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의 생업이 기업의 신사업이다보니, 사실 내 커리어패스의 80%는 타인 관점에서는 '실패' 이다.
신사업이라는게 대부분 - 특히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을 아이템으로 하는 경우 - 다른 사업을 영위하면서 어느 정도의 GP를 확보한 오너들의 불꽃놀이와 같다보니. 신사업을 정말 진심으로 생업의 존망을 걸고 하는 경우를 찾아보는게 더 어려울 지경이다.
처음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던 2000년도 중반으로 시간을 되돌렸을 때, 모든 것이 좋기만 했었는지 정부 지원금들도 엄청나게 다양했고 창업이 스펙이 되었던 시기인지라, 제대로 사업 기초소양을 쌓지 못한 90년대 및 00년대 초반 학번들의 청년 CEO들이 스타트업의 본질을 참 많이도 훼손해 놓은 듯 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근로소득의 가치까지 무너지고 대출도, 마통도 안되고 삼전도 6만전자가 되버린 2021년 10월에도 우리는 여전히 노동을 하고, 노동의 자리를 찾고, 노동을 통해 나를 재확인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아니. 계속 살아가야만 한다.
다만, 오늘 정리할 찗은 생각들과 재주 없는 글들, 혼자만의 푸념이 스타트업을 선택하는 누군가와, 내가 과연 사업을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해 마음으로나마 함께 정답 없는 논의를 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힘들지만 살기는 살아야 하니까.
■ 수평조직은 과연 아름다운 것인가?
스타트업에서 시작된 수평조직의 열풍은, 이름난 대감댁까지 대 유행처럼 사용되는 조직운영 기법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K-수평조직은 과연 좋기만 한 것인지는 이 쯤 해서는 잘 모르겠다.
대감집 관점에서 보면, 수평조직 (기존 직급체계의 파괴 및 매니저 닉네임 통일) 은 자세히 들여다 보았을 떄 연봉테이블을 애매하게 가져가서 비용절감을 하기 위한 아주 좋은 툴에 지나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대감집집 노예들의 경우 R&R이 기계화 되어 있어서 절차와 프로세스를 따라 일하는 것이 전체적인 비즈니스 구조인데, 직급을 파괴한다고 해서 뭐만 하려고 하면 쓰라고 하는 보고서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의사결정자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수평조직을 도입하는 가장 큰 메리트가 있다면 보고의 간결화와 빠른 의사결정 일텐데 수평조직 도입한 대감집 노예라고, 어느날 갑자기 전직 차부장급, 팀장급 다 동일 매니저니까 빼버리고 임원한테만 약식 보고서 제출해서 의사결정 요청하거나, 메일이나 카톡으로 의사결정 아삽으로 해 달라고 한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 벌어질 뿐이다. 그리고 겪어본 바 수평조직을 도입하라는 최고경영자층 또는 상위관리자급이 수평조직의 평등성과 신속성을 제일 싫어하고 짜증내 하더라.
수평조직을 정의하면 쉬운 말로 '내가 사원, 대리, 과장노예 이지만 회사에 도움될 만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의사결정권자가 과거 자신의 성공사례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현 산업 시대에서 리스크를 검증해 보면서 최대한 밀어주는 것' 에 본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최소한 자신의 연차, 직급의 한계를 교차적으로 인정하고 상호 도움이 될 것들을 같은 테이블에 마주앉아 논쟁할 수 있는 환경. 논쟁해도 뒤에서 정치당하지 않는 환경 자체가 수평조직인 것이지, 말짱하던 직급을 파괴하고 갑자기 '이제부터 임원, 팀장 빼고 다 매니저야^^' 하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HR에서는 차라리 수평조직이 될 경우 구성원들에게 '재무적인 이유' 인지, 진짜 모두가 꿈꾸지만 현실에는 없는 오픈 테이블형 수평조직으로 조직쇄신을 하기 위함인지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주는게 모두에게 더 나은 배려가 될 것이다. 후자의 경우 HR에서는 어렵더라도 어차피 기존 계급구조는 내제되어 바뀌지 않을 것이기에 두 번째 수평조직의 이론적 장점인 보고서 축소 및 회의공간의 자율화라도 만들어 주면 좋겠다.
아마도 수평조직을 원하는 대감집 어르신들의 이상 속에서는 직원들이 막 여기저기 테이블에서 자유롭게 앉아서 노트북이나 패드 펴고 이야기하는 상상속의 그대들의 모습을 떠올리실 테니 말이다.
구조가 안되면 환경이라도 바꾸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야 안에서 조직문화와 의사결정이 곪지 않는다.
재무적인 이유라면 직원들 스스로가 수긍하고 알아서 암묵의 룰을 짤테고 말이다.
역으로 스타트업들이 저연차들을 유입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쓰는 툴이 서열파괴 수평조직이긴 한데, 이런 구조는 보통 매우 다수의 실무진들을 1명의 리더 또는 PM이 관리하는 형태, 또는 아예 사수 개념을 없애버린 형태이다. 이것도 K-수평조직의 형태로 그저 갓 들어와서 회사생활을 모르고 조직생활 (시스템화)에 관심조차 없는 개인주의자들에게만 좋을 뿐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리더가 있다면 그 다음 레벨에 PM이 있어서 중간고리 하나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구조와 이렇게 되면 달라보이는게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그림을 그리면 사원-과장-부장의 3단구조로 조직이 개편되는 것이다.
중간 연결고리가 하나 더 있음으로서, 스타트업 잡플래닛 리뷰에서 나타나는 저연차 분들의 고민사항인 '사수가 없어서 배울 사람이 없다', '와 저인간도 저연차에 팀장을?' 을 많이 해소해 줄 수 있고, 아무래도 세대차이가 발현되는 리더급과 저연차 실무진을 그대로 두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기싸움, 알력싸움을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스타트업 최대 이슈사항 중 하나인 잦은 이직으로 인한 업무공백을 나름의 퀄리티를 유지하며 인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오히려 이런 구조를 가져가게 된다면 줄여야 할 것은 이사 직급이다. 스타트업에서 대부분 대표 친구, 가족으로 채워지는 이사진의 경우가 오히려 의사결정에 실이 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았고, 잘 굴러가는 실무단에 정치를 심는 경향을 많이 보았다.
내가 스타트업 오너이지만 정치를 통해서 상호 경쟁을 유도함으로 시너지를 내서 흐뭇해 하고 싶은게 내재된 니즈라고 한다면, 그냥 수직구조로 가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그래서 나는 '우리 회사는 수평조직이 최대 장점이에요' 라는 회사일 수록 지원자들이 수평조직보다는 연봉이나 R&R의 세분화, 기업이 지나치게 피봇팅을 선호하는지 아닌지 등 일상과 업무 자체에 피로도를 줄 수 있는 환경여부를 더 따져가며 입사지원을 했으면 좋겠다.
■ 매스채널부터 시작하는 브랜드는 높은 확률로 망한다.
이따금 이제 막 얼기설기 만든 브랜드의 신상품을 가지고 '우리 엄청 잘만든 신제품이에요' 또는 '우리 모기업 000 아시죠? 거기 관계사에서 만든 브랜드의 제품이에요' 라는 말과 함께 '듣보잡' 제품을 MD들에게 제안하게 될 때, 유통사 MD분들이 얼마나 짜증날 지, 왜 그렇게들 신경질적인지 이해가 되기는 한다.
신제품, 신규 브랜드를 내면 모든 대표자들은 투자금이 얼마든 '일단 온라인에 검색했을 때 무조건 최상위에 뭐든 막 나와야' 성공이라고 생각하는데, A&P 관점에서는 무조건 마이너스 날 수 밖에 없는 액션이다.
온라인이라는 시장은 왠만큼 마케팅 퍼포먼스를 강력하게 가지고 가지 않고서는, 자체 퍼포먼스 파워가 없다면 유통, 제조, 마케팅 기업별 브랜드 콜라보와 같은 협업을 하지 않고서는 오늘 아침에 릴리즈한 캠페인이 저녁에 찾아보면 안드로메다로 사라지는 시장이 되버리기 때문이다.
MD들이 무조건 제품 가져오면 '가격 비싸요 떨구세요' 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버티는 것도, 마케팅 퍼포먼스에 미친 기업이 아니고서야 온라인 시장에서 다 고만고만한 가격, 고만고만한 AD&PR, 고만고만한 유통 프로세스를 타고 있음을 알기 떄문이다. 애써 만든 제품이 실패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고만고만해서다.
오죽하면 대놓고 '하늘 아래 새 것은 없다. 모방은 나쁜게 아니다' 를 기업 가치로 상정하는 커머스 브랜드들이 생기는 판국이다.
그래서 오히려 나는 신규 브랜드가 런칭하면, 런칭해서 숙성시킬 버짓을 줄 것도 아니라면 영업이나 기획단에서 양질의 폐쇄몰, 복지몰, 공동구매, 라이브커머스 시장부터 시작해서 우선 제품을 회전시키며 검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브랜드가 없이도 제품력과 가격경쟁력만으로 충분히 제품의 가치와 리뷰를 쌓을 수 있는 시장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금은 조금 사그러 들기는 했지만 SNS와 자체 앱을 교환하는 버티컬커머스도 좋은 테스트의 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언더그라운드 유통라인에서, 거래처들 및 소비자들과 만나며 안정적인 매출로 자생력을 쌓고 마치 각 폐쇄라인의 PB제품이 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깊고 탄탄한 관계를 형성하며, 잘 된 제품을 몇 가지 선정해서 본격적으로 패키지, 원료, 포뮬러 리뉴얼을 수행하며 이 때 기업이 원했던 브랜드 아이덴티티 (예를 들면 친환경적 패키지, 독특한 컬러나 폰트)를 담아 인플루언서 시장으로 나가고, 이 분야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4대몰, 홈쇼핑까지 진출하는 것이 오히려 순리에 맞는 현실이라고 본다.
이러한 구조는 어떻게 보면 기업 규모가 크면 클 수록 못하는데, 그 이유가 별다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폐쇄복지몰에서 나는 매출은 회전이 안되는 단기성 매출이라는 편견, 왠지 이런 중소업체와의 거래에서 발현된 매출은 매출이 아닌것 같은 옛날 분들의 느낌적인 느낌 때문이다. 내 제품은 나오자마자 누군가의 라인 타고 여러 사람 귀찮게 해서 억지로 팔리지도 않는 백화점 지하 1층 엘레베이터 앞에서 테넌트라도 해야되고, 홈쇼핑 매출 전체적으로 박살난 시점에서 홈쇼핑에만 들어가야 하고 뭐 이런 견해들이다. 허세다.
역설적으로, 이렇게 하라고 해서 들어가면서 '매출 안나와도 되 괜찮아. 브랜드 키운다고 보자' 라고 하면서 세일즈 담당자에게 카톡으로 실시간 매출압박하는게 K-대표들의 민낮이고 안 고쳐질 현실이다.
환경이 이러하지만, 당신이 BM으로서 급변하는 시장에서 뭔가 액션으로 매출을 내라는 미션을 받았다면, 조금 설득에 긴 과정이 들더라도 언더그라운드 유통부터 탄탄하게 다져가기를 바래본다. 바탕이 탄탄한 제품은 결국 상위 벤더나 MD의 눈에 곧 들어오기 마련이다.
이러한 언더그라운드 유통에서 가장 성공적인 제품이 있다면, 건강기능식품에서는 오한진 박사님 제품과 김오곤 원장님 제품들인것 같으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스터디 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락토핏 제품도 지금 보이는 영광 뒤에, 여러 리테일러 분들이 얼마나 언더그라운드를 탄탄하게 다져놨는지 눈으로 봐서그 분들에게 어마어마한 존경을 보내고 싶을 지경이다.
■ 브랜드 대리부모가 되서 슬픈 당신, 1 년 뒤에 당신의 때가 온다.
신규 브랜드 런칭 준비 과정 - 네이밍, 로고, 스토리 - 에서 내가 얼마나 참여했는지는 이력서나 포트폴리오 작성 이외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는 요즘이다. 이유는, 내가 90%의 노력과 10%의 재능을 사용해서 미친듯이 멋진 브랜드를 만들더라도, 브랜드를 세상에 내보이는 '유통과 마케팅' 의 영역은 기업 고유의 툴을 활용하게 되던지 (늘 하던대로 하던지), 또는 대표가 하고싶은 대로 하던지, 누군가 입김 센 사람의 말을 따라가던지 셋 중 하나로 흐르기 때문이다. 차장급 이하가 만든 브랜드가, 그 사람이 브랜드를 설계하며 함께 머리속으로 그렸던 라인대로 흘러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브랜드의 대리부모와 같은 입장에 놓인 당신이라면 슬퍼하기 보다는 잠자코 1 년의 시간을 지켜보며 모두를 응원해 보기를 바래본다. 힘들더라도.
이유는, 브랜드 개발자의 의견을 누르고 나간 유통과 마케팅은 비용 손실과 리소스 황폐화라는 결과를 수반하고 다시 브랜드 개발자에게 리턴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열심히 아는 척 떠들던 인원은 신규사업에서 짤리거나 나가거나를 하게 된다. 리소스는 남들이 다 써버리고 단물은 없고 똥만 남았지만 이 때가 사실 하고픈 것 많은 BM에게는 최대의 기회이다. 의지할 곳이 당신밖에 남지 않았기 떄문이다.
1 년 동안 남들이 브랜드를 우주 저 멀리 보내버렸다고 할 지라도, 경영인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회전될 여지가 있다면 이는 곧 매출이기 때문에 이를 구현해 준 당신을 전에 없는 눈으로 신뢰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이 때 브랜드를 회생시킨다는 관점은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과 같이 비용이 풍성할 때나 생각할만한 요소가 아닌 그저 제품 판매를 통한 매출이라는 숫자밖에는 없으므로, 1 년 간 채널전략 확장과 보완, 중장기적으로 다가올 채널들에 대한 대비 (입점준비와 상품제안, 채널 별 메리트 있는 가격과 상품구성 전략 수립)에 중점을 두자. 예쁜 광고, 예쁜 마케팅만 하는게 BM은 아니다. 완성형 BM의 꽃은 리테일애서 방점을 찍는다.
그러려면, 그 1 년 동안 의견을 거칠게 내세우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싸움닭이 되기 보다는, 이 브랜드가 만일 망하기 직전까지 갔을 때, 나는 어떻게 이걸 살릴 수 있겠다는 계획 또는 계획을 구현해 줄 좋은 파트너 사들을 만나서 열심히 빌드업 하는데 시간을 보내보자. 살리다가 결국 베드앤딩이 되더라도, 이 과정에서 늘어나게 된 현장의 지혜는 브랜드 매니저로서 위기관리 역량을 한층 더 성숙하게 해 줄 뿐 아니라, 채널에 근거한 제품, 소비자에 근거한 제품, 제품과 마케팅의 효율적인 상호관계 등을 좀 더 정교화 시켜주는 시간들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죽어가는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살려냈다면 더 말할 것도 없이 좋은 결과이자 내 커리어 패스의 자산이 될 것이다. 경력직의 이직 인터뷰 최고 단골 질문이, '그래서 당신이 맡은 또는 개발한 제품과 브랜드 중에 가장 자신있거나 잘 알려진 브랜드가 뭔데?' 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내가 오너나 태초부터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빅마우스가 아니라면, 1년은 꼭 지켜보자.
■ 그런 의미에서 걸러야 할 마케터 직무
마케터 모집이라는 채용 공고를 걸어놓고 0명 뽑으면서 IMC 운영 및 브랜드 관리,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담당을 JD에 몰아 써 놓는 곳은 믿고 거르자. 모든 시스템을 리딩하는 직무를 우리는 BM이라고 부른다.
제품의 A-Z를 관리하는 경우 PM이라고 한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곧 MD 업무를 시키겠다는 것이다.
광고로 구매전환 성과를 내는 직무라면 요즘은 '퍼포먼스 마케터' 라고 따로 부르며, 언론은 대언론이라는 직무가 있다. IMC,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JD 전면에 쓰는 기업의 심리는, 이 직무가 뭔지 세부적으로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거나 한 인력으로 기업에 부족한 걸 다 채우는 잡부를 원하거나 셋 중 하나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렇게 뽑힌 '잡무 마케터' 는 각 부서의 불편한 곳을 엄청난 매일의 야근으로 익일까지 다 완료해 놓지 않으면 '마케팅이 안해줘서, 못해줘서, 실력이 없어서' 라는 욕만 먹고, 자신들의 과오를 덧씌우는 감정 휴지통으로 전락할 확률이 아주 아주 높다.
만약 내가 진짜진짜 관심이 있는 기업에 저렇게 마케팅 포지션이 나왔다면, 세부적으로, 어쩌면 집착에 가깝게 R&R의 명료한 구분에 대해 인터뷰나 오퍼레터 단위에서 파고들어 꼭 쟁취하도록 하자.
인터뷰 때 분위기 좋다가도 R&R 이야기만 나오면 인터뷰 보는 사람들보다 표정관리 안되며 질겁하는 면접관이나 오너들도 많으니 이런 점을 한 번 확인해 보는 것도 나의 뒷 세대 실무진들 또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 샌드위치처럼 윗 문화 아래문화 다 맞춰야 되는 내 세대의 이직러들에게도 꼭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한다.
■ 신사업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 가져야 할 '부정의 마음가짐'
여러 번의 신사업의 성망을 경험하며, 나름의 가치관이 하나 정립되어 있다면 신사업은 희망찬가 또는 긍정으로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 말이 내가 만든 제품과 서비스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라는 것이 아니다.
나의, 우리의 결과물들에 대한 애착은 강하게 가지되, 세일즈던 마케팅이던 어떤 활동을 할 때 그 행동이 안될 경우의 수를 열심히 만들어 탄력적으로 대응하자는 것이다.
지나친 긍정은 엉뚱한 지표를 토대로 우리의 실정과 전혀 맞지 않는 포캐스팅을 도출하게 되고, 그 결과는 오너 포함 경영진 모두가 동의하겠지만 뜻대로 안되었을 때 책임은 내 몪이다.
차라리 애초에 입사 전 인터뷰 자리나 기업 또는 경영진의 비즈니스 멘탈을 탐색할 시간이 있다면 그 과정에서 긍정주의만으로 세상을 보는지, 또는 내가 부정적인 관점에서 태클을 걸 일이 있을 떄 그것을 어디까지 수용해 줄 수 있는지 진지하게 토론해 보고 시작하자. 그 질문이 부담스럽다면 사업의 빌드업 과정에서 '오너십의 입장을 전격적으로 지지하는 편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의 질문을 던져보자.
놀랍게도, 머쓱할 수 있는 이 질문에 '내 뜻대로만 하는게 맞아' 또는 입꼬리가 나도 모르게 올라가는 오너나 경영진의 모습을 라이브로 목도 가능함에 놀랐다. 숨길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세상이 바뀌어서 면접자도 면접관도, 취업자도 고용주도 멘탈이 참 많이 바뀌었다.
■ 1분 자기소개 어떻게 하나요?
지금도 가끔 채용 카페의 단체 메일에서 발견되는 흔한 질문들인데, 나중에 한 번 따로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잡담과 검증이 덜 된 썰을 쓰고 있기에 요약하자면,
'기업이 하는 일 중 부족해 보이는 걸 하나 잘 추려내서 그거 하고 싶어서 온 사람' 으로 나를 정의하고 끝내면 어떨까 한다.
- 기업이 지금 하는 일이 있을 것이고 나는 그것에 무엇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됐다 (10-15초)
- 근데 '사원이 아닌 소비자 입장' 에서 보니 000가 부족한 공간으로 보였다 (10-15초)
-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그 공백에 대한 추론이 맞다면 내 핵심 역량은 000 이기에 나름의 준비가 되었다 (10-15초)
- 괜찮다면, 이 부분이 맞는지 질문 드릴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또는 정중히 요청드린다 (10-15초)
인터뷰에서 인생살이 듣는 것 별로 안좋아 하는 내 기준이지만, 내가 가끔 쓰기도 하는데 아직까지 성공율이 꽤 괜찮은 편이라 공유드린다.
머리속의 생각을 정리 안된 글로 한 번 털어내었으니, 오늘 이란전은 좀 이겨서 생각도 기분도 조금 개운하게 잘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