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브 Mar 31. 2020

좋은 선택을 선택하는 법

무슨 일을 하며 살 것인가

우리는 매 순간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그 중 '무슨 일을 하며 살 것인가'의 문제는 비교적 큰 선택에 해당한다.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거의 평생을 더 좋은 '업'을 선택하기 위해 고민한다.

그렇다면 이 평생고민에 대해 가장 좋은 선택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좋은 선택은 좋은 기준으로부터


은퇴 6년차인 우리 아버지는 가끔 뜬끔없는 제안을 던지신다.

"아들, 요즘 OOO이 잘 된다는데 뭐 좀 해보까?"

대학 졸업 후 언론인으로 30년 이상 글을 써오신 아버지는 일을 그만 두시면서 '글쓰기'도 관두셨다. 나와 어머니는 오랜 시간을 갈고닦은 아버지의 글쓰기 능력이 새로운 방식으로 표출되길 바랐지만 아버지는 이미 질려버리신 것 같았다.

그런 아버지가 며칠 전 또 새로운 제안을 던지셨다.

"배달 전문 음식점 어때?"

이런 질문에 절로 한숨을 쉬는 내 자신을 조금은 자책하며 대답했다.

"요리는 누가 해요? 갑자기 배달 음식점을 왜 해야되?"


정말 감사하게도 나는 어렸을 적부터 부유하지는 않지만 모자르지 않게 자라왔다. 그런 환경에서 정말 감사하게도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몇 번의 창업과 취직을 비교적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었다. 처음 사업자를 냈던 이유는 '하고 싶은 것을 하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다 경제적 한계와 개인 사업의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취직을 하기도 했다. 좀 답답하긴 해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버티자'는 마음이었다.


배달 전문 음식점 이야기는 아버지의 은퇴 후 '일거리'로 확대되었다. 나는 최근 SNS를 통해 접한 김치찌개집 이야기를 들려드렸다. 십수 년을 목사로 지내시다가 3000원짜리 김치찌개집을 차린 사장님. 충분히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힘겨운 이들을 위해 저렴한 식당 창업을 결심했고 이 역시 목회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장님.


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지금의 일을 선택했나요? 아니면 선택하려고 하나요?


아버지와의 대화 이후 '일의 선택'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각자의 기준을 갖고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 판단하는 기준 3가지.


첫 번째, 생존.

오늘 하루 돈을 벌지 못하면 내일 아니 오늘 당장 밥을 먹기도 힘든 상황이라면 우리는 해보지 않은 일이라도 할 수만 있다면 혹은 시켜만 준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런 기준을 갖고 계신 분들이 우리 사회에 아직 적지 않으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시는 이 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하루 빨리 사회 안전망과 시민 의식이 함께 발전되어 모두가 생존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는 날이 오길 바란다.


두 번째, 성공.

요즘 강남에서 와인 배달 장사 엄청 잘된다던데?

그 선배 P2P 금융앱 하나 대박나서 부자됐던데?

신용산 쪽이 요새 뜬다던데 카페 하나 해보까?

경제적으로 부유하거나 먹고 사는데는 지장이 없는 상황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기준을 갖고 있다. 시장의 흐름, 트렌드를 파악하고 좋은 아이템을 찾아 사업을 진행하고 성공시켜 경제적 부와 사회적 명성을 얻는 것은 멋진 일이다. 허나 진입장벽이 낮아,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회사 다니기 싫어 등의 이유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면 어느 정도 수입이 생기거나 남들이 부러워하는 스타트업 대표가 되더라도 삶에 만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세 번째, 가치.

한 동네에 3000원짜리 김치찌개집이 두 군데 있다.

a집 사장님은 박리다매를 목표로 하루에 3시간도 안자면서 최대한 많은 판매를 위해 노력한다.

b집 사장님은 위에서 말했던 목사 출신으로 하루에 6-7시간 충분히 수면을 취하면서 오늘도 더 많은 이들에게 저렴하고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어떤 사장님이 되고 싶은가?

물론 a집 사장님이 돈은 더 많이 벌 수도 있다. 허나 코로나19와 같이 사람이 통제하기 힘든 악재가 닥쳤을 때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은 돈보다는 가치에서 나온다. 일로 인해 얻는 행복감도 돈보다는 감사히 잘 먹었다는 손님의 미소에서 더욱 크게 느껴진다.

'세상을 바꾸려는 기업과 기술적으로 좋은 핸드폰을 만들려는 기업'

예전부터 삼성과 애플을 비교할 때 수없이 등장했던 이야기다. 물론 가치에 대한 기준은 각자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여기서의 가치는 '(사회적) 가치'를 의미한다. 가치가 기준이 되면 핸드폰을 만들든 자동차를 만들든 김치찌개를 만들든 무엇을 만드는 것은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닌게 된다. 내가 중시하는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나만의 수단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성공을 위해 수단만을 찾는 것이 아닌.


김치찌개 목사님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는 '그럼 나는 어떤 메시지가 있을까'하시더니 배움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사업? 등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몇 가지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번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누군가는 '너네 집이 그래도 여유가 있으니까 그런 생각도 하지'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듯이 훨씬 여유있는 사람들도 성공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돈이 많다고 기부를 많이 하는 것은 아니니까. 사회적 가치라는 기준에 의해 일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욱 늘어나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 현실과 동떨어진 일이 아닌 각자의 진정한 삶을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받아들여 지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 끝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