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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윤 Jan 04. 2019

'한국적인 것'은 어떻게 미술의 재료가 되는가

세계와 한국을 잇는 다리를 찾아서 - 강익중

가장

한국적인 것

그리고 연결과 화합


    각 문화권의 다양한 요소가 미술의 얼굴을 갖게 된 지금, 소위 ‘한국적인 것’들은 어떻게 예술이 될까요? 1960년 청주에서 태어나 뉴욕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작가 강익중은 이에 대한 답을 가벼이 내놓습니다.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프랫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그의 작업은 한국, 혹은 한국적인 것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97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과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을 시작으로 입지를 굳힌 그는 한국의 역사나 문화를 넘어 민족의 사고방식, 분단 등 특수 상황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왔지요. 이러한 노력으로 2007년, 강익중은 미국 사회 발전에 공헌한 이민자들에게 수여되는 엘리스 아일랜드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작가가 지금까지 세계 곳곳에서 선보인 특유의 스타일은 3인치의 작은 캔버스 작업과 함께 구축되었습니다. 손바닥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이지만, 이 캔버스 위에서 조합된 다양한 소재와 주제는 하나의 이야기를 생성해냅니다. 각 요소들의 배치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태를 이루게 되는 캔버스들은 수천 또는 수만 개로 모여 하나의 공간에 배열됩니다. 이방인으로서의 모습과 동양적 이미지가 담긴 그리드 구조 속 서사들은 관람객들에게 동양과 서양, 이미지와 오브제, 고급문화와 키치 등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외형상으로는 구조적 평면성이 유지되지만, 실제 작품을 바라보았을 때는 일상의 편린이 자아내는 운율이 느껴지기도 하지요.

강익중, <내가 아는 것>, 2009, 2017


    2002년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등에서 선보였던 작품들은 작가의 대표 전시 2007년 광화문 프로젝트, 2010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관 전시, 2010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달은 가장 오래된 시계다> 등으로도 이어집니다. 비교적 최근인 2017년, 아르코미술관은 대표작가전으로 <강익중, 내가 아는 것>을 선보이기도 했지요. 뿐만 아니라 며칠 전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는 기획전시 <별 헤는 밤-나와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 작은 캔버스 1만 여 점으로 이루어진 작품 <삼라만상>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강익중, <삼라만상>
우리에게는 좋았지만 해외의 시선을 끌기엔 무리였다.


    한편, 2002년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했던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우 동아시아적인 것을 보여주는 것이 부족했다. 우리에게는 좋았지만 해외의 시선을 끌기엔 무리였다”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즉, 그에게 있어 한국적인 것, 또는 동아시아의 한 국가로서 갖는 문화적 정체성은 작업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것이었지요. 이로부터 <달항아리> 시리즈와 <한글> 시리즈의 연결점 또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강익중, <달항아리>, 2011


    한국적 모티프를 사용한 위 연작에서 작가는 통합에 관해 논합니다. 한글을 도상으로 활용하고 ‘강익중 한글체’를 만들어내며 거대한 그리드 구조 속에서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이어내는 작가의 작업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작업 속의 모티프를 하나씩 들추어본다면 작가가 논하는 ‘연결’‘화합’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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