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잎 밥, 향기롭다
연꽃을 보면 이쁘다는 표현보다 부처님처럼 평온함을 주는 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진으로도 보지만 직접 보는 것도 좋아서 올해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세미원도 방문했고 남양주에 있는 봉선사의 연꽃도 보러 갔다.
연꽃을 보면서 사실 꽃보다 연잎에 더 마음이 갔다. 저걸 좀 뜯어가서 연잎밥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불쑥불쑥 올라와서 참기 힘들었다. 연꽃 연못 주변에 연잎밥은 팔았지만 연잎 판매처는 보지 못해 올해도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연잎밥을 만들었다.
처음으로 연잎밥을 만들 때는 엄마가 해주시던 것처럼 찐 밥을 만들어서 했었는데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려서 힘들었다. 한 두어해 쉬다가 다시 만들 때는 밥을 찌지 않고 압력밥솥에 해서 조금 쉽게 했더니 이제 매년 하게 되었다. 어느 해 겨울에 연잎을 사려했더니 판매자로부터 다음 해에 구매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래서 연잎을 언제나 구할 수 없다는 생각에 요즘처럼 연꽃이 피는 계절과 그즈음에 연잎밥을 만든다.
재료를 다양하게 넣으면 보기도 좋고 맛도 좋고 먹는 재미도 있지만 기본적인 재료가 없으면 없는 대로 대체 품목이 있으면 또 그것으로 하면 된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정답이 없으므로. 은행알을 구하려 마트 두어 곳을 갔지만 결국 없어서 집에 있는 잣을 대신 넣었다.
오늘은 ~~~~
- 백미 1 현미 2로 만든 밥 (소금 간을 했다)
- 연근, 밤, 단호박, 대추, 그리고 잣을 넣었고
- 연근과 단호박은 미리 좀 익혔다
- 연잎은 반을 잘라 사용
연잎향이 정말 진하게 배어 있는 밥이다. 냉동 연잎밥을 사서 데워서 먹으면 이 정도의 연잎향이 나지 않아 그게 아쉬웠는데 만들어 먹으면 진한 연잎향을 즐길 수 있다.
한 입 먹고 다음 한 입 사이에 김치를 먹으면 김치도 향이 강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연잎향을 또다시 충분하게 느낄 수 있어 살짝 익은 김치와 먹으면 연잎밥이 진짜, 정말로, 진실로 맛있다.
압력밥솥에 찌는 것보다 찜통에 찌는 것이 연잎향이 더 진한 것 같다. 오늘 유난히 연잎향이 진했다. 지름 28cm 찜냄비 오늘 열일했고 이 냄비를 잘 샀구나, 흐뭇한 날이다.
연꽃 같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