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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다이아 Sep 26. 2024

사랑과 상실의 끝에서 3

새로운 시작

이혼 후, 석우는 오랫동안 혼자였다.


그 고독 속에서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내고, 미정과의 결혼 생활을 돌이켜보며 지낸 시간은 그의 마음을 어딘가 모르게 텅 비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 날, 석우는 예상치 못하게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그 만남은 그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찾아왔고, 그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방식으로 그의 삶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름은 은지였다.


우연히 지인의 모임에서 알게 된 그녀는 첫인상부터 석우의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은지는 석우와 달리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은 석우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가벼움과 편안함을 되찾게 해주었다. 미정과의 관계에서는 항상 긴장과 갈등이 자리했지만, 은지와의 관계는 마치 오랜 친구처럼 편안했다.


처음에는 그저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석우는 은지에게 끌리기 시작했다.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 동안 그는 오랜만에 웃을 수 있었다. 더 이상 과거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지 않은 듯한 자유로움이 그를 감쌌다. 그리고 은지도 그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였다.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그들 사이의 관계는 점점 더 깊어졌다.


"다시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 줄 몰랐어."


석우는 자신이 새로운 사랑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미정과의 결혼 생활 이후, 그는 마음을 닫고 살았다. 누구도 그의 상처를 이해해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자신도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은지와의 만남은 그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아이들에 대한 생각이 남아 있었다. 석우는 은지와의 관계가 점점 더 진지해질수록, 그가 이 관계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이미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를 받았고, 이제 아빠에게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는 알 수 없었다.


"아이들이 이해해줄까?"


석우는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시간을 보내면서도, 언제 은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지 망설였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될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두려웠다.


그는 아이들이 자신이 새롭게 시작하려는 인연을 받아들여줄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들이 또다시 상처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지와의 관계는 진심이었다. 석우는 더 이상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닌, 은지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그려가고 있었다. 은지는 아이들에 대해서도 이해해주었고, 석우의 과거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석우를 응원하며, 아이들과의 관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어느 날, 석우는 용기를 내어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아빠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겼어. 너희에게도 소개해주고 싶어."


아이들은 처음에는 놀란 듯 보였다.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석우는 불안했지만, 아이들은 석우가 생각했던 것만큼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큰아이는 이미 부모의 이혼을 겪으며 감정적으로 성숙해진 상태였다. 물론 처음에는 서운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은지와의 만남을 천천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괜찮아, 아빠. 아빠가 행복하면 돼."


아이들의 말은 석우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는 자신이 아이들에게 또다른 상처를 남기게 될까 봐 걱정했지만, 아이들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고 성숙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은지와 아이들 간에도 자연스러운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서먹했지만, 점차 은지에게 마음을 열었다. 그녀의 따뜻함과 배려 덕분에, 그들 사이의 관계는 부드럽게 흘러갔다.


석우는 그제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혼 후, 그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후회했지만, 이제는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미정과의 결혼 생활에서 겪었던 갈등과 아픔이 그를 힘들게 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석우는 더 성숙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석우는 은지와 함께하는 미래를 그리며, 아이들과도 함께하는 행복한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는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 이제는 새로운 인연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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