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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BAJUNG May 05. 2023

정부지원사업 예비창업패키지 최종 선정!

창업일기 #10 - 2019년 8월 26일

오랜만에 홈페이지를 통해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됐다. 마침내 한국관광공사에서 주관하는 예비창업패키지 정부 사업화자금 지원사업에 우리 아이템이 최종 선정되었다! 이로써 우리 팀은 정부에서 창업 교육과 자금을 지원받아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드디어 첫 도약을 위한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사실 한국관광공사에서 주관하는 예비창업패키지는 크게 기대하지 않고 지원한 것이었다. 이전에 경기도에서 주관하는 예비창업패키지에 떨어지고 나서 필요 이상으로 낙심했던 이유가 가장 컸다. 무조건 붙을 수 있다는 근자감이 있었으나 발표 평가에서 보기 좋게 털리고 결과 역시 좋지 않았으니 상실감이 컸던 탓이다. 또 떨어지면 받을 상처가 너무 클 것 같아 일부로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발표 연습이나 한 번 더 해보자’는 생각에 그야말로 휙 던지듯이 지원한 것이었다.


그래도 경기에서 실컷 털리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던 터라 아이템을 전체적으로 수정하고 보완하여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보완된 사업계획서를 완성하고 느낀 점은 확실히 전보다 구성이 탄탄하고 실제로 사업화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창업 경쟁이 박터지는 관광분야라 크게 기대하고 있진 않았다. 그러다가 8월 9일 서류에 합격했으니 19일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로 발표하러 오라는 메일을 받았다. 신기하게도 지금까지 사업계획서는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


그래도 전에 연습을 많이 해뒀던 터라 발표 준비는 큰 어려움 없이 했다. 발표 당일 발표장에 도착해서도 그렇게 많이 떨리진 않았다. 경기도 예비창업패키지 발표장에 들어갈 땐 심사위원 다섯 명에 보조 진행자 한 명이 앉아있었다. 이번에도 그 정도겠지 예상하고 발표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하마터면 그대로 다시 나올 뻔했다. 심사위원 일곱 명, 보조 진행자 한 명이 발표자를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앉아있었고, 그 뒤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약 일곱 명 정도가 더 앉아있었다. 나중에 들은 바로 그들은 방청객이라고 했다. 아무튼 내가 발표장에 들어가서 마주한 첫 장면은 약 열다섯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내게 일제히 집중했고 나는 그 머릿수에 당황하여 갑자기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는 들숨을 크게 들이 마시고 나서 발표를 시작했다. 몹시 긴장되는지라 일부로 두세 명의 심사위원만 바라보고 발표했다. 발표는 운전하면서도 달달 외울 정도로 많이 연습했던 터라 그 정신없는 와중에 큰 실수 없이 잘 마칠 수 있었다. 시간은 딱 4분 50초로 깔끔하게 끝냈다. 하지만 질의응답 13분, 이게 진짜였다.

심사위원 7명의 질의응답이 시작됐다. 더 생동감 있는 전달을 위해 각각의 심사위원의 표정이 어땠는지 자세히 표현하고 싶지만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심사위원은 내게 질문을 했고, 나는 준비한 답변을 했다. 그래도 지난번 경기도에서 털린 것에 비하면 크게 어려움 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나 대답하고 둘 대답할수록 긴장은 점점 풀렸고 심사위원들도 우리가 하려는 아이템이 재미있었는지 이것저것 질문하고 조언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심사위원 일곱 명과 내가 함께 우리 아이템을 논의하는 듯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심사위원이 ‘그런 것보단 이렇게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부분을 조금 더 구체화하는 고민이 필요하겠네요.’라고 하면 나는 ‘그렇군요. 그런 내용에 대해서도 팀원들과 함께 깊이 고민해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회의 같은 질의응답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심사위원들은 아직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남았는지 약 2분 정도를 더 이야기했다. 할당된 질의응답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흔치않은 일이다. 나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면접장을 나왔다.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발표 분위기에 정말이지 날아갈 듯 기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격 발표가 공지되는 날까지 기대되고 떨리는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발표 분위기도 좋았던 터라 그러고 싶지 않아도 기대를 하게 됐고, 기대가 커지면 커질수록 떨어질 때 받을 상실감이 너무 무서웠다. 맨 정신에는 잠도 안 오고 혹시나 조금 빨리 결과가 나오진 않을까 며칠 전부터 계속 이메일을 확인했다. 결과 발표 전날엔 너무 떨려서 술을 취할 때까지 마시고 나서야 가까스로 잠들었지만, 다음날 오전 7시부터 깨서 결과를 기다렸다. 최종 결과는 오후 6시 40분이 되어서야 나왔고 나는 그제야 선정되었음에 안심하고 기뻐했다.


이번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된 것은 우리에게 굉장히 의미가 크다. 첫째로 창업에 들어가는 사업화 자금을 마련했다. 아직 정확한 지원 금액이 나오진 않았으나 협약 기간인 10개월간 필요한 외주용역비, 개발재료비, 사무실비, 법인등록비 등 적지 않은 금액을 지원받게 될 것이다. 둘째로 도약할 수 있는 첫 발판을 마련했다. 정부사업화자금 지원 프로그램은 줄줄이 연계되어있다. 이번 예비창업패키지를 성공적으로 끝내면 다음 지원사업에도 선정될 확률이 높아질뿐더러 벤처기업인증을 받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우리 팀 내부적으로도 굉장한 동기부여가 됐다는 점이다. 정부로부터 사업 가능성을 인정받고 심지어 자금까지 지원받게 됐으니 ‘우리가 진짜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길고 어려운 길을 걸어야 하는 우리에게는 이런 강한 동기부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나 더 추가적으로 말하고 싶은 신기한 변화가 있다. 우리 아이템이 단지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전에는 창업 교육 모임에 나가 사람들에게 우리 아이템을 설명하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거나 애들 장난 수준으로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진짜 사업 아이템으로 받아들인다.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자고 하신 분도 계시고, 그냥 친하게 지내면서 정보 교류하자고 하시는 분도 생겨났다. 무엇보다 명함을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일단 ‘예비창업자’ 직함으로 명함을 만들었다. 그동안 포기하지 않고 아이템에 끝까지 매달리며 쏟은 노력과 시간을 이제야 조금 보상받는 기분이다.

끝으로 서른둘이나 먹고 창업하겠다고 까불거리는 아들을 그저 믿고 기다려주신 부모님께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어서 가장 행복했다. 어제 부모님에게 합격 소식을 알리며 당당하게 약속드리고 왔다. 10년 후엔 엄마 아빠 각각의 통장에 10억씩 입금해드리겠다고. 물론 우리 팀원들의 부모님 통장에도 같은 날 같은 금액이 입금될 것이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우리는 무조건 해낼 것이다. 나는 온갖 시련을 기꺼이 즐길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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