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 환경에 맞는 인재는 고인물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다.
"지금 완벽해 보이는 내 짝궁은, 어쩌면 이전 인연과의 경험들이 쌓여 만들어 진 명작이다"
이 문장을 이루는 보다 직설적인 워딩들이 있지만, 직설적으로 하자니 별로 좋아하는 말들은 아니라 구태여 우회해서 풀어본다. 그래도 각종 커뮤니티나 sns에서 보통 무슨 의미로 쓰여지는지 알고 있으니, 여전히 별로인 문장이다.
하지만 오늘 쓰고 싶은 이야기인 '엄청나게 많은 이직이 존중받아야 할 세상' 에 저 표현만큼 어울리는 말이 또 있을까 싶다.
내가 살아가는 업무의 현장인 '건강기능식품' 의 영역은, 본래대로 한다면 '공학', '영양학' 전공자들만의 특수 영역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B2C 소비재 사업군들이 '커머스' 라는 환경에 놓여 있는 것 처럼, 이 쪽 산업군 역시 커머스와 트랜드, 콘텐츠, 퍼포먼스라는 핵심 가치를 피해갈 수 없는 산업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과거처럼 고리타분하게 C-LEVEL 의 특정 오너가 본인 취향대로, 또는 자기가 좋아하는 명품 브랜드처럼 우리 제품은 무조건 프리미엄 브랜드여야 한다는 관점으로 사업을 벌였다가는 1년도 안되서 돈만 쓰고 망하기 쉽상인 제품군이 되어버렸다.
비록 월급을 주는 것은 오너 또는 C-LEVEL 이겠지만, 냉정하게 그들의 과거 유통, 과거 마케팅, 과거 브랜드 전략으로는 어떤 것도 뜻대로 이룰 수 없는 시장 환경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과거' 와 '라떼' 가 상대적으로 짧은 젊은 오너들, 체계라고는 딱히 경험한 적이 없는 언더그라운드의 장사하시던 분들이 짧은 기간에 몇백억 기업의 오너가 되는 모습을 보게 되는 이유이다.
현대의 소비자는 SNS가 한창이던 2010년대 후반기처럼, 자극적인 콘텐츠와 워딩만을 보고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 제품은 홍보력은 약하지만, 제품력 하나는 미치도록 좋은 하이앤드 프로덕트에요' 라고 자가당착에 빠진 엘리트 제품을 사지도 않는다. 아니, 후자의 경우 알려야 사는 환경에서 알리지도 않고, 우리 제품 세상에 없던 것이니 어련히 소비자가 알아서 오겠지. 라는 건방진 사업모델인데 구매가 오너들이나 옛날 성공에 빠진 임원들 뜻대로 발생하는 것 자체가 자가당착이다.
(개인적으로는 제약사의 건강기능식품 후발주자 브랜드들이 후자에 해당되서 망했다고 생각한다.)
제품도 좋고, 트랜드한 워딩과 이미지, 영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툴을 활용해서 알려야 구매를 할까 말까 하고,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도 이전같지 않고 끝없이 비교하는 것으로 자존감과 구매만족을 얻는 스마트 컨슈머 시대이다. 심지어, 워딩이나 이미지, 영상, 퍼포먼스 툴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선점하는 주체들도 달라지며, 하다 못해 '보복 구매' 라는 시장 단어가 나올만큼, 미디어 마케팅 툴을 변수로 하여 제품을 사는 소비자의 연령층도 마케터들이 흔히 가정하듯이 MZ 세대나 20-30이 아닌 세계가 되버렸다.
왕도와 답이 없어진 세상에서 끊임없이 진화하며 사업을 영위하려면, 이제는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트가 세상에 더 적합하다. 깊이는 조금 낮을 지언정, 매일의 생활에서 업무에서 많은 일을 겪고, 보고, 하고, 느끼고, 실패하고, 성공하는 그 모든 것들이 '평범한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과 서비스' 를 만들고, 내 주변 사람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만 한 이미지와 콘텐츠, 퍼포먼스를 만들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경험 그 자체가 업무를 진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되는 것이지, 내 업무만 R&R만 깊이 파 들어간다고 인정받는 시대는 지금, 그리고 더욱 개인화, 파편화 될 미래 시대에 맞지 않는 가치이다.
보통 스페셜리스트들이, 과거에는 제너럴이 될 기회가 없거나 미덕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인식에 갇혀서 스스로의 알을 깨고 나오지 못했던 사람들이 제너럴리스트들을 보며 스스로를 차별화하고 우월화 하는 요인은 '업무의 깊이와 전문성' 인데, 이 부분은 엄밀히 따지면 제너럴리스트라도 여러 역량 중 핵심 역량 하나를 다년간 직접 부딪히며 업무로서, 생활로서 해 나간다면 전공자만큼의 깊이를 충분히 갖출 수 있다.
우리가 의사나 약사, 변호사 등 정말 시작부터 다른 특수영역이 아닌 Pay Dreamer 라면 말이다.
세상에서 융합이라는 단어를 학문에, 사업에 꺼내고 홍보하며 대세화 시킨 것도 벌써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사람들을 키워오고 적응시켰고, 문/이과간, 또는 다양한 업무경험 간 컨버전스가 미래 기업 자산이 된다고, 새로운 물결이라고 한다면 정말 고인물들, 퇴보하고 각성해야 될 사람들은 한 우물만 판 사람들이다.
내가 수십년간 해 온 한두개의 일에 갇혀서, 타인들의 의견과 발전 가능성을 억누르는 것으로 자리지킴을 해 오지는 않았는지, 시대에 도태되는 것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근속기간이 짧고 긴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근속기간이 얼마든 그 간 기업이 원하는 성과를 얼마나 함께 이루어 나갔는지,
성과를 만들기 위해 짧아보이는 그 기간동안 어떤 역량들을 배우고 발휘했는지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근속기간이 길면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우직하게 앉아서 일한다라고 생각하는데, 새로운 경험자들을 놓고 정치하면서 자신들의 기존 터울에 새로움이 접목되지 못하게 정치하고, 업무역량에 대한 실체도 없는데 단지 그 기업에 오래 있었고 히스토리와 문화를 알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존중받으며 시도때도 없이 커피먹고 담배피고, 회식하며 잔소리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C-LEVEL 분들도 알 것이고, 인사팀은 더 잘 알것이고, 헤드헌터도 모르는 바 아닐 것이다.
근속기간이 짧은데 성과는 많고, 이게 다 뻥인것 같다고 느껴지는 인원이나 이력서를 본다면 레퍼런스 체크를 통해 그 때 팩트체크를 들어가도 늦지 않다. 다양한 경험을 엉덩이 무거움, 능력 없는 존버의 기간과 상호 매칭시켜서 가치 저울질 하는 꼰대 HR은 이제 사라졌으면 한다. 꼰대 C-LEVEL 및 임원은 역사의 뒤안길로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품과 서비스가 SPA 형태로 생산되고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는 무한 Rebuild 의 시대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일개 직원이 기획하고 예산을 쓰고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사업, 제품, 서비스 실패로 직원을 자르고 버림으로 인해 헌신한 개인들의 커리어패스를 걸레짝처럼 만들고 시장에 나갔을 때 편견에 휩싸이게 하는 가장 큰 변수는 오너리스크다. 오너의 기업이고 오너의 선택이 결정적인 환경이다. 주인의식 가진 직원들을 원한다면서, 주인의식 가지고 오너에게 의견을 제기하면 속으로 싫어하고 경계하고 멀리하는 것이 2020년대 여전히 압도적인 한국 기업 조직문화가 아닌가?
변화에 수도 없이 피봇팅하며 끝없는 성공을 달성해 줄 사람은, 마냥 당신과 오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들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공이라는 작품을 이룰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다.
당신이 일 잘한다고 믿는 직원도 결국 누군가 또는 어떤 환경들과의 교점을 통해 배우고, 얻고, 실패하고, 성공하고 성장해서 만들어진 사람이다.
그래서,
커머스와 퍼포먼스가 성장하는 동안,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이 진화하는 그 모든 순간 속에서,
진심으로 지금 이순간도 이직을, 새로운 도전을 고민하지만, 과거의 나의 경험이 인생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고민하는 모든 분들이 조금 더 힘을 냈으면 좋겠다. 더 당당하게, 나는 기간은 짧을 지언정 놀지는 않았고 함께 했던 인연에 내 모든 최선을 다했음을 당당하게 어필함으로 또 다른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
그러함에도 끝까지 '난 그저 오래 한 기업에 있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 이라고 믿는 기업이나 오너가 있다면 그냥 인연이 아니기에 상처받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계속 흐르는 물은 흘러흘러 생기를 가지고 신선하게 더 큰 바다로 나가며, 고인 물은 썩고 도태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고인물과 억지로 함께하는 것이 당신의 커리어패스에 오너리스크를 더함으로서 또 다른 경력단절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슬퍼할 시간에, 짧게 쌓인 나의 진심들을 어떻게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어 볼 수 있는지 스스로를 브랜딩하고 세일즈 포인트를 만들어 가는 데 에너지를 쏟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조약한 글 하나. 누가 읽을지도 어떻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전해지는 부분이 있다면 헤드헌터들에게는 젊은 방랑자들이 필연적으로 쌓게 되는 짧고 다양한 경험들을 어떻게 좀 더 잘 포장하고 세일즈 할 수 있게 도와줄 지 고민해 보는 발상 전환의 기회가,
내 사업 잘 되었으면 하는 C-LEVEL에게는 인적자원 구성에 대한 또 다른 상상의 기회가,
한 사람 오래 앉히는 게 KPI 일 수 밖에 없는 HR 담당자들에게는, 또 다른 인사평가와 인적자원관리를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연애가 그러한 것 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관계의 길이와 깊이를 만들어 가는 것이지, 마냥 오래 사귀는 것이라고 가장 완벽한 연애가 아닌 것 처럼, 기간이 어떠하던 진심으로 일하고 진심으로 대대우하면서 서로가 필요한 인연이 되는 이직시장 문화가 생기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