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에게 작품 안에 담긴 철학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하는 것일 테다. 메시지가 명확하고 강렬할지라도 그 표현 방식에 따라 전달된 결과물은 천차만별이니까.
우리의 관계는 어떠한가. 우리도 매일 곳곳에서 짧게 혹은 길게. 타인과 만나 대화하고 감정을 교류한다. 우정을 나눌 것이고 미움을 숨길 것이며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 과정은 그야말로 순탄치 않다. 오해는 끝이 없을 것이고 진심의 전달은 녹록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매 순간 노력한다. 내 진심만 가지고 상대가 알아줄 것이라 믿지 않고, 그 사람에게 오롯이 나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포장하고 다듬으며 정성 들여 준비하고 표현한다.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다시금 내 진심의 목소리를 내고 타인인 그 누군가와 소통한다.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예술활동을 하는 셈이다.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예술가들인 셈이다. 좀 더 독자적이냐 관계적이냐의 차이일 뿐, 우리의 관계, 당신과 그의 관계, 나와 당신의 관계는, 인연은, 순간의 공유는 모두 예술이다.
그래서 관계는 아름답고 빛이 난다. 지나간 관계도, 다가올 관계도, 관계 속에 추억이 된 모든 순간도 찬란하게 반짝인다. 시간이 지나 관계가 잊힐지언정 빛났던 순간은 어딘가에 남아 오래도록 그 존재의 가치를 위해 스스로 반짝인다.
그 반짝임은 버스를 타고 가는 순간에, 잠들려 누워 이불을 덮는 순간에,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을 연 그 순간에, 저녁노을이 예뻐 사진을 찍으려던 그 순간에, 하루 중 문득문득 찾아오며, 그것을 마주하고 흘려보내는 일이 인생의 주요한 부분이라 느껴진다.
내가 발했던 수많은 감정들을 온몸으로 맞아내는 것. 나이를 먹어도 먹어도 매일매일이 새롭고 쉽지 않은 이유는 그 때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