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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의 루이스 해밀턴 마케팅

해밀턴에게 끌리는 까닭

최근에 썼던 글에 뉴로 마케팅을 다루면서 유니폼 얘기를 꺼냈다. 팀의 유니폼 색깔과 디자인이 소비자 및 시청자의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얘기였다. 그런데 기업이 판매하려는 유니폼이 아닌, 사람 자체가 뉴로 마케팅의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피를 끓게 만드는 인물이라면, 상품 판매 직결 여부와 관계없이 마케팅의 가치가 있을 법 하다.   


현세 최고의 자동차 레이싱 대회인 F1의 간판 스타, 루이스 해밀턴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시즌 챔피언 6회 (역대 2위), 그랑프리 우승 85회 (역대 2위), 폴 포지션 (예선 레이스 이후 본선 레이스에서 첫번째로 출발하는 것) 89회 (역대 1위) 등의 화려한 커리어만이 해밀턴을 대변하지 않는다. 그는 현재 F1 드라이버 가운데 독보적인 수입 1위이며, 현재 20명의 F1 드라이버 중 유일한 아프리카계 레이서다. F1 경기장 밖에서의 PR 활동 또한 드라이버 중에서 독보적으로 많다.



자연히 F1의 주관 단체인 국제자동차연맹 (FIA) 입장에서는 해밀턴만한 마케팅 수단이 없다. F1 그랑프리에 익숙하지 않은 팬들조차, 간판 스타인 해밀턴에게 먼저 눈길이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해밀턴이라는 이름에 아무 이유없이 뇌에 반응이 와서 끌릴 때도 있지만, 그의 행적과 맥락 때문에 F1 측에서 뜻밖의 뉴로 마케팅을 진행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여러 가지 이유로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해밀턴은 데뷔 초에는 안티 팬이 많았다. 무모할 정도로 공격적인 드라이빙 스타일 때문에, 같은 드라이버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다. 레이스 도중의 충돌로 상대 차량을 트랙 밖으로 보내 버리는 경우가 많아, 다른 드라이버 팬들에게 무수히 많은 욕을 얻어먹었다. 특히 전통의 라이벌이었던 맥라렌과 페라리가 F1 타이틀을 두고 경쟁하던 2007년, 2008년 당시 루키 특유의 무모한 도발과 드라이빙으로 페라리 팬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참고 : 해밀턴은 2007년에 맥라렌에서 데뷔) 


이러한 해밀턴의 행보가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 되어 버렸다. 기존의 F1 드라이버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사람들의 신선한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F1 드라이버들 대부분이 경기장 밖에서는 조용히 지내는 편이고, 소셜 미디어를 통한 PR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화보나 광고 촬영과 같은 활동에도 인색하며, 최대한 주변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자극을 피하지 않는 해밀턴에게 팬들은 전율을 느끼고, 어떤 대리 만족까지 느낀다. 겉으로는 그의 관종 (?) 행위를 욕하면서도, 해밀턴을 의식한다.


초창기에는 악동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해밀턴의 모습은 이전과 상당히 다르다. 친환경 메시지를 거침없이 내뱉는다. 불법적인 고래 포경과 같은 행위 비판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적이 있고, 최근에는 탈탄소화, 플라스틱 쓰레기 감소와 같은 환경적 문제에도 적극 참여 중이다. 전세계적인 친환경 경제 전환 운동에 스포츠 선수가 적극적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이러한 해밀턴의 메시지가 이미지의 전환을 일으키며, 뇌의 반응도 달라진다. 게다가 최근에 자신이 채식주의자라고 밝히면서, 반전의 강도가 높아진다.


여기에 더하여 F1 유일한 아프리카계 레이서로서, 최근의 흑인 인권 운동에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고, 백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F1에게 인종 다양성을 위한 행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모터스포츠 업계에서 좀처럼 없었던 사회적 목소리를 내다 보니, F1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도 해밀턴에 대해 한번쯤은 찾아본다. F1 대회보다 드라이버를 먼저 검색하게 되니, 해밀턴 자체가 마케팅의 핵심이다.


사람이나 사물을 인식할 때, 이미지의 반전이 일어나면 반응의 변화도 격하게 일어난다. 악동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괜찮은 놈이라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해밀턴만 보면 뇌에서 격하게 부정적 반응이 일어났던 사람들도, 뇌의 반응이 긍정적으로 변한다. 같은 시간의 눈길이 주더라도, 그 눈길에 따른 뇌의 반응이 이전보다 긍정적이라면, 마케팅 효과는 클 수밖에 없다. 그것도 F1을 대표하는 아이콘 같은 존재라면 더욱 크다.  


처음에 보였던 부정적 이미지에서 긍정적 이미지로 변화하면, 사람들은 훗날에 인식한 긍정적 이미지가 더 오래 남게 된다. 이를 역선전 효과라고 하는데, 사람은 똑같은 대상에 대해 상반된 텍스트나 이미지가 보였을 때, 나중에 받아들인 텍스트나 이미지를 더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해밀턴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더 오래 남고, 긍정적 반응이 본능적으로 뇌에서 활성화된다.


메르세데스의 별칭, 실버 애로우


물론 해밀턴의 소속팀 메르세데스 차량의 디자인이 해밀턴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메르세데스의 별칭은 은빛 색깔의 차체를 표현하는 실버 애로우 (Silver Arrow) 인데, 이는 메르세데스뿐만 아니라 아우디, BMW 등 독일 차량들의 고유 색깔이기도 하다. 자동차 업계의 선두 주자인 독일 기업들의 이미지가 루이스 해밀턴의 이미지가 묘하게 맞아 떨어졌을 수도 있다. 1류 드라이버가 1류 차량을 탄다는 연상을 한번쯤은 하게 되니까. 돈 좀 버는 남자들이 람보르기니 리미티드 에디션 같은 스포츠 카를 타는 것과 유사한 연상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반대로 얘기하면 은빛 메르세데스 차량에 눈길이 가는 것도 해밀턴 마케팅 덕이다. 2010년에 F1 팀으로합류한 이후 첫 3년 동안에는 성적으로나 흥행으로나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3년 해밀턴의 입단 이후 승승장구하기 시작하면서, 실버 애로우의 인상이 F1에서도 선두 주자의 이미지로 굳어질 수 있었다. 결국 마케팅에서 동반 상승 효과를 본 셈이다.


F1 사상 처음으로 시즌 챔피언에 오른 아프리카계 레이서, 독보적인 성적, 독보적인 PR... 누가 뭐래도 현재 F1의 최고의 마케팅 주체이자 객체는 루이스 해밀턴이다. 각종 행보 때문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고, 간판 스타 이미지를 뇌에서 연상시킬 수 있는 유일한 드라이버이기 때문이다. 모터 스포츠 세계의 핵심 광고 채널은 차량이지만, 드라이버도 엄연히 광고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는 미하엘 슈마허 이후 해밀턴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참고) 루이스 해밀턴의 YouTube <영국남자> 출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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