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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브 Jan 29. 2020

생각 끝내기

Le Penseur

"무슨 생각해?"

"아무 생각도 안하는데?"


너무나 부러운 대답이었다.

나는 요즘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는 1분을 버티기도 힘들다.

잠시 멍때리는 시간을 가지려다가도 머릿속이 금새 여러 단어 혹은 이미지들로 채워진다.


'오늘 오후 미팅이 몇 시였지?'

'배고프다, 저녁에 뭐먹지?'

'아 그 공간은 이렇게 꾸미면 좋겠다'

'(인스타그램을 보며) 이 콘텐츠 정말 좋다! 활용해봐야지'

'(카톡을 보며) 아 답장을 안했네, 뭐라고 보내면 좋을까'

'중국어 공부를 해야하는데'

'아 여행가고 싶다'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놓치거나 잊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SNS, 뉴스, 카톡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새로운 정보, 트렌드와 멀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늘의 일정을 재차 확인해 정확하게 스케줄을 소화하고

저녁 약속 장소를 미리 정해 퇴근 후에 우왕좌왕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영감과 자극을 받아 무언가를 실천하는 일은

우리에게 긍정적이고 필요한 부분이다.


허나 잠시라도 머릿속을 비워놓지 못하는 내 모습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아마 마음 속 '걱정과 불안'이 나를 잠시도 내버려두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간다. 비록 비슷한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보낼지라도 말이다.

그 하루하루가 쌓여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미래로 나아간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알 수 없는 가능성은 우리들 마음 속의 걱정을 키운다.

그리고 그 걱정이 현실과 가까워질 때 신체적인 반응으로까지 이어지는 불안을 느낀다.

물론 미래에 대한 기우로 인생을 허비하고 있지는 않다. 절대로 그러고 싶지도 않고.

오히려 그 알 수 없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머릿속을 무언가로 채워두려 하는 것 같다.

그 억지 채움이 약간의 '인생허비'로 이어지는 것 같긴 하지만.


언제쯤 생각을 끝내면 좋을까?

조금만 더 생각하면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를 것 같은데..

머릿속 생각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순서에 따라 한 번에 하나씩만 생각하며

각 생각들의 중요도에 따라 생각하는 시간을 정해놓는 것은 어떨까?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아 소장님한테 전화를 드려야 하는데', '아 오늘 중국어 회화 연습 안했는데'


2020년 새해 다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늘려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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