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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Jun 16. 2024

1.엄마와 40년 된 구멍가게

구멍가게 40년, 엄마의 일기장

엄마, 생신 축하해요~


일흔둘의 나이가 되신 친정 엄마.

엄마가 벌써 일흔이 넘었다니 너무 믿기지가 않아요..

내 나이 마흔셋, 거의 서른 살 위의 엄마는 늘

이렇게 본인 나이를 어필하셨죠.


엄마가 늘 나보다 한 살이 적다고 말이죠.

우스갯소리로


"엄마가 너보다 한 살 어려",

일흔둘, 마흔셋,

앞자리는 빼고 그냥 너는 셋, 엄마는 둘,

한 살 차이나..


그런데 살다 보니 정말 엄마가 저보다 어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돼요.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 엄마에겐 결코 나이 들지 않는 엄마만의

시계가 있더라고요..

엄마의 일기장 속 그 글들이 늘 엄마를 그 시간 속 소녀로

잡아 두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일흔, 엄마의 삶의 모습이 마흔 인 나를 흔들어 깨웁니다.


 수많은 엄마의 이야기를

이제 풀어 볼까 해요.


구멍가게 40년, 엄마의 일기장





작별의 시


먼~~ 길 떠나려고

긴~~ 한숨 몰아쉬며

작별을

신음으로 노래하네..


그대여

부디 날개 달고

천상을 향하여

무지개 타고

영원한 그곳에

완주해 다오..




엄마는 어찌하여 이런 글을 쓰게 되었을까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슬픈 작별의 순간을 맞았을까요?


엄마의 일기장에 꾹꾹 눌러쓴 이 시 속의

그대는..

예쁜 날개를 달고, 무지개를 건너, 천상 저 편에서

평온할까요?



엄마의 글이 아빠에게 가 닿았길 바라며,

저도 그렇게 아빠를 보냈어요..


긴 시간 잡고 있던 아빠를 말이죠..



오직 말이 우리를 상처 주고 아프게 했을 뿐

사람은 상처를 줄 수 없다는 걸

더 나이가 드니 배우게 되네요.


엄마의 일기장은 결국,

엄마의 마음에 길을 내고,

엄마를 다시 살게 한

도피처, 피난처, 은신처

그 무엇이었음을..


지금 힘들 때마다 글 속으로 수없이 도망치는 마흔의 한 어른이

되어 엄마를 다시 읽어요.



엄마의 일기장에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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