요. 그리고 그대들을 향하여 엄청엄청 울었어요. 긴긴 밤. 그렇게 울었지만 까망이도 돌아오지 않았고, 나는 점점 야위어 갔고, 치즈는 두려움으로 덜덜덜 떨었어요. 사실 그대들이 그런 거 아니란 거 누구보다 잘 알았지만, 너무너무 미웠어요. 우리를 알고 있던 그 따듯한 손길과 눈맞춤과 맛있는 밥이, 우리가 아가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대들의 판단으로 갈라놓기 위함이었다는 생각이 가득 찼었기에, 하나님과의 약속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아픔과 함께 시린 미움으로 가득 찼었어요.
찬 바람이 아직 두터운 외투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아가 고양이의 폐부를 날카롭게 스치고 지나갔지만, 두려워하는 치즈를 더욱 꽁꽁 숨겨두고 기약 없이 형제를 찾아다니느라 많이 아프기도 했어요.
지금이야, 내 형제가 따듯한 사랑과 관심 속에서 그 어떤 고양이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고 포근하게 자라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너무 놀랐어요.
이제 와서 징징대서 미안해요. 하지만 이해해 줄거죠? 까망이가 사라졌을 때 나만큼이나 놀랐을 십시일냥 그대들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지만, 한 번쯤 나한테 까망이가 없어져서 같이 열심히 찾고 있어. 라고 말해주었으면 작은 위안이라도 되었을 텐데. 하는 아가의 이기심으로 툴툴대고 싶었어요. 지금은 괜찮고 고마워요! 너무!
어쩌면 내가 아기고양이의 모습으로는 지키기도, 혹은 이렇게 차가운 겨울을 나기도 어려웠을 내 사랑하는 형제를 사랑으로 감싸 안아주고 건강검진도 시켜주고, 살뜰한 보금자리도 마련해 준 분께도 너무나 너무나 고마워요. 1월 1일. 한 해의 시작에 여행을 마친 뒤로, 한 해를 시작하는 또 다른 날인 2월 18일.
이제서야 늦은 감사를 전하지만, 하나님께 누구보다 올 한해 많은 행복과 성취가 있기를 아가고양이의 간절함으로 말씀드렸어요. 하나님께서는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셨으니까 당연히 끄덕끄덕 하셨다구요!
덕분에, 나는 여전히 즐겁게 세상 여행을 하고 있는 내 형제를 별이 되어 지켜주고 바라봐 줄 수 있으니까요.
올 한해 하는 일 다 잘 될거에요! 냐옹!
애교 넘치는 까망이가 11월 5일에 멋진 분과의 인연으로, 더 오래오래 건강한 여행을 했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에 치즈는 매일 오들오들 떨기만 했어요. 그래서 그 이후의 십시일냥 여러분의 사랑스러운 마음과 용기에 나는 또 따듯한 고마움을 매일 안고 살았답니다. 까망이의 상실을 걱정한 나와 치즈에게 더욱 살들하게 밥을 챙겨주고, 차가운 겨울을 날 좋은 집을 선물해 주려고 노력했던 모습도 고마웠지만.
아가고양이의 짧은 삶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늘 배려의 거리를 두었던 그대들이 내 발걸음보다 더 사뿐사뿐 조심히 다가와서, 봄 꽃보다 더 따듯한 눈길로, 하나님의 무릎보다 포근했던 손길로 나와 치즈의 이름을 불러주며 처음 쓰담쓰담 해 준 그 날이었어요. 하나님께서는 분명히 나보고 그대들의 힘들고 고된 일상에 사랑을, 웃음을, 미소를 주는 천사가 되라고 했는데. 끙. 천사는 내가 아니라 여러분이었어요.
내가 하나님을 떠나 여행을 온 것인지, 나는 그대로인데 하나님이 내 곁으로 여러분들을 보내준 것인지 너무너무 햇갈릴 정도로 부끄러웠고, 행복해서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그 온전한 마음과 배려를 느꼈기에, 늘 떨기만 했던 치즈도 그대들의 손등에 이마를 부비적부비적 했겠죠?
그리고 우리에게 말해주었죠? 이 곳은 아가들이 있기에 너무나 차가우니까, 그대들이 늘 신경써 줄 수 있고 길보다는 훠얼씬 따듯한 곳에서 한 없는 사랑 받으며 오래 여행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구요.
그 말을 해 준다는게 얼마나 어려웠을까 싶어요. 나와 형제들을 사랑해 준 그대들이니까, 어쩌면 아가고양이들이 앞으로의 묘생에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선택이 될 수 있음을, 어쩌면 우리를 위해 그대들은 우리와의 만남을 상실로 바꿔야 하는 슬픔임을 잘 알고 있었을 테니까요.
그 말을 듣고, 치즈와 그 날 밤 많은 이야기를 했답니다. 우리 이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다행이었던 것은, 가만 듣던 치즈가 의젓하게 '이건 여행이잖아. 곧 볼 수 있을거야' 라고 말해주었다는 것.
치즈와 살결을 맞대고 그렇게 온기를 나누며 낙엽 위에서 잠을 청했어요.
나의 마지막 밤이었어요. 그래도 마지막 잠이 내 형제와의 온기를 나누는 밤이었다는 것.
그대들이 나를, 우리를 얼마나 많이 생각해 주는지를 한 없이 느낄 수 있었던 밤이었기에 너무 따듯했어요.
단지, 우리가 추위를 피해 몸을 뉘었던 곳이. 무척 차가웠던 겨울 날. 한 해의 마무리와 시작.
그대들 또한 새로운 설렘으로 우리와 늘 함께 할 수 없던 순간에서 다른 지친 고양이들의 터전이었다는 것만 제외한다면요. 내 잘못이었어요.
나는 아가고양이었지만, 모든 길생명들에게 추위는 같았기에 보금자리를 침범한 우리를 다른 고양이들은 탐탁찮게 보았었나 봐요. 문득 눈을 떠 보니 평소 같으면 나직이 자리를 비켜달라고 했을 어른들이 경직된 표정으로 우리 형제를 둘러싸고 있었어요. 눈비비며 일어난 치즈는 겁에 잔뜩 질려 하악질 조차 하지 못했어요.
어른들의 눈빛은 나보다 약한 치즈를 향하고 있었어요. 부주의로 까망이를 잃은 나는 그 눈빛을 보고 가만 있을 수 없었어요.....정말이에요.....
어른들이 치즈를 향해 달려들던 찰나, 나는 내 몸을 던져 치즈 앞을 막고 치즈에게 도망가라고 소리쳤어요..
그렇게 생긴 틈에 도망가지 못한다면, 겨울 칼바람이 만든 적의는 아기고양이 모두의 여행을 끝낼 것만 같았거든요. 적의가 나쁘다고 생각 안해요. 그냥. 그 밤은 너무 추웠고, 너무 길었고, 너무 쓸슬했기 때문이에요.
달려든 나의 목 언저리에 날카로운 송곳니가 스치고 지나갈 무렵.
희뿌옇게 변해가는 눈빛 속에 하나 남은 내 형제가 무사히 어둠 속으로 내닫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이불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얼음처럼 굳어갔고 많이 추웠거든요.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폭신한 이불을 덮고 있었어요. 그리고 십시일냥 여러분들은 새해 첫 날의 설렘이 아닌 슬픔과 눈물로 내 이름 '베르' 를 나직이 불러주고 있었어요. 나는 공기와 같이 그 자리에 있었어요.
혹시, 나 그래도 하나님하고 약속 지켰다고. 울지 말라고 옆에서 계속 솜방망이로 어깨를 툭툭 쳤는데 느끼지 못했었나요. 만일 작은 아기고양이인, 어쩌면 무수한 생명 속에서 한 줌 먼지와 같은 나와의 이별조차 발견해 주고 이렇게 감싸안아 준 그대들의 얼굴과, 귀와, 목과, 어깨와, 손이. 따듯해 졌음을 느꼈다면 그 자리에서 위로하고 있던 나를 만날 수 있던 거에요. 그러니 울지 마요. 슬픈 여행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지킨다는 것을 들었을 때, 아까도 말했듯이 나의 이번 여행은 좀 짧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겁 많고 조용한 치즈까지 무사히 찾아주고 사랑으로 함께 할 묘연을 만들어 준 것도 다 알고 있어요.
여행을 마치고 다시 하얀 빛에 쌓인 채로 돌아온 내게 하나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이 있어요.
'마음으로 사랑할 줄 아는 모든 생명들이 천사' 라구요.
맞아요. 나는 짧은 이번 묘생으로서의 여행을 통해 이렇게 천사를 만나볼 수도 있었잖아요.
사실, 이곳에 있어도 천사들은 너무너무 바빠서 잘 못 만나거든요. 헤헤.
지금 나 너무나 바쁘다는 것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까망이도 아프지 않게 매일 보면서 기도해 줘야 되고, 치즈가 외로워 하지 않도록 가끔 코 앞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부비적 해 주고 오느라, 십시일냥 그대들이름 하나하나 일기장처럼 만들어서 보고 있다가, 하나님한테 아주 사소한 것 하나하나라도 다 도와주셔야 한다고 땡깡부리고 있거든요. 하나님이 '이 아가, 지킨다는 건 매일 소원 빌라는게 아닐텐데' 하고 웃으시면서 쓰담쓰담 해 주실 정도라구요.
그리고, 아마. 이런 제 응석에 지치셨는지. 올 봄에 생명넘치는 아기고양이가 되어 엄마아빠고양이 사랑도 많이 받고, 다시 그대들을 만나 행복할 수 있도록 다시 여행 보내 주시겠다고 약속했어요! 이번에는 지켜야 할 것도, 그 어떤 조건도 없이요. 아. 하나 있구나. 사랑이 만개하는 봄에 그대들 곁에 슬몃 다가가서 세상에서 제일 많은 사랑 받다가 오는거요.
그러니까. 베르라는 이름으로 나를 기억해 준다면.
그 이름이 사랑하는 천사들에게 슬픈 기억이 아니라.
그대들이 또 다시 살금살금 조심조심 다가와 안아주고 말 걸어 주고 눈 맞춰 주고 싶을,
어떤 아주 작고 사랑스러운 아가고양이와의 만남의 약속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키느라 바빴던 아기고양이 사랑해 줘서 정말로 너무너무 고마워요. 사랑해요. 아주아주 많이!
우리. 곧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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