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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브 Jul 14. 2019

나는 왜 사회적 기업가가 되고 싶을까

사회적 기업이란 무엇인가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중국 북경에서 한 학기를 보낸 적이 있다. 당시 재학 중이던 대학교의 북경 동문회 회장님은 OO중공업 북경 지사장 정도의 직위를 가진 선배님이었다. (정확한 직위는 기억나지 않는다, 호칭은 회장님이었다) 동문회 회식 자리에서 마침 내가 그분의 맞은편에 앉게 되었다. 20대 중반, 한창 '사회적 기업'과 '결혼'이라는 두 키워드에 빠져있던 나는 새로운 어른들과의 만남에서는 항상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결혼은 하는 것이 좋은가요, 안 하는 것이 나은가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의 첫 번째 목적, 목표라고 생각하시나요?"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삼겹살을 한 점 하시고 회장님이 말하셨다. "나는 취업 후에 개인적인 성공과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만 노력해왔어. 어느 정도의 자리에 오르고 보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겠다는 순간이 오더라고, 아주 최근 일이지." 말을 끊고 나의 한 마디. "사회적 책임이 기업의 첫 번째 목표가 될 수도 있지 않나요? 그런 기업도 충분히 이윤을 남기고 유지될 수 있어요. 전 모든 기업이 그래야 한다고 봐요, 언젠간." 그러자 회장님이 말했다. "아니. 우선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해야 해. 회사가 유지되려면. 그 후에 사회적 책임에 신경 쓰고 실천하면 돼." 술도 한 잔 했겠다, 나는 그 날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뻘의 어르신께 그것도 처음 본 선배님에게 좀 너무했지만 그때는 '사회적'이라는 개념에 너무 빠져있었던 것 같다.


당시는 2011년이었고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봉사에 관심이 있던 내가 충분히 빠지기 쉬운 분야였다. 군대를 제대한 해였기에 더욱 열정을 가지고 무언가를 실행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의류 리폼을 통해 노인분들께 기부하는 사회적 기업을 시도하고 패션 관련 사회적 기업에서 대외활동을 하며 나만의 사회적 기업을 만들기 위해 나름의 시간을 투자했다. 그러다 사회적 기업보다 먼저 관심을 가진 분야인 패션 쪽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사회적 기업에 대해 잠시 잊고 지내기도 했다. 30대 초반이 된 지금 두 달 전부터 사회적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대학생 때 대외활동을 제외하고 사회적 기업에서 직원으로서 일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신기한 것은 사회적 기업에서 실제로 일을 시작하면서 북경 동문회 회장님의 말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아니. 우선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해야 해. 회사가 유지되려면. 그 후에 사회적 책임에 신경 쓰고 실천하면 돼."


물론 '이 회사에서 평생을 함께 해야지'라는 다짐 혹은 기대감으로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일을 하면서 나에게 맞는,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에 '적합한' 사회적 기업의 개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사회적 의미를 가진 사업을 행하면 혹은 그런 단체에서 일을 하면 그동안 내가 느꼈던 공허함이 채워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내 삶의 만족감, 행복감이 채워지지 않았다. 내가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아직 너무나 많다. 나만의 사회적 기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단어에도 변화가 필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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