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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전 Apr 16. 2021

풀스윙으로 헛스윙을 한다는 건

내가 다음번 기회를 기다리는 자세

풀스윙으로 헛스윙을 한다는 건

  

 광고회사 신입 6개월 , 입사할때부터 계속해서 이직 각을 쟀다. 사람들은 좋았지만 광고회사라는 간판 아래 광고의 여러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우리 회사와는 다른 영역의 광고를 하고 싶은 사람이란걸 깨달은 차였다. 회사 사람들에게 온전히 정을 주지도, 받지도 못해 속은 괴로우면서도 그렇게 계속 면접을 보러 다녔다.


 회사에 다니면서 입사 지원만 대여섯번, 면접은 2차까지 포함해서 총 3번을 봤다. 주말은 내게 자소서를 수정하는 또 다른 평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자소서를 겨우 통과하더라도, 면접이라는 더 큰 산이 또 남아있었다. 면접 준비도 준비이지만, 면접 결과에 따라 하루 하루를 얼마나 일희일비 했는지.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어떤 날은, 촬영장에서 카메라를 쥐고 있는 쉬운 일조차도 벅차게 느낄 정도였다.


 그렇다고 다니던 회사에서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거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6개월 차에 '너 없으면 우리 회사 안된다' 라는 얘기까지 들었을 정도이니까.(물론 잡으려고 했던 소리라는 걸 안다..) 그런데 어느 하나도 놓지 못하고 백방으로 힘을 너무 많이 주어서일까? 힘이 잔뜩 들어간 헛스윙이 계속되자, 내 팔은 배트를 들 힘조차 다 써버린 기분이었다.


 그러다 한번은 혹시나 하고 수시 채용으로 넣었던 회사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정말 가고 싶었던 회사이고 또 이직이 간절했지만, 웬일인지 면접을 준비하는 일에 온전히 힘을 쏟기가 어려웠다. 스스로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시기적으로도 이직하기 좋고, 또 내가 원하는 직무에 원하는 회사인데, 이렇게 망설이는 이유가 뭘까?


 나는 내가 면접이라는 한바탕의 헛스윙 후, 그 아픔들을 술자리에서 한탄하며 다 씻어내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단순한 바람이었는지, '다 털어내겠다'는 친구 앞에서의 힘찬 다짐은 다음날이면 술과 함께 깨져버리고, 남은건 꾀죄죄한 현실뿐이었다. 면접에서의 나의 모습을 되새기며 '내가 뭐가 부족했나?'를 끊임없이 복기했고, 반복하면 할수록 내게 더 깊은 상처를 냈다. 오히려 간절히 원하는만큼, 더이상 노력하고 싶지가 않았다. 노력했음에도 떨어지고, 실패하는 경험은 나를 합리화하게 만들었다. '노력을 안했으니까 떨어진거야' 라고.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바꿔야만 했다. 내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힘껏 풀스윙으로 휘둘렀는데 홈런도, 안타도 아닌 파울이었다면 허탈하고 힘 빠지는게 당연한거라고. 지금은 그 회사의 면접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또 한번 롤러코스터를 타는 순간이 기다리고 있겠지. 그것이 만루 홈런일지, 파울일지는 모르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언젠가 날라올 공을 기다리며 또 다른 풀스윙을 위해 체력을 비축하는 일 뿐일 것이다.


내가 잡코리아나 인크루트의 카피를 쓴다면 이렇게 써보고 싶다.


확률은 둘 중 하나


축하주를 마시거나,

위로주를 마시거나


어떤 결과든

남는 도전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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