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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메시의 Last Dance?

그의 축구 인생 종착역은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 시절의 마지막을 다룬 다큐멘터리 <Last Dance>가 넷플릭스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다른 국가의 넷플릭스에는 영상이 이미 올라와 있으나 한국 넷플릭스에만 공개되지 않은 관계로 내용을 다 밝힐 수는 없지만, 조던이 6번째 NBA 우승을 이룬 1997-98시즌을 배경으로 하여 그의 커리어를 반추하는 다큐멘터리다. 


마지막 춤 (Last Dance) 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는 조던이 1997-98시즌을 자신의 마지막 시즌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적잖이 지쳤던 조던이 코트 위에서 마지막 우승을 위해 불사른다는 의미로 붙인 것이다. 조던이 NBA 커리어를 보내면서 스쳐온 많은 추억들이 마지막으로 커리어를 하얗게 불태우는 과정에서, 완전 연소를 위한 산소가 된다.



마지막 춤, 그것은 자신의 인생을 걸고 펼치는 필사의 공연이다. 조던은 98년에 정신적으로 지쳐 있었고, 육체적으로도 노쇠해 있었다. 그렇게 지친 상황에서 선보인 마지막 퍼포먼스는 시카고 불스의 6번째 NBA 파이널 우승이라는 피날레의 방점을 찍었다. 혼신의 드리블, 혼신의 슈팅이 만들어낸 또다른 기적이고, 조던의 인생을 장식한 보석이다.


그렇다면 조던 이후로 또다른 Last Dance를 보여줄 이가 있을까. 단연코 나는 리오넬 메시를 꼽겠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현세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부제같아 보인다. 게다가 메시가 전성기를 지나 축구 인생의 황혼기에 가고 있다는 점도 묘하게 닮아 있다. FC 바르셀로나, 그리고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이제는 마지막 춤을 춰야 하는 순간일 수도 있겠다.


2000년 7월에 FC 바르셀로나에 스카우트되어 건너간 이후 20년 동안의 축구 인생이 그 누구보다 화려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 10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4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6회, 발롱도르 수상 6회 등의 화려한 수상 이력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찬란하다. 이미 다수의 매체, 축구 팬들은 메시를 펠레와 디에고 마라도나의 위상에 필적한 이로 인정한다. 그러나 메시의 축구 인생이 결코 화려하지만은 않았고, 그에게도 정신적 고통은 따라다니고 있다. 



지난 수년 간 햄스트링의 고통을 참고 뛰면서도 피치 위에서 대충 뛴다는 비난이 매번 붙는다. FC 바르셀로나의 영광을 책임진 공로를 뻔히 알면서도, 지금도 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위치에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메시에 대한 여론이 늘 우호적이지는 않다. 세월의 풍파에 마모되는 메시를 애써 부정함과 동시에, 사람들은 캄프 누에서 펼쳐지는 모든 경기에서 메시가 미친 듯이 뛰고 미친 듯이 골을 넣기를 바랄 뿐이다.


게다가 메시의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월드컵은 고사하고 남미 최대의 축구 대회인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1986년 이후 월드컵 우승이 없고, 1993년 이후 코파 아메리카 우승이 없다. 그 정도로 우승에 목말랐던 아르헨티나 축구 팬들은 메시의 힘으로 트로피를 추가하기를 바랬다. 메시 한 명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다는 현실을 알면서도, 팬들은 메시의 전지전능함만 바라보았다. 


하지만 메시 혼자서 우승의 서사를 쓰기에는 아르헨티나 자체가 너무 약했다. 화려한 라인업에 비해 실속이 떨어지는 라인업, 부임하는 감독마다 트렌드에 뒤처지는 모습들로 인해 아르헨티나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메시가 아무리 훌륭한 의사라고 해도, 중병에 걸린 환자와 같은 아르헨티나를 회생시킬 수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팬들은 메시에게 무리한 기대감을 표했으니, 그것은 메시에게 관심이 아니라 비수에 가까웠다.


자연히 메시에게는 영광보다 고통이 더 컸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는 준우승을 차지했고 메시는 월드컵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수상했으나,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월드컵뿐만 아니라, 대표팀에서의 그의 얼굴은 대체로 우울하다. 조던이 스트레스와 중압감에 억눌려서 지었던 표정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메시에게서도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기분일까.



아마도 메시가 밝은 표정으로 축구하는 모습을 볼 시간은 많지 않을 게다. FC 바르셀로나는 메시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려 하고, 아르헨티나 축구계는 점점 메시와 멀어지고 있다.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서사도 끝을 바라보고 있는만큼, 훌륭한 매듭을 짓는 순간이 온다. 이제는 메시가 축구 인생을 얼마나 여운 있게 마무리를 하느냐가 관건이다. 그의 Last Dance가 어느 시점에 펼쳐질 지는 알 수 없지만, 메시다운 한 편의 무대가 사람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길 바랄 뿐이다.


메시의 마지막 탱고, 과연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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