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정치성, 혹은 예술의 정치적 기능에 대하여
예술과 정치, 이 둘은 서로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 꽤나 가깝습니다. 작품을 통해 현실의 맥락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작가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중에서도 2015년 국제앰네스티 인권상을 수상한 예술가를 아시나요? 탄압받는 소수자와 절대적인 권력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작가는 바로 아이 웨이웨이(Ai Weiwei)입니다. 1957년 베이징에서 태어나 베이징 필름 아카데미와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거친 그는 문화혁명기 중국 당국에 의해 겪은 역사적 시련을 강렬한 이미지와 퍼포먼스로 풀어냅니다.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 파리의 에펠탑 등을 향해 치켜세운 자신의 가운데 손가락으로써 공간의 권위를 전복시키고자 했던 <원근법 연구(Study of Perspective>(1995-2003) 시리즈의 경우, 국가 통제주의적인 체제를 파괴시키는 예술적 실천의 일환이었지요. 작가는 권력이 숨어 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지시하는 동시에,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곳을 눈으로 직시하도록 하였습니다.
한편, <해바라기 씨(Sunflower Seeds)>(2010)의 도자기 해바라기 씨 1억 개는 마오쩌둥의 전체주의 이념을 위해 희생되었던 다수의 인민들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씨들은 한때 중국 수출의 가장 큰 공신이었던 전통 도자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진 것으로, 오늘날 만연한 중국의 대량생산체제와 저가전략 등을 비판합니다. 실제로 중국 최고의 도자기를 생산하는 마을에서 전문 장인들이 직접 만들었다고 하지요.
해바라기 씨와 비슷한 맥락에서, 아이 웨이웨이는 3200개의 도자기 게를 만들어 <민물 게>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의 상하이 스튜디오가 중국 정부의 철거 요구에 의해 문을 닫게 되었을 때, 자택연금으로 인해 본인은 직접 참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민물 게 파티’를 준비하여 시민들을 초대하였지요. 경찰에 둘러싸여 감시를 받은 이후, 이 사건을 전달하기 위해 도자기 게 제작 과정을 상세하게 영상으로 기록하기도 하였습니다.
중국 체제와의 지속적인 대립과 불합리한 정치체제에 대한 저항으로 인해, 그는 2011년 정부에 의해 불법구금을 당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베이징에 있던 작업실이 중국 정부에 의해 철거되기도 하였지요. 그러나 아이 웨이웨이는 오히려 이를 기폭제로 삼아 폭력과 감시에 대한 고발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정치 및 경제적 문제로 인한 소외에 대항함으로써 정부의 책략에 비판적인 시선을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지요.
아시아 미술계를 넘어 세계 미술계에 지속적으로 화두를 던지고 있는 작가는 우리에게 권력, 그리고 그 너머 이데올로기를 되돌아볼 것을 권유합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한 발 물러나 그의 작품이 허구가 아닌 현실임을 직시해보세요. 세상의 단면을 가깝게 전달하는 아이 웨이웨이의 작품을 통해 미처 듣지 못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