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인기가 아니었음이 증명됨
반신반의했다.
코로나로 인해 꽉 막힌 비행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해외로 골프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그만큼 무지막지하게 오른 국내 골프 비용을 감당하기 싫어하는(혹은 감당이 어려운) 사람들이 찾은 반짝 인기일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웬걸. 엔데믹으로 접어든 지 근 1년이 되었지만, 테니스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마음에 드는 테니스화는 해외 직구를 해야 했지만, 이제는 스포츠 용품 매장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게 되었고, 테니스 라켓의 종류도 다양해졌으며, 콧대 높기로 유명한 브랜드들이 너도 나도 테니스를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다.
과연 테니스의 어떤 매력이 사람들이 코트로 끌어오게 만드는 것인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단, 요새 기사에서도 많이 언급되는 테니스 옷이 이쁘고, SNS에 과시하기 좋아서, 또는 주 40시간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이라는 뻔하디 뻔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고 온전히 나의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고 싶다.(이렇게 말하니 더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테니스 경기에 과연 몇 가지의 전략과 전술이 있을지 헤아릴 수 있을까. 넓은 테니스 코트 안에서 높이(공간)와 속도(시간, 장소)가 다른 샷을 날리며, 상대방을 지치게 만들고 에러를 유도하는 테니스는 어찌 보면 굉장히 잔인한 운동이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 뇌에서 결정하고, 몸에서 반응하게 만드는 것 역시 인간의 도파민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는 운동임에 분명하다.
어려서는 여느 남자아이들처럼 축구와 농구에 푹 빠져 살았다. 덕분에 손가락과 발목은 성할 날이 없었고, 압박붕대는 나이팅게일만큼이나 잘 감았다. 아마 대학교 때로 기억이 된다. 한강고수부지에서 친구들과 농구를 하는데, 상대팀 아저씨들(분명 아저씨들로 기억된다)이 웃통을 벗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의 피, 땀, 눈물은 고스란히 내 몸에 전달되었고, 그 어떤 농구 경기보다 불쾌감을 갖고 마쳤다. 절대적으로 이날의 이유는 아니었지만, 상대와 함께 코트를 사용하는 농구, 축구, 핸드볼 보다는 코트를 나눠서 하는 테니스, 탁구, 족구, 배구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신체접촉이 없는 운동은 부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그런데, 난 왜 맨날 아픈 건지)
사람들이 비싼 차를 타는 이유는 승차감보다 하차감이 좋기 때문이라는 우스개 이야기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필자가 골프보다 테니스가 좋은 이유는 손에 얼얼하게 느껴지는 타격감 때문이다.(물론 덕분에 오른팔 엘보는 달고 산다) 특히 실내에서는 타격감뿐만 아니라 '빵'하고 울리는 라켓의 소리가 마치 총을 쏘고 있는 환청처럼 느껴진다. 테니스의 여러 명언 중 '프로는 경기 중 미스한 하나의 샷을 잊지 못하고, 동호인은 잘 친 샷 하나를 잊지 못한다.'는 말이 새삼 생각난다.
최근 많은 젊은 코치들의 등장은 분명 테니스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MZ 테니스 동호인들이 늘었기 때문에 MZ 코치들이 많아진 것인지, 혹은 그 반대인지는 닭이 먼저일지 달걀이 먼저일지 만큼이나 쓸데없는 논쟁일 뿐이다. MZ 코치들은 동호인을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인플루언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 쓸모없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예전 테니스 선수들은 과연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요즘 아파트에는 없지만, 조금 오래된 아파트에는 항상 테니스 코트가 있었다. 그만큼 테니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의 삶과(?) 함께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요새는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실내 테니스장도 많이 생겨서 더욱 접근성이 높아졌다. 더 많은 실내 테니스 인프라가 생겨서 조금 더 가격이 낮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적다 보니 또 코트에 나가서 랠리를 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궂은 날씨(2월에 웬 눈이람)에 오른팔 엘보도 너무 아프지만(아내는 전혀 모른다) 잠깐 바람 좀 쐬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