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ply Chain 변화, 현실이 된다
내 컴퓨터 앞에서 가구나 전자 제품을 해외에서 직접 구매했을 때, 배송의 관건은 중국 쪽 교통이나 운송 스케줄이었다. 글로벌 대기업들의 생산 및 소싱이 중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책상용 스탠드를 아마존 사이트에 접속해서 하나 샀는데 한 달이 넘게 걸려서 집앞에 도착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것도 옛날 얘기가 될 수 있다. 너무 위험한 거래 루트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일으키는 주요한 변화는 Supply Chain 분산이다. 코로나로 인해 중국 경제가 멈추자, 전세계의 생산과 경제 활동이 멈춰 버렸다. 한 번 멈춘 경제 활동은 연쇄적인 물류 차질을 일으켰고, 여기에 수요 급락까지 연이어 발생하면서 전세계의 Supply Chain은 꼬일 대로 꼬였다. 생산과 운송이 정상대로 돌아오려면 몇 년이 걸릴 지 알 수가 없다.
생산 및 물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스레 대체 유통 경로, 대체 생산 지역을 찾게 된다. 자국으로 소싱 시스템을 복귀시키는 리쇼어링, 자국 근처로 옮기는 니어쇼어링 등이 발생한다. 핵심은 중국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소싱을 옮겨서 지금과 같은 불황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인데, 베트남이나 싱가포르같은 동남아 국가들이 대표적이다. 더구나 최근에 미중 무역분쟁이 다시 격해지면서, 동남아가 생산 기지로 각광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미 동남아 국가의 정부들은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 기지 유치를 위해 뛰어들었다. 태국은 중국에서 태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에 대놓고 50%의 세금을 깎아주기로 공표했을 뿐만 아니라, 오는 2021년까지 자국에 투자한 기업에 최소 10억바트(약 382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공표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IT 기업과 제조 기업에 총 10억 링깃(약 2,833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시할 정도로, 기업 이전 지원에 돈을 아끼지 않으려 한다.
그 동안, 글로벌 기업들의 대량 생산의 근원에는 중국 공장 및 대행 업체들이 있었다. 그러나 탈중국 레이스가 활성화되면, 동남아 공장과 업체들이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다. 제품의 생산 구조도 바뀔 것이고, 해외 직구 시장도 변할 수밖에 없다. 생산과 유통의 패턴이 변하면 소비도 변하는 것이 이치다. 해외 직구 결제 직후에 상해에서 운송되던 제품이 앞으로는 말레이시아의 콸라룸푸르나 베트남의 하노이 공장에서 건너올 수 있다. 나의 자동차 A/S에 필요한 부품도 중국보다 태국에서 더 많이 건너오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Supply Chain 구성 요소는 많지만 결국 이 시스템의 핵심은 명확하다. 생산이 이루어지는 공장, 공장을 중심으로 한 교통망, 그리고 교통망을 활용한 물류. 중국에서 생산 공장들이 벗어나는 순간, Supply Chain의 핵심 요소가 움직인다고 보면 되겠다. 핵심 요소가 움직이면, 주변의 부수적 요소들도 자동으로 위치를 옮기게 되어 있다. 그 동안 우한에 몰려 있었던 자동차 생산 공장이 중국을 벗어나 동남아, 인도 등지로 분산된다고 생각해 보라. 대변혁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다.
아직 동남아가 코로나의 피해를 받고 있어, 탈중국의 결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너도나도 중국에 대한 생산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는 점을 보면,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한다는 말도 옛 말이 될 게다. 경제 분야의 무게 중심이 바뀌면, 지정학적인 힘의 무게 중심도 바뀐다. 힘의 무게 중심 이동은 외교 관계를 넘어 국가 간 관계까지 바꾼다. 새로운 Chain이 만들어지는 순간, 우리의 일상 패턴이 변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Supply Chain의 변화가 일으킬 대변혁, 이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