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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성 Jul 22. 2024

변덕스러우면서도 동시에 진지하게

메리 올리버's 긴 호흡 中

지금은 어둡다. 밤의 첫 커브가 아닌
마지막 커브, 나의 시간이다.
곧 이 필연적인 어둠에서 빛이 솟을 것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표현을 쓰자면
변덕스러우면서도 동시에 진지하게,
일을 시작한다.
내게 일이라 함은
걷고, 사물들을 보고, 귀 기울여 듣고,
작은 공책에 말들을 적는 것이다.
나중에, 긴 시간이 지난 뒤에 이 말들의 모임은
다른 책에 오를 가치가 있는 무언가가 되어
지금 이 시간 내가 달콤한 어둠 속에서 보거나 들은 걸 여러분이 알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바람대로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야생의 세계에 대해 전보다 더 큰 호기심을 갖게 된다면 말이다.
어쩌면.
그동안, 굿 나이트.

-'긴 호흡' 中 서문에서-


긴 호흡으로 가려면 느린 호흡을 해야 한다.

거북이 같은 장수 생물들은 호흡이 남다르다고 한다. 아주 느리고 아주 길게 들이쉬고 내쉬고.

평소에는 30분 간격으로, 잠잘 때는 7시간씩 숨을 품고 있다가 내쉰다고 한다.


나의 숨을 바라본다.

나의 생명인 숨을 느끼지 않고 살아온 시간이 길구나. 숨을 느끼면 조절하게 된다.

때로는 편안히 숨 쉬어도 된다고, 아기를 토닥이듯 나의 가슴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숨을 고르라고 웃음 지어 주어도 좋다.


한결같을 필요는 없다.

변덕스러우면서도 진지할 수 있다.

지그재그 之자로 걸어도

앞으로 가고 있다면,

뭐 가끔은 뒷걸음질이더라도 괜찮다.

그 순간순간에 진심이기만 했다면,

그때는 진심이 아니었어도

지금 그때를 진심으로 바라보고 있다면,

삶은 곳곳에 숨겨 둔 비밀스러운 메시지를

하나씩 꺼내어 보여줄 거거든.

그러니 모든 순간이

필연적인 어둠에서 빛의 길로

나를 부르는 중이었던 것이다.


걷고, 사물들을 보고, 귀 기울여 듣고,

느끼고, 느낌을 적어보고.

그렇게 자라난 시선으로

또 걷고, 보고, 듣고, 느끼고.

느낌을 정리하고 더 가까이 느끼기 위해 적고.


이 느린 호흡이

평온이라는 청사진을 세포 곳곳에 새기고

나는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다.

평온으로. 내가 머물렀던 청사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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