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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윤 Sep 18. 2018

세잔반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폴 세잔 - 자신만의 감각으로 지평선을 넓힌  그

미술학원의 문을

처음 두드렸던 유치원 시절이 문득 떠오릅니다. 세잔 반, 고갱반, 다빈치반과 같은 이름은 예닐곱 살의 어린이에게 너무 어려웠죠. 하지만 이들 모두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화가들입니다. 시대와 국경을 넘어, 2018년 머나먼 한국에서도 친숙한 그들은 어떤 예술가들이었을까요? 오늘은 세잔반에 오신 여러분께 프랑스의 대표적인 화가 폴 세잔(Paul Cézanne, 1839~1906)에 대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폴 세잔, Still Life with Basket of Apples, 1890-1894

‘세잔’이라는 이름과 함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정물화 속 사과들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동그랗고 예쁜’ 모양의 사과들이 아니에요. 맛이 있긴 할까, 라는 의문도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폴 세잔, Still Life with Water Jug, 1893

반복되는 윤곽선,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마무리, 어딘가 어색한 색채는 세잔의 정물화를 대표하는 특징입니다. 이는 정물화에서 그가 묘사하고자 하는 대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가둬놓지 않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즉, 세잔에게는 정확한 윤곽선 하나로 사과를 그린 이후엔 그 존재의 의미가 더 이상 깊어질 수 없다는 믿음이 있었죠.

폴 세잔, Still Life with Apples and a Pot of Primroses, 1890

또한 그는 붉은색과 노란색 계통의 빛에 푸른색 계열의 물감을 섞으며 색채의 변주를 꾀했습니다. 이런 표현법이야말로 공기의 진동을 완벽히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설명한 윤곽선의 반복과 더불어, 세잔은 실제 모습과는 다른 색채 표현을 통해 물체를 감각하는 지평을 확장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그가 평소 “화가에게 있어 눈과 머리는 확연히 다르다”라고 했던 것과 연결됩니다.

폴 세잔, Mont Sainte-Victoire, 1904-1906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하려는 그의 노력은 세심한 붓질로 이어졌습니다. 세잔은 우리의 두 눈에 보이는 모습을 왜곡하되, 화면 속에서 변형된 요소들이 스스로 조직화될 수 있도록 한 점의 작품을 위해서도 오랜 시간을 들였습니다. 사과와 산 등 대상을 관찰하는 ‘시각’뿐만 아니라 원초적인 감각인 ‘촉각’ 또한 캔버스에 투영하기 위해 노력했죠.

폴 세잔, Mont Sainte-Victoire, 1902-1906

 

존재를 다양한 감각 체계로 읽어냈다고 할까요? 한 가지 대상에 오랜 기간 천착했던 그의 작품세계는 이러한 의도로부터 구축되었습니다. 실제로 세잔의 풍경화에 있어 대표적인 모티브로 꼽히는 생 빅투아르 산은 수십 년 동안 반복되어 그려졌습니다.

폴 세잔, Mont Sainte-Victoire, 1887-1890

그 결과, 우리는 2차원적인 세잔의 캔버스 화면에서 3차원적인 구조를 읽어낼 수 있게 되었죠. 심오한 고민의 결과를 조합시켜 화법의 혁신을 일으킨 세잔, 이제 조금은 가깝게 느껴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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